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엽 원장의 술이야기(20)
김기엽 (향수을전통주연구원장, 군북면 국원리)

조선왕조실록에 세종대왕이 금주령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 있다.

'술을 금지할 적마다 청주를 마신 자로는 죄에 걸린 적이 없고 탁주를 마시거나 혹은 사고 판 자는 도리어 죄에 걸리니, 사정이 딱하다. 지금부터 술을 금하는 기간이라도 무릇 부모 형제에 대하여 환영이나 전송을 하든지, 혹 늙고 병든 사람이 약을 마신다든지, 이를 위하여 매매하는 자는 금하지 말고, 놀기 위하여 술을 마시는 자와 다른 사람을 맞이하거나 전송하느라고 마시거나 매매하는 자는 일체로 금지함이 어떠할지 의정부와 육조와 대간이 의논하여 아뢰라' 하는 내용이 나온다. 또한 고려시대 이규보의 백주시(白酒詩)에는 '내가 예전에 젊었을 때 백주(막걸리) 먹기를 좋아한 것은 맑은 술을 만나기가 드물어 늘 막걸리를 마셨기 때문이었는데, 높은 벼슬을 거치는 동안에 늘 맑은 술을 마시게 되매 또 막걸리를 멀리하게 되었으니, 습관이 되었기 때문인가, 요새는 벼슬에서 물러나 녹이 준 때문에 맑은 술이 계속되지 못하는 때가 있어 하는 수 없이 막걸리를 마시는데, 금방 얹혀서 기분이 나쁘다'라 하였다. 위의 내용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술을 빚어 앙금을 가라앉게 하여 맑은 술 청주를 마셨으며 아무 때나 접할 수 있는 술도 아니고 아무나 마실 수 있는 것도 아닌 '신분의 상징'을 나타내는 고급술이었다.

신분이 낮은 사람은 대부분 흰 술 '백주'를 마셨으며 신분이 높아진 뒤에는 맑은 술 '청주'를 마셨다는 것은 그만큼 청주에 사용되는 원료나 술 빚는 기간, 그리고 빚는 방법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에도 먹고 싶어도 쉽게 먹지 못하는 술, 그것이 우리술 청주인 것이다. 탁주의 반대되는 개념의 술이 청주라고 지난 글에서 이야기했으나 무조건 맑은 술이 청주라고는 하지 않는다. 다음 글에서는 청주의 의미와 원료 및 종류, 제조법에 대하여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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