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소담악 너머길 탁금애 대표 인터뷰

11일 부소담악 너머길 탁금애(63, 군북면 증약리) 대표를 만났다.
맷돌커피의 모습. 단팥과 같이 나온다. 설탕이나 시럽을 조절하는 다른 카페와 달리 단팥으로 단맛을 가미한다.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단팥 한 입, 커피 한 모금. 직접 단팥을 섞어 먹는 손님들도 종종 계신다고. 팥은 국산 팥을 쓴다고 한다.

[읍면소식-군북면]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면 카페 부소담악 너머길에서 맷돌커피를 마셔보는 게 어떨까.

맷돌로 간 원두로 내린 커피, 커피와 함께 나오는 단팥. 예사롭지 않은 광경이라 맛을 의심할 수도 있겠지만 오해는 금물. 텁텁하지 않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블로그에 칭찬하는 글이 자자할 뿐만 아니라 전국 커피 애호가들이 직접 옥천에 찾아올 정도다. 

맷돌로 갈고 사이폰(수증기로 커피를 내리는 도구)으로 커피를 내리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지만 대표 탁금애(63, 군북면 증약리)씨가 말하기론 이곳에선 기다림이 커피를 맛있게 먹는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손님들이 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걸 알고 와요. 기다림의 미학? 그런 거죠. 저도 오는 손님들한테 종종 맷돌커피는 세 번 먹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해요. 갈면서 향기를 먹고, 사이폰으로 내리면서 눈으로 먹고, 직접 커피를 먹으니까요."

그의 맷돌커피는 일본 돗토리현에 뿌리를 두고 있다. 3년 전, 해오던 식당을 정리하고 카페 영업을 준비하던 그는 색다른 커피를 위해 전국 각지를 돌아다녔다. 유명한 카페에 대해 실망만 늘어가던 가운데 여행 겸 방문한 일본에서 보석을 발견한 것.

"커피집이 너무 많으니까 그냥 해갖고는 경쟁력이 안 된다고 생각했죠. 뭔가 다른 커피를 만들고 싶어서 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유명하다는 데는 다 가봤는데 솔직히 다 거기서 거기였어요. 그러다 일본 돗토리현에 맷돌커피가 유명하다고 해서 가봤는데 신선한 충격을 느꼈어요. 커피도 맛있고, 같이 나오는 단팥도 안 어울릴 줄 알았는데 정말 잘 어울리더라고요."

위풍당당하게 업종 변경에 성공했다. 물론 특이한 메뉴 덕만은 아니다. 많은 노력이 뒷받침돼야 했다. 맷돌커피를 한국인 입맛에 맞게끔 만들었고, 차나 에이드를 위해 수제청을 담갔다. 간판도 바꿨다. '배꽃 필 무렵'에서 '부소담악 너머길'로. 이전 이름이 많이 알려져 있던 터라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새로운 이름은 동생인 탁영호 작가의 말에서 비롯됐다.

"서울에 있던 애가 와갖고는 부소담악이 정말 예쁘다는 거예요. 보니까 정말 예쁘더라고요. 그래서 옥천 사람들에게 물어봤는데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옥천에 있는데 잘 모르는 게 안타까웠어요. '배꽃 필 무렵'으로 알려져 있던 터라 이름을 바꾸기는 쉽지 않았지만 부소담악을 알리고자 해서 바꾼 거예요. 종종 손님들이 부소담악이 뭐냐고 물어봐요. 그럼 지명이라고 알려주면서 아름다운 곳이 있으니까 가보라고 해요."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맷돌커피를 통해 여유와 휴식을 느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처음에는 너무 이상한 조합이라고 하시지만 다들 먹어보면 참 맛있어 하세요. 그리고 속이 예민하신 분들에게도 맷돌커피가 딱이에요. 원래 속 쓰려서 커피 안 마신다는 분들도 단팥이랑 같이 먹으니까 속이 불편한 게 없다고 하더라고요. 맷돌커피와 단팥의 오묘한 맛을 한 번 느껴보셨으면 좋겠어요!"
 

탁금애 대표가 맷돌에 커피를 갈고 있는 모습.
동생인 탁영호 작가의 신간이라고 한다. 이중섭 작가에 대해 담은 만화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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