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 ‘안남이 곧 학교입니다’
마을공동체 ‘안남이 곧 학교입니다’
  • 오정빈
  • 승인 2020.02.10 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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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서당골 어르신·건강한 먹거리·배바우도서관… 배움의 연속
아이들 스스로 결정·성장하도록 돕는 안내중학교 됐으면

[작은학교 이야기] ‘깡통차기’는 또 누구한테 배워온 놀이일까?

안남 상서당골 마을회관 앞 공터가 시끌벅적하다. 누구 한 명이 ‘빽’ 소리 지르고 깡통을 ‘빵’ 차면 다른 아이들이 우르르 도망친다. 이 중 박연화씨 아이들이 다섯이다. 백두(16), 한라(14), 온유(12), 라온(10), 윤슬(4)이. 

박연화씨는 바로 앞에 노인정이 있어서 시끄럽지 않을까 걱정했다. 어르신들은 고개를 훼훼 젓는다. 어린아이들 목소리를 얼마만에 듣는 건지, 듣기만 해도 좋으시단다. 오며가며 애들 주머니에 쌈짓돈을 챙겨준다. 아이들은 하루 두 번까지도 배바우마트를 종종거리고 다닌다.

대전에 살았을 때는 그때도 작은 마을에서 살았지만 불안을 지우지 못했다. 이웃들은 집 문을 굳게 닫고 살았다. 연화씨도 아이들이 무조건 마당 안에서만 놀도록 했다. 혹여 아이들이 밖에 나갈라치면 따라 나갔다. 쌩쌩 달리는 차에 애들이 치이지는 않을까, 모르는 어른을 따라나서지 않을까 걱정이 끊이지 않았다. 

상서당골에서는 누구도 어르신들 눈을 피할 재간이 없다. 집 바깥으로 나가면 자연스럽게 누군가와 연결된다. 어르신들은 아이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아이들이 다치지 않고 잘 놀고 있는지 유심히 바라본다. 

안전은 먹거리에서도 보장된다. 연화씨는 해도 뜨지 않은 밤 농기구를 챙겨들고 논으로 나서는 어르신들을 안다. 연화씨와 아이들이 먹는 쌀이, 두부가, 콩나물이 누구의 손에서 어떻게 자라는지 본다. 더 이상 아이들의 아토피를 걱정하지 않는다.

가족들의 삶은 안남 사람들의 삶과 총체적으로 연결된다.

“저희 부모님도 농사를 지었지만, 누가 제게 농사를 지을지 물어보면 고개를 저었어요. 걱정됐어요. 농업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나 정부의 정책이나 따갑고 열악했으니까요. 제 부모님이 애쓰시는 걸 알지만 제가 할 수는 없었어요. 그런데 사실 몰랐던 거예요. 안남에 와서 제 삶으로 살아보니 이제야 알게 되는 것들이 있어요. 무엇을 존중하고, 누구와 함께,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요. 이제야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이 답이 아니라는 걸 알겠어요. 아이들이 그 밖의 무엇을 선택하든 원하는 것을 찾아갈 수 있길 응원해줄 수 있어요.”

배바우도서관에서 만난 박연화(42,안남면 상서당골)씨. 4일 촬영.

■ 작은학교 ‘안남, 배바우’ 

‘작은 것’, ‘마을’, ‘공동체’. 이런 단어들에 언제부터 관심을 가지게 된 걸까. 곰곰이 거슬러 올라가보면 대학교 시절 기독교 동아리에서였다.

“주기도문을 보면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라는 말이 있어요. 서로 사랑하고 베풀고 안아주는 그런 사회가 땅에서도 이뤄질 수 있을까요? 말씀이라면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제가 원한다고 그런 세상이 제 앞에 ‘뿅’ 하고 나타나는 건 아니겠죠. 제가 뭘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10년 가까이 주변 지역들을 돌아다니면서 고민했어요.”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옥천에, 안남에 들어왔다. 마을이 운영하는 도서관이 있고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버스가 있었다. 지역과 아이들을 사랑하고 좋은 먹거리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었다.  

“도서관에서 게임 하나를 해도 어른들이 지시하고 아이들이 따르는 게 아니에요. 어른들은 아이들이 목표치를 정하게 하고, 스스로 생각해서 조금씩 해나갈 수 있도록 돕지요. 자기 존중감이 자연스럽게 생겨요. 저희가 주는 건 관심과 사랑이에요. 저희 아이들도 도서관에서 즐거운 추억을 굉장히 많이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흔히, 어릴 때 큰 세상에 나가 큰 것을 보고, 경쟁에서 살아남는 힘을 길러야 한다 이야기한다. 하지만 내가 살아가는 힘이 누군가와의 경쟁에서 나오지는 않는다. 누군가를 밟고 일어나 생긴 힘이라고 한다면 그 힘은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이 아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힘은 충분히 사랑 받고 자기를 존중할 수 있는 데서 나온다. 다른 사람과의 경쟁과 관계없이 내가 내 삶을 조금씩 낫게 하고, 사랑을 받고, 또 사랑하는 과정에서, 제 두 발로 세상을 딛고 일어날 수 있게 된다. 

연화씨는 다른 어떤 곳이 아닌 안남에서 그 힘이 길러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안남이 학교다.

■ 안내중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학교가 아닌, 갈 수 있도록 돕는 학교 되길’

“학생 때는 순응적이고 범생이처럼 살았던 거 같아요.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또 사회에서 원하는 대로요. 대학생활을 시작하고 그제야 ‘내가 바라는 게 뭐지?’ 생각했어요. 우리 아이들은 저보다는 일찍 자신의 가치를 잘 고민하고,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연화씨는 아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테다. 연화씨가 학교에 바라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2018년에 배바우 학생들이 다른 재단 후원을 받아 베트남 여행을 간 적이 있어요.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무슨 주제로, 어디로 여행 갈지 모두 깜깜한 이야기였죠. 아이들이 차근차근 토의해서 결정했어요. 앞으로 가기도 하고 뒤로 가기도 하고, 결국 모든 결정을 다하고 서울 워크숍에서 발표도 했어요. 아이들에게는 절대 잊을 수 없는 일이에요.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인데, 한 거거든요.”

지난해 안내중 싱가포르 여행이 아쉬운 이유가 여기 있다. 베트남 여행과 싱가포르 여행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언뜻 싱가포르가 더 나아보이지만 중요한 건 장소가 아니라 과정에 있다. 

“수학여행 대부분의 과정이 아이들이 수동적이었어요. 이미 결정된 것들이 많았거든요. 교과과정에서 선생님들이 가르치고 싶은 것도 많겠죠. 그런데 어느 부분에서는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학교가 지원해줬으면 좋겠어요.”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는 공모교장제다. 공모교장제는 안내중에 찾아온 기회다.

“안내중학교는 안남과 안내 모두 관심 갖고 아끼는 학교잖아요. 기회를 잘 활용한다면 그 어떤 곳보다 잘 해낼 수 있을 거예요. 경기도 공모교장제처럼 일부 심사위원뿐 아니라 교직원, 학생, 학부모 모두 참여해서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해요.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투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마지막까지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정말 투명하게요. 학교가 마을과 어떻게 힘을 합쳐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위기인 만큼 더욱 터놓고 이야기해야 해요.”

연화씨의 꿈은 분명하다. 연화씨는 안남이 아이들에게 언제든 오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어느 한낮 ‘이모가 해준 떡볶이가 먹고 싶어요’ 말하고 갑자기 찾아와도 이상하지 않은 곳. 연화씨처럼 안남에 안착해도 좋다. 한여름 청보리밭처럼 빛나는 아이들을 함께 키우고, 자신의 몫의 삶을 충분히 살아낼 수 있는 곳. 더 나은 우리, 안남이 되길 바란다.

배바우도서관에서 만난 박연화(42,안남면 상서당골)씨. 4일 촬영.
배바우도서관에서 만난 박연화(42,안남면 상서당골)씨. 4일 촬영.
배바우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 강라온(안남초 3학년) 학생
배바우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 학생들. 왼쪽은 강백두(안내중 3학년), 오른쪽은 민기홍(서울 로봇고등학교 진학 예정) 학생.
배바우 학생·어린이들. 배바우도서관에서는 학생들이 가능한한 휴대폰을 안 사용하기로 서로 약속을 했는데, 오후 2시부터 3시까지는 휴대폰을 가지고 놀 수 있다. 이때는 오후 2시였다.
배바우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 강라온(안남초 3학년) 학생. 오후 2시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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