밑반찬부터 염소까지 모두 옥천 것, 직접 농사도 지어
손님들과 웃으며 이야기할 때 큰 보람 느낀다
“맛있게 드셔주시는 손님들께 늘 감사”

정자식당
32년 역사, 고즈넉한 건물의 서정리 정자식당. 임재순씨를 한 컷 찍었다.

[상가탐방] 기자가 안에 들어서기 무섭게 앉았던 손님 한 명이 일어났다. “어디서 오셨어요?” “옥천신문에서 왔습니다.” “아~ 그래요? 잘 좀 써주세요! 이 사장님이 엄청 멋있는 사장님이시거든요!” 짧은 대화가 오늘의 인터뷰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높여준다. 읍에서 대전으로 넘어가는 길목, 서정리 터줏대감 정자식당의 임재순 사장님을 만났다. 기자의 눈에 담긴 사장님의 ‘멋있는’ 점, 독자 여러분께서 함께 봐 주시라.

 읍내에서 대전으로 넘어가는 길목이 국도로는 보통 두 갈래다. 607번 노선을 따라가는 것과 폐고속도로를 타는 것. 그러려면 아무래도 필연적으로 서정리를 지나간다. 그리고 지나가는 길에 모두가 한 번 이상은 봤을 화살표 모양의 빨간 표지판, 거기에 ‘정자식당’이라고 쓰여 있다.

 “여기가 읍내는 아니고 조금 외곽이잖아요. 30년도 더 전에 여길 처음 열 때는 옥천 외곽에 식당이 한 개도 없었어요. 논 한가운데에 식당을 차렸으니 신기하다면서 다들 한 번씩 들러갔죠(웃음).”

ㄴㅇㄹ
"30년 전에, 염소탕이 2천원 3천원 하던 시절이었죠."

■32년, 재미난 일 많았죠

 시어머니가 정자식당을 처음 연 것이 임재순(63, 옥천읍 서정리)씨가 보은에서 시집을 온 뒤의 일. 임재순씨도 초창기부터 식당 일을 함께했다. 그저 30여 년 전이라고 말하는 것보다 ‘염소탕이 2천원 3천원 하던 시절’이라고 말하니 훨씬 까마득하다. 식당 자리도 남편인 김인철씨의 아버지 대부터 살아온 집을 넓힌 그 자리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역사다.

 “지금 우리가 있는 이 자리가 원래는 마당이었어요. 연못이 있고, 붕어가 있고... 저기 앞에 살구나무에 편마루가 있어서, 여름에 손님들이 거기서 식사를 하시다 살구가 떨어지기도 했어요. 음식에 이만한 살구 알이 떨어지니 흰 와이셔츠에 국물이 다 튀기잖아요. 죄송하다, 죄송하다 하는데 오히려 재미있다고 좋아하시고... 재미난 일들이 많았죠.”

 염소라는 식재료가 흔히 접하는 것은 아니다 보니 처음 오는 손님은 약간 꺼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자식당은 염소, 특히 염소탕 전문점. 염소를 빼놓고 얘기하면 섭섭하다. 그래서 임재순씨는 처음 오는 손님에게도 염소탕을 슬쩍 권한다. ‘안 먹어봤는데...’ ‘육개장은 드셔요? 그러면 드셔봐요. 육개장이랑 비슷하니까.’ 이 방법이 남녀노소 안 가리고 잘 먹힌단다. 일단 한번 먹고 나면 그 손님이 또 오고, 또 오고 한다. 영동, 금산, 서울에서 와 얼굴을 익히는 손님들도 있다고.

정자식당의 메뉴다. 소자는 2명, 중자는 3명, 대자는 4명이 먹기 좋단다.
정자식당의 메뉴다. 소자는 2명, 중자는 3명, 대자는 4명이 먹기 좋단다.

■음식과 손님에 정성들여

 힘들 법도 한 식당 일을 힘든 줄도 모르고 몇십 년간 해온 것은 이런 이유다. 임재순씨는 친정부터가 굉장한 대가족이었던지라 북적북적한 분위기가 익숙하다. 사람을 만나고 웃으며 대화하는 것을 참 좋아한다고. 그래서 더더욱, 임재순씨는 바쁜 중에도 손님들에게 신경을 많이 쏟는다. 행여나 손님이 음식을 남기고 가면 꼭 한 번 맛을 볼 정도.

 “가끔 그런 분이 있어요. 국물을 남기고 가신다든가... 국물이 맛있는데 왜 안 드셨냐 물어보면 ‘맛은 참 좋은데, 내가 원래 국물을 안 좋아해서 그렇다, 괜찮다’고 거듭 말해주셔요. 그래도 혹시나 변질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럴 땐 꼭 맛을 봐서 확인을 하죠.”

 남긴 음식을 일일이 맛본다. 말인즉슨 음식이 남는 일이 잘 없다는 것. 그렇다면 양이 적은가? 하지만 그렇지도 않단다. 성인 남성이 염소탕 ‘보통’을 시켜서 딱 맞게 먹을 정도라고. 손님이 ‘특’을 주문하면 오히려 임재순씨가 보통도 양이 많다고 말리기도 한다. 손님이 돈을 더 내겠다는데 말리는 사장, 참 재미난 식당이다.

 “친정에서도 가마솥으로 한 솥 가득 해다가 풀어서 먹이곤 했거든요(웃음). 그걸 좋아해요. 지금도 여름엔 밭에서 채소나 과일 따다가 손님들 드시라고 소쿠리째 두기도 하고, 옥수수도 아주 한 자루 쪄놓고. 같이 일하는 여사님이 우스개로 ‘다 퍼줘라, 다 퍼줘!’ 하곤 해요(웃음).”

 아마 임재순씨가 돈에 초연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다 퍼줘라’ 하는 말에 임재순씨도 ‘괜찮아, 먹을 건 있어’ 하고 우스개로 대답한다. 돈을 많이 벌겠다기보다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자기 인건비만큼 챙기기 위해 한단다. “뭐, 장사가 잘 돼서 많이 벌면 좋겠지만요(웃음).”

오래된 난로가 아직 건재해서 식당 가득 아늑하게 온기가 돌았다.
오래된 난로가 아직 건재해서 식당 가득 아늑하게 온기가 돌았다.

■전부 옥천 것이랍니다

 식당 하나가 돌아가기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은 참 많다. 그 중에도 정자식당의 일은 남들의 두 배, 세 배로 많다. 오전 10시에 오픈을 하려면 새벽 5시 반에는 일어나 염소를 삶아야 한다. 밭에 나가서 풀을 매며 양쪽을 오간다. 밭에는 뭐가 있나? 없는 게 없다. 호박, 가지, 오이, 참깨, 들깨... 정자식당에 사용되는 채소는 전부 있다. 그렇다. 정자식당 자리는 원래 논밭 한가운데였던 것이다. 아직까지도 식당 앞뒤로 밭이 2천평, 그것으로 장아찌도 담그고 김장도 하고, 밑반찬도 만든다.

 어디 채소뿐일까. 고기도 다 옥천 것이다. 옥천의 염소농장에서 염소 도축이 가능한 청주까지 갔다가 다시 옥천으로 돌아온다고. 집에서 키우는 염소도 몇십 마리 된다(!). 그래도 몸보신을 많이 하는 여름에는 자급자족이 힘들다. 하지만 사더라도 가급적 옥천 것으로 산다.

 이렇게까지 일하면 너무 힘들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임재순씨는 한술 더 뜬다. 정자식당은 휴무일이 없다. 주말, 명절, 공휴일 할 것 없이 늘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열려있다.

 “집에 손님이 와서 밥을 달라는데 어떻게 안 주겠어요(웃음).”

 손님을 오지 말라고 할 수 없으니, 임재순씨는 바쁜 중에 짬짬이 시간을 내어 쉰다. 문을 닫은 뒤나 문을 열기 전, 24시간 열려있는 금강유원지를 찾아 직원과 함께 차를 마시곤 한다고. 열심히 일하다 만끽하는 짧은 휴식이 또 별미란다.

 “마지막으로 아까 손님이 멋있는 사장님이라고 하시던데, 사장님의 멋진 점은 뭘까요?”

 “난 그런 건 모르고(웃음) 그냥 손님들께 항상 감사드리죠. 우리 집 음식을 맛있게 드셔주시니까. 그래서 내가 감사하다고 하면 손님들은 ‘맛있게 해주니 그렇지’ 하셔요. 그래도 참 감사해요.”

"에이, 멋있고 그런 건 난 모르고요(웃음). 그냥 손님들께 감사드리죠."
"에이, 멋있고 그런 건 난 모르고요(웃음). 그냥 손님들께 감사드리죠."
정자식당 안 작은 정원.
정자식당 안 작은 정원.
식당 앞의 밭. 겨울이라 비어있지만 여름에는 푸릇해질 것이다.
식당 앞의 밭. 겨울이라 비어있지만 여름에는 푸릇해질 것이다.
식당 앞에 밭이 있다. 이게 전부는 아니다. 식당 뒤편에도 있다고.
식당 앞의 또다른 밭. 이게 전부는 아니다. 식당 뒤편에도 있다고.
정자식당 건물 외부 모습. 이 자리가 원래는 마당과 연못이었단다.
정자식당 건물 외부 모습. 이 자리가 원래는 마당과 연못이었단다.
돌아나가는 길, 정겨운 인사말과 함께 정자식당의 빨간 화살표 간판이 보인다.
돌아나가는 길, 정겨운 인사말과 함께 정자식당의 빨간 화살표 간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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