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고 배구부 이재관 감독 정년퇴임, 옥천서 25년간 지도자 생활
부족한 선수 수급하기 위해 노력, 김세진 등 대형선수 발굴도
“‘배구의 고장’ 명성 이어지길, 앞으로도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

"배구의 고장 옥천에서 배구감독을 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앞으로도 옥천 배구에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옥천 배구의 대들보' 옥천고등학교 이재관 체육교사가 30년동안의 교직생활을 마치고 11일 퇴직했다. 김세진 선수 등 제자들이 직접 옥천고를 찾아 이재관 감독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했다. 
" 옥천 배구에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옥천 배구의 산증인, 옥천 배구의 전성기를 이끈 지도자, 아버지 같은 선생님…. 옥천고등학교 배구부 이재관 감독(62, 옥천고등학교 체육 교사)을 부를 수 있는 호칭은 매우 많다. 25년이라는 시간 동안 수많은 선수들을 길러내며 열정적으로 옥천 배구를 이끌어왔기 때문일 테다.

 옥천이 ‘배구의 고장’이라는 명성을 갖게 된 데에는 이재관 감독의 역할이 컸다. 30년 동안의 교사 생활을 중 25년을 옥천에서 보낸 그다. 한국 배구의 레전드 김세진 전 러시앤캐시 감독부터, 한성정, 이원중 등 대형 선수들을 발굴해 지도하며 옥천 배구를 빛내왔다. 옥천 배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이재관 감독은 지난 11일 자로 교직 생활을 마감했다. 이재관 감독의 퇴직하는 날, 김세진 전 감독 등 제자들이 은사를 만나러 옥천고를 찾기도 했다. 11일 이재관 감독을 만났다.

 이재관 감독의 고향은 영동군 양산면이다. 과수원 하시는 아버지를 따라 어릴 때 옥천으로 넘어왔다. 삼양초등학교(25회) 재학 시절 우연히 배구를 처음 접했다. 초등학생이던 당시 옥천에서 초등학교 대항 체육대회가 열렸는데 학교에서 1반은 축구, 2반은 송구(핸드볼), 3반은 배구…. 임의로 반마다 활동할 운동 종목을 정했다고. 공교롭게도 이재관 감독의 반이 배구를 하게 됐다. 초등학교 때부터 키가 컸던 이재관 감독에게 선생님들은 배구를 추천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시절 배구를 해나가다가 옥천중학교(22회)로 진학을 했는데 당시 옥천중에는 배구부가 없었다. 잠시 중단됐던 배구는 고등학교 때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충남상고(지금의 대전 중앙고)에서 배구선수의 길로 들어선 이재관 감독은 충남대학교 체육학과에 진학한 후 군에서도 상무대 선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충남대를 졸업한 후 83년도 옥천공고(지금의 충북도립대) 배구부 순회 코치로 처음 코치 생활을 시작했다. 이듬해 제천시 의림여중으로 넘어갔다가 85년도에 옥천공고 배구 감독으로 정식 발령을 받아 본격적으로 교편을 잡았다. 이후 옥천중, 옥천고까지 30년의 교사생활 중 25년을 옥천에서 보냈다.

 

■ 옥천 배구 명맥 유지 위해 발 벗고 나섰던 이재관 감독

 이재관 감독이 교편을 잡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옥천배구에 위기가 찾아왔다. 옥천의 유소년 배구 선수들이 타지로 유출되면서 선수수급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기량이 뛰어났던 선수들 대부분이 1986년과 1987년 제천시에 있는 광산공고(제천상업고등학교)로 진학을 하며 옥천 배구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이재관 감독은 선수들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선수 영입에 애를 썼다. 당시 교사 월급은 35~40만원 수준. 사비를 쓰고 발로 뛰는 등 노력한 덕분에 제천중학교 등에서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었다.

 선수를 영입한 후에도 어려움이 계속됐다. 선수들이 살 수 있는 숙소나 식사 등 생활 지원 시스템이 아예 없었던 것이다. 급한대로 옥천 공고 창고에 임의 숙소를 만들어 선수들의 생활 공간을 마련했다. 그런데 선수들이 밥 먹는 문제도 문제도 이어졌다. 지역에서 학생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기로 했지만, 선수들이 밥을 너무 많이 먹어 한 달 만에 지원이 끊긴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다행스럽게도 같은 학교 학생의 학부모가 운영하던 모모식당에서 선수들에게 식사 지원을 해준 덕분에 학생들이 배곯지 않고 운동을 할 수 있었다. 이재관 감독은 학생들에게 더 많이 해주지 못해 가슴이 아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에 학생들 생활을 위한 시설이나 시스템이 뭐가 있었겠어요. 힘들게 학생들 데려왔는데 잠재울 공간도 없고, 밥도 먹이기 어려웠죠. 모모식당에서 도와주신 덕분에 학생들 밥을 먹일 수 있었어요. 숙소에서 모모식당까지 1.5km 정도 됐어요. 당시 길이 포장도 안 돼 있었는데요. 구불구불한 길을 학생들이 밥 먹으러 매일같이 왔다 갔다 하는 게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학생들에게 더해주지 못해서 지금도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선수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 이재관 감독도 열정적으로 학생들을 지도했다. 그리고 당시 옥천공고는 제천시를 제치고 전국 대표팀을 차지했다.

 2010년대 초반, 당시 옥천고등학교 배구 감독이 징계를 받으면서 감독 자리가 공석이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타지에서 근무하던 이재관 다시 2012년부터 옥천고에서 감독 생활을 이어나가게 됐다. 2011년, 2012년에도 옥천고 배구부에 2년 동안 단 1명의 선수가 들어오는 데 그쳐 배구부 유지가 어려웠던 상황. 이재관 감독은 청원구 오창읍의 각리중학교 등 타지에서 선수를 영입해 인원을 채웠다고. 올해도 각리중학교에서 4명이 옥천고에 입학했다.

이재관 감독
김세진 전 감독
이원청소년문화의집 조광훈 청소년지도사

■옥천고 배구부 수상 이어져, 김세진 등 대형선수 발굴도

 이재관 감독의 지도 하에 옥천고 배구부는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18년에 열린 제29회 CBS배 전국 남·녀 중·고 배구대회에서 옥천고가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바 있다. 같은 대회에서 이재관 감독은 선수 지도력을 인정받아 지도자상을 받기도 했다. 옥천처럼 작은 군 단위에서 배구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옥천 배구 활약의 의미가 더 큰 이유다.

 이재관 감독은 옥천 배구의 강점으로 탄탄한 수비와 조직력을 꼽았다. 더불어 지역 내 초·중·고등학교에 배구부가 있기 때문에 선수 수급이 원활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봤다.

 “수비 중심의 견고한 조직력이 옥천 배구의 전통입니다. 선수들이 탄탄하게 조직력을 갖추고 경기를 운영해나가는 것이죠. 옥천 내 초·중·고등학교에 배구부가 다 있잖아요. 선수를 지도할 수 있는 전문성도 갖춰지는 거고 선수 수급도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는 거죠. 초·중·고 감독님들이 열정도 있으시고요.”

 또한 이재관 감독의 제자들은 프로선수로 성장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한국 배구 간판 김세진 전 러시앤캐시 감독이 있다. 김세진 감독은 선수 시절 국가대표로 활약했고 삼성화재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또한 신생팀인 안산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 감독으로 부임해 지도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OK저축은행은 2014~15시즌부터 2년 연속 챔피언 결정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우리카드 위비의 한성정 선수는 지난해부터 우리카드의 선전에 기여하고 있다. 현대 캐피탈의 이원중 선수 역시 프로 무대에서 꾸준히 출전하고 있다. 이재관 감독은 지도자로서 대형 선수들과 인연을 맺는 것 자체가 행운이라고 말했다.

“지도자를 한다고 해서 훌륭한 선수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는 건 쉽지 않잖아요.. 100명 넘게 선수들을 육성했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선수들과 인연을 맺었다는 게 행복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자들은 이재관 감독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했다.

11일 이재관 감독을 만나기 위해 옥천고를 찾은 김세진 전 감독은 “이재관 선생님의 배구 열정은 둘째가라면 서럽죠”며 “지금까지 어려운 학생들에게 도움도 주시는 등 옥천 배구의 발전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애써주신 분입니다”라고 말했다. 충북생활체육대회 등 여러 대회에서 활약한 이원청소년문화의집 조광훈 청소년지도사는 “선생님은 아버지 같으신 분이에요. 옥천 배구의 명맥이 끊어질 수도 있었는데 선생님 덕분에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며 “월급 타셔도 대부분 저희 제자들에게 쓰다시피 하셨으니까요”고 말했다.

우리카드 한성정 선수는 “제가 금전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던 때 본인 사비를 털어서 도움을 주셨습니다. 대학 진학 후에도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며 “감독님이 제일 좋아하시는 건 TV에 제자들이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고 말했다.

 

■“옥천을 대표하는 배구, 앞으로도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

 이재관 감독은 함께 해준 제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더불어 항상 옥천 배구에 관심과 응원을 아끼지 않는 지역 주민들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더불어 옥천 배구의 명성이 앞으로도 이어지길 바라고 있었다. 이재관 감독의 바통은 이찬희 신임 감독이 이어받는다.

 “배구를 했던 사람이 배구의 고장인 옥천에서, 큰 사고 없이 퇴직할 수 있어 즐겁고 행복합니다. 제가 재임하고 있었던 동안 옥천 배구의 맥이 끊기지 않았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사실 우리 제자들, 선수들이 있어서 감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제 나름대로는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제자들에게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도 크네요. 이제 다음 세대가 옥천 배구를 이끌어나가야 합니다. 신임 감독이 나보다 더 훌륭하고 잘 배구를 이끌어나갈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옥천을 대표하는 운동이 배구 아니겠습니까. 지역에서도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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