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여중, 마을사랑 프로젝트 컬러링북 만들기 '옥천마을산책'펴내다
박행화 미술교사 필두로 국어, 영어, 역사 교과 한 학기 융합수업 진행 결과물
지역출판 고래실에서 1월말 300여권 출간해, 지역 알기 교재로 '딱'

 

선생님의 서문은 이렇게 시작하며 자문한다.  

'알까? 시대의 풍운아 김옥균과 명월의 청풍정에 얽힌 사랑의 이야기를. 느꼈을까? 시시때때로 변하는 소정리 대청호의 다채로운 빛깔과 형용할 수 없는 고리산의 운무를. 올목강가 휘영청 늘어진 버드나무 군락의 거역할 수 없는 태초의 신비를'

학생들은 답을 한다. 

'마을사랑 프로젝트를 하면서 내 삶의 터전이었던 옥천이 새롭게 다가왔다. 잘 아는 것 같았지만, 잘 알지 못했던 낯선 마을이었다는 것을.친구들과 함께 구석구석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마을의 역사와 이름에 얽힌 이야기들을 알아나갔다. 마을 사람들의 삶의 애환이 얽힌 이야기들을 들으며 그들이 일궈온 옥천에 새삼 애정을 느꼈고 그리하여 프로젝트에 더 정성을 다하여 만들어나갈 수 있었다'(이은서 3학년5반)

지난해 옥천여중(교장 김정희) 3학년을 대상으로 영어, 미술, 국어, 역사 등 무려 4과목이 융합해 각자의 수업으로 진행됐던 '마을사랑 프로젝트-컬러링북 만들기' 책이 나왔다. 책은 그야말로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옥천 곳곳을 샅샅히 훑고 다녔던 흔적들이 생생하다. 그림을 본 각도와 구도에서 학생들의 시선이 느껴지고 선 굵기와 표현한 기법에서 한땀한땀 어렵게 그려낸 그 마음들이 느껴진다. 

정지용 생가와 육영수 생가만 그린 것이 아니라 컬러링 북에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옥천의 모습들이 구석구석 담겨 있다. 채색이 안 된 미완성 작품이 그것 그대로 여운이 진하게 남겨진다. 

이 수업을 총체적으로 기획했던 이는 옥천여중 박행화 미술교사, 박행화 교사는 서문에 그 취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힌다. 

'마을교육과정을 꿈꾼지 20여 년 전, 마을 교육에 관심있는 교사들끼리 마을 유적지를 찾고 마을 유래와 지형을 익히며 공부했지만, 이를 나의 수업에 풀어내는 일은 벅찬 과제였다. 올해 이 책을 발간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학교 선생님들의 탁월한 팀워크가 있기에 가능했다. 역사과 장정진, 정홍철, 국어과 박선화, 손정우, 영어과 윤재정, 권지현 선생님 등이 모여 융합수업 주제를 마을사랑 프로젝트로 정하고 교과마다 관련수업을 했다'

"울산에서 한 선생님이 이런 주제로 컬러링 북을 만든 걸 보았죠. 우리도 한번 해봐야겠다. 그것을 모티브로 기획을 하게 된 거에요. 역사 수업은 지역 향토 유적지와 문화재를 조사하는 수업으로, 국어는 마을의 유래 등에 대해 발표하는 수업으로, 영어 수업은 우리마을을 영어로 소개하는 것으로, 미술은 이 모든 것을 최종 융합해 그림으로 그려내는 것으로 이렇게 수업을 기획한 거죠. 각자 개별적으로 수업을 하되 각 수업들이 구슬처럼 꿰어지는 것이니 학생들에게는 납작한 단편적인 수업이 아니라 조금 더 입체적으로 다가왔을 거에요."

각 교과 수업이 서로를 견인하는 그야말로 작품을 만들어가는 합작 프로젝트인 셈이다. 

3학년 6개반이 전부 참여했다. 각 반별로 조를 나눴는데 명수를 정해주지 않고 알아서 하게 했다.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하기 위함이었다. 장소도 알아서 정했다. 다만, 버스를 타고 면 지역으로 가면 갈수록 마을 주민들하고 인터뷰를 통해 자료를 얻어오면 올수록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수업을 설계하며 단지 주마간산식으로 훑어보는 것이 아닌 한발짝 더 들어가서 보게 했다. 

수업은 지난해 1학기 내내 이뤄졌고, 직접 탐방은 연휴가 많이 끼었던 지난 5월에 삼삼오오 짝을 지어 옥천 전역에 퍼져 이뤄졌다. 

이런 과정들이 학생 개개인 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추억으로 인장처럼 깊숙하게 남아있음은 꾹꾹 눌러쓴 글로도 증명한다. 

'무엇보다 조사하면서 일부 지역에서 돌아다녔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역사 유적지를 만나면서 옥천에도 이런 곳이 많았구나 새삼 깨닫게 되었다. 동시에 이런 깨달음을 얻은 것은 그 동안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 반성하고 후회하는 마음도 들었다.?활동속에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면 웃음이 피어난다. 자연과 함께했던 경험, 옥천의 소소한 이야기들, 친구들과의 수다, 친구들과 토라짐, 이 모든 것들이 소중해지면서 행복해진다'(이보영 3학년 1반)

'나는 이번 프로젝트가 굉장히 의미가 있었다. 다른 지역을 조사하는 것보다 우리 지역을 조사해서 더 의미가 있었고 옥천에 대한 애정이 더 생긴 것 같다'(이진주 3학년 4반)

그렇게 모두 120여 점이 완성되었는데 그 중에 작품성 있는 60여 점을 추려 책으로 만들었다. 부러 그 의미를 기리기 위해 책출판도 지역출판사인 사회적기업 고래실에 맡겼다. 사업비는 충북도교육청과 옥천교육지원청 등의 동아리 지원금 등을 박박 긁어 모았다. 

목혜민 학생은 '둔주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반도 지형'을 그렸고, 김두영 학생은 청산까지 가서 청산향교를 그렸다. 박지혜 학생은 안내면 도이리에 있는 후율당을 찾았고, 양선희 학생은 안남면 도농리에 있는 표충사를 찾았다. 각각의 그림에는 설명과 느낌도 덧붙였다.가령 이런 식이다. 표충사에는 '조헌 선생을 기리기 위해 표충사를 짓고 관리하는 후손들도 위대하다고 생각했다. 나의 컬러링북도 조상의 얼을 잇는 작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유적만 있지 않다. 안남배바우작은도서관도, 금강휴게소 풍경도, 옥천체육센터와 옥천경찰서, 옥천공설시장 입구도, 도서관 가는 길목도 컬러링북에 담겨 있다. 각각의 독립된 작품 한장한장을 절취선 따라 북 찢어 유초등학생들과 함께 그림 그리기 수업을 한다면 더할 나위없는 지역 교재 수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가능성을 언니 오빠들이 마련해 준 셈이다. 

선생님은 간절하게 책 서문에 다시금 소망을 밝힌다. 

'우리의 유년을 거쳐 청춘의 모태가 될 옥천이, 어미 닭 가슴 깃털 같은 안온함으로 우리의 삶에 든든한 배경이 되기를 기원하며….'

학교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었다. 행복씨앗학교로 옥천 지역에 첫발을 내디딘 옥천여중이 선두에서 하나씩 무언가를 해내고 있었다. 언제 이런 상상을 했겠는가? 4과목 융합 수업이라니. 학생들이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며 지역과 마을을 수업 안으로 끌어들이다니. 

이런 순간 순간들이 더 모아지고 축적되어 더이상 살아온 곳을 부정하고 폄하하며 도시로 나가려 하는 몸짓보다 지역에 남고 살아가는 것 또한 큰 축복이고 또한 행복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날도 머지 않아 오지 않을까.

 

 

저작권자 © 옥천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