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달 아래, 청산면민 모였다
둥근 달 아래, 청산면민 모였다
  • 서재현
  • 승인 2020.02.07 0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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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청산면민속보존회 정월대보름 지신밟기 행사 진행
살아 숨쉬는 전통 문화의 저력 뽐내
올 10월 전국대회 제출할 영상·사진 촬영도 이뤄져
"활활 타올라라." 청산면민들은 달집을 태우며 모든 부정을 불사르고 안녕을 기원했다.
한국민속예술 연구가 조진국씨 뒤로 풍물단이 청산 시내를 누비고 있다.
동고사를 지내고 있는 주민들 모습.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은 생기가 없다. 화려한 장신구일지라도 우리는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천장에 굴비를 매달아 놓고 간장에 밥을 비벼 먹으며 굴비를 쳐다보는 자린고비 이야기처럼, 우리는 옛 것의 아름다움을 상상할 뿐, 온전히 체감하지 못한다. 그만큼 전통과 문화란 그 속에 사람이 함께 해야 진정한 맛이 난다. 전통문화 계승의 필요성이 계속해서 제기되는 이유다. 

지난 2일, 전통문화 명맥을 잇고 있는 청산면민들 만났다. 영하 5도의 날씨에, 오전 내내 안개가 자욱해 체감 온도는 더욱 낮았지만 주민들은 시종일관 흥겹게 꽹과리를 치고 몸을 흔들었다. 
청산면 민속보존회 회원들은 수백년간 이어져 오던 세시풍속인 '정월대보름 지신밟기'를 매년 해오고 있다. 

이날도 교평리, 대동리, 백운리 등 청산면 곳곳을 오가며 지신밟기 행사를 벌였다. 놀 줄 아는 청산면민들의 흥겨움은 밤늦도록 계속 됐다. 저녁 7시, 보청천 인근에서 달집을 태우며 모든 부정을 불사르고 면민들의 안녕을 기원했다.  

청산면 민속보존회는 지난해 10월 열린 제25회 충북 민속예술축제에서 단체·개인부문 모두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로써 올 10월 열리게 될 한국민속예술축제에 도 대표로 출전할 자격을 얻었다. 청산면 민속보존회는 전국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날 지신밟기 행사가 더욱 중요했던 건 한국민속예술축제에 제출할 영상·사진 촬영 작업이 같이 이뤄졌기 때문. 옥천문화원이 후원한 영상촬영팀과 전문사진작가 총 50여명이 섭외됐고, 충북MBC 또한 청산면의 살아 숨쉬는 전통의 모습을 담기 위해 현장을 찾아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더 나은 장면을 뽑아내기 위해 청산면 민속보존회는 같은 장면을 수차례 반복했다. 고단한 작업이었지만 그들은 티를 내지 않고 웃어보였다. 오히려 기자와 사진작가들에게 "고생이 많다"는 말을 건네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늦은 오후, 풍물단이 교평리로 이동하자 교평리 마을회관 앞에서는 주민들이 새벽부터 볏짚을 얽어 만든 40~50m 길이의 강줄이 완성되고 있었다. 

청산면 민속보존회 회원들과 교평리 마을 주민들은 300kg 이상 나가는 강줄을 마을 한 가운데로 옮겼고, 그곳에서 강줄다리기 행사를 벌였다. 강줄을 매고 뒤로 눕는 주민들도, 힘에 밀려 앞으로 끌려가는 주민들도 모두 호쾌하게 웃어 보였다.

청산면민속보존회 김기화 회장은 "과거가 있어야 현재와 미래가 있다. 전통을 잘 계승할 수 있도록 무형문화재 지정과 같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올 10월 열릴 전국대회를 대비해 1월부터 모든 회원들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낮에는 생업에 종사하고 해가 지고서야 지친 몸을 이끌고 연습을 한다. 항상 고생하는 회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국민속예술연구가이자 청산면 민속보존회 지신밟기의 연출가인 조진국씨는 "이번 행사는 기록화사업이 함께 진행돼 의미를 더했다. 촬영을 하느라 같은 장면을 5~6번 반복하면서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사명감에 부풀어 있다. 이번 전통문화의 재현이 민속 문화 발전의 교두보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옥천문화원 김승룡 원장은 "청산면 지신밟기를 알리려 해도 어디 내놓을 홍보자료가 없더라. 이번 기록화 작업은 홍보용으로 쓰이는 것은 물론 향토사 사료를 발굴하고 보존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며 "민속보존회 회원들이 하루 종일 힘들었을 텐데 누구 하나 짜증내는 사람이 없더라.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청산면 민속보존회 회원들은 교평리 마을회관에서 콩나물 비빔밥과 수육으로 허기를 달랜 후, 1시간가량 휴식시간을 가졌다. 저녁 7시 무렵, 달이 뜨고 어둠이 짙게 깔리자 청산면 민속보존회 회원들은 다시 보청천 인근에 모였다. 미리 준비해둔 달집에 불을 붙이며 이날 행사를 마무리했다. 도시에선 더 이상 볼 수 없는 쥐불놀이가 진행되기도 했다. 
까만 밤, 풍요의 상징인 달을 바라보며 청산면민들은 장구를 치고 노래를 불렀다. 누군가는 간절히 소원을 빌기도 했고, 또 누군가는 보름달에 가까워지고 있는 달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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