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인연이 사시사철 피어 있는 ‘꽃골짜기’ 놀러오세요
소중한 인연이 사시사철 피어 있는 ‘꽃골짜기’ 놀러오세요
  • 조서연
  • 승인 2020.02.0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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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화의 생동감과 드라이플라워의 수명, 조화의 화려함 가진
임효옥씨의 ‘보존화’ 공방 꽃골짜기
대중적인 꽃부터 이름 모를 들풀까지
끝없이 배우고 가르치며 꽃의 길 걷는다
금구리의 보존화 공방 '꽃골짜기'에서 임효옥씨를 만났다.
금구리의 보존화 공방 '꽃골짜기'에서 임효옥씨를 만났다.
흰 구름은 한지로, 글씨와 꽃, 풀은 보존화를 활용했다.
흰 구름은 한지로, 글씨와 꽃, 풀은 보존화를 활용해 만들었다.
알록달록, 벽에 가득 걸려있는 이것들, 자세히 보니 어디서 많이 봤던 것들이다.
알록달록, 벽에 가득 걸려있는 이것들, 자세히 보니 어디서 많이 봤던 것들이다.

[상가탐방] 알록달록, 형형색색의 꽃이 벽에 가득, 장식장에도 가득, 심지어는 시계나 거울, 찻상에도 가득 들었다. 가만, 다시 보니 꽃이 아닌 것들도 끼어 있다. 색깔이 달라서 그렇지, 저것은 단풍나무, 요것은 부들, 강아지풀과 갈대, 억새, 솔방울... 벼농사 골칫덩이인 피, 나물인 냉이와 쑥까지 있다. 그런데 익히들 아는 그 색깔과는 전혀 다르다! 저것들은 시들지도 않나? 저 안에 있으면 꺼내지도 못할 텐데. 그렇다. 시들지 않는다. 임효옥씨가 특별한 약품으로 염색과 보존처리를 한 프리저브드 플라워(Preserved flower), 보존화이기 때문이다.

 읍 화계리 출신, 군동초를 나와 옥천여중을 졸업한 임효옥씨는 일을 하느라, 시집을 가느라 이곳저곳 옮겨 다녔다. 서울, 대전, 대구... 그러다 다시 돌아온 고향에서 ‘어떤 인연’을 만났다.

 “96년도에 다시 옥천으로 왔어요. 그때 마을금고 직원이 문화원에서 꽃을 배운다고, 나한테도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많이 친했나 보다구요? 아뇨, 그런 건 아니었는데(웃음)... 어떻게, 그럴 인연이 됐던 거지요.”

 임효옥씨는 ‘인연’의 존재를 믿는다. 잠시잠깐 지나는 것도, 오래도록 이어지는 것도 모두 그에게는 소중한 인연이다. 개중에도 꽃과의 인연은 손에 꼽을, 아주 길고 소중한 것일 터다. 벌써 25년째, 시들지도 끊어지지도 않고 점점 더 생생하게 두터워지는 꽃과의 인연. 그 인연은 꽃골짜기 공방에 활짝 피어 있다.

장미꽃을 보존화로 만든 것이다. 염색은 따로 하기 때문에 색 표현이 자유롭다. 그러데이션 장미도 있다!
장미꽃을 보존화로 만든 것이다. 염색은 따로 하기 때문에 색 표현이 자유롭다. 파란 장미나 그러데이션 장미도 있다!
연두색 맨드라미라니,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어? 바로 여기 있다. 게다가 하얀색, 검은색, 아주 다양하다.
연두색 맨드라미라니,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어? 바로 여기 있다. 게다가 하얀색, 검은색, 아주 다양하다.

■‘보존화’가 뭔가요?

 “꽃꽂이, 원예, 꽃 쪽으로 웬만한 건 다 해봤어요. 방송통신대에서도 벌써 6년째 공부 중이고요. 단순히 생화만으로는 돈이 안 되니까요(웃음). 특히 생화의 생동감을 참 좋아하는데, 생화는 너무 빨리 시들어버려요. 조화나 드라이플라워는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조화는 살아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드라이플라워는 먼지도 많이 나고 부스러져서요. 색이 한정돼있다는 단점도 있죠.”

 생화의 생동감을 가지고 드라이플라워처럼 오래 가면서도 조화처럼 화려한 것. 유토피아 같기만 한 그 무언가를 오랫동안 찾아 헤맸다. 그러다 만난 것이 바로 보존화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꽃을 특수용액에 담근다. 탈수와 탈색을 거쳐 염색과 보존처리 과정까지 마치면 보드라운 결은 그대로, 빛깔은 더 화려하게 재탄생한다.

 보존화는 염색을 해서 색을 입히다 보니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무한히 많다. 자연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아서 꽃말이 ‘불가능’이라는 파란 장미부터 그러데이션 장미, 무지갯빛 장미. 어디 장미뿐일까, 대중적인 안개꽃이나 카네이션, 수국, 꽃과 함께 장식할 유칼립투스 등의 이파리까지. 무한한 재료로 무한한 색 표현이 가능하다. 게다가 관리만 잘 하면 5년까지도 그대로 유지된다고. 꽃 선물이 더이상 '시들어 없어지는 것'이 아니게 된다!

 “2013년쯤 보존화를 알게 됐어요. 그런데 수강료만 300만원을 내야 한다잖아요. 너무 비싸서 안 하려고 했는데(웃음) 저희 선생님이 조금 싸게 가르쳐주셨어요. 이분이 세계에서 알아주는 명인이시거든요. 다 때가, 인연이 맞아야 하는 건가 봐요.”

억새를 그러데이션 염색했다. 분홍빛이 신비롭다.
억새를 그러데이션 염색했다. 분홍빛이 신비롭다.
"이건 냉이 씨예요. 네, 나물로 먹는 그 냉이요."
"이건 냉이 씨예요. 네, 나물로 먹는 그 냉이요."
"이것도 냉이인데 이건 종류가 달라요. 못 먹는 냉이(웃음)."
"이것도 냉이인데 이건 종류가 달라요. 못 먹는 냉이(웃음)."
빨간색 솔방울이다! 임효옥씨는 길 가다 본 솔방울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고.
빨간색 솔방울이다! 임효옥씨는 길 가다 본 솔방울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고.

■꽃골짜기만의 특별한 점, 작고 소중한 인연

 그 중에도 꽃골짜기 공방의 보존화가 더 특별한 점. 임효옥씨는 야생화를 즐겨 사용한다. 공방의 벽에 한가득 걸려 있는 색색의 것들은 모두 길에서 흔히 보이는, 하지만 이름도 잘 모르는 들풀이다. 누구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잡초라도 임효옥씨에게는 참 소중하고 예쁘다.

 “이건 냉이 씨예요. 네, 나물로 먹는 그 냉이요. 냉이를 안 캐고 자라게 두면 이렇게 크게 자라서 씨를 맺어요. 그리고 여기 이것도 냉이인데, 이건 먹는 냉이랑은 다른 종류예요. 못 먹는 냉이(웃음). 이건 쑥이고요. 여기 이건 제가 특히 좋아하는 건데, 방동사니라고 해요. 너무 예쁘지 않아요? 시골에 있는 게 다 풀이고, 다 버려지게 될 것들이잖아요. 제 눈에는 그것들이 참 예쁘게 보여요.”

 일부러 시골길을 다니며 야생화를 모아온다. 물가에도 부러 찾아간다. 길가에 떨어진 솔방울 하나도 그저 지나치지 않는다. 이건 아시죠? 이건 부들이고요. 이건 억새, 그건 갈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지요? 이건 연밥이고 이건 쑥 씨이삭, 이건 유채꽃 씨이삭, 저건 소리쟁이, 방동사니...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던’ 잡초들이 임효옥씨의 손에 들어와 이름을 되찾고 꽃이 된다. 잘 안다고 생각했던 쑥과 냉이도 화려한 색으로 몰라보게 탈바꿈했다. 길에서 만났다면 밟고 지나갔을 인연이지만 새삼스레 바라보고, 마음에 담고 이름을 익힌다. 마치 길에서 흔히 보이는 강아지풀이 ‘라그라스’라는 새 이름으로 사랑받고 있는 것처럼.

꽃으로 태극문양을 만든 찻상이다. 찻주전자와 함께 있으니 한층 더 멋스럽다.
꽃으로 태극문양을 만든 찻상이다. 찻주전자와 함께 있으니 한층 더 멋스럽다.
강아지풀 드레스를 입은 인형. 사실은 아직 미완성이다.
강아지풀 드레스를 입은 인형. 사실은 아직 미완성이다.
개구리가 탄 자전거 바구니에 꽃이 피었다. 원래는 자전거만 있던 것에 임효옥씨가 꽃과 개구리를 더한 것이라고. 깜찍하기 짝이 없다.
개구리가 탄 자전거 바구니에 꽃이 피었다. 원래는 자전거만 있던 것에 임효옥씨가 꽃과 개구리를 더한 것이라고. 깜찍하기 짝이 없다.
꽃잎으로 만들어낸 사과와 배. 원형 그대로의 모양과 반을 뚝 자른 것, 조각난 것, 토끼 모양(!) 사과까지 다양한 모양을 냈다.
꽃잎으로 만들어낸 사과와 배. 원형 그대로의 모양과 반을 뚝 자른 것, 조각난 것, 토끼 모양(!) 사과까지 다양한 모양을 냈다.

■꽃으로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선생님

 꽃과 풀이 색만 새로 입는 것은 아니다. ‘꽃 쪽으로 웬만한 것은 다 해본’ 임효옥씨가 모양을 예쁘게 잡아주면 꽃다발이 되기도 하고, 시계나 거울, 찻상, 접시 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아름다운 드레스나 부부의 모양, 과일 모양도 만들 수 있다!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꽃골짜기 공방에는 각종 인테리어 소품들도 가득하다. 장미꽃 바구니 자전거를 탄 개구리, 꽃잎 하트를 붙인 고양이... 가깝게는 근처 다이소에서, 멀게는 대전이나 서울까지 가서 모셔 온 것들이다.

 “이런 소품을 찾아서 오시는 분도 꽤 계세요. 그냥 파는 것보다 이렇게 장식을 더하면 훨씬 예쁘고 특별하잖아요.”

 꽃이 좋고, 배우고 가르쳐주는 게 좋다는 임효옥씨. 그렇다 보니 공부를 이어가면서 선생님이 되어 수업도 많이 한다. 수업을 나가서 가르쳐주는 것도 이런 것들이다. 원예치료, 생활원예, 아트플라워, 꽃꽂이... 꽃이 꽃으로만 있지 않고 나의 일상으로 들어와 아름답게 꾸며진다. 그러니 흥미도 훨씬 높아진다.

 “이곳저곳 학교 수업도 많이 나가요. 꽃 뜯으러 다니느라 홍보는 잘 못 하는데(웃음) 해보신 선생님들이 전근 다니시면서 추천을 해주시더라고요. 학교만 가는 건 아니고 주민자치프로그램, 두드림... 올해는 치매안심센터 수업도 나가요. 작년 경기가 좀 저조했는데 연말에 상담이 많았거든요. 올해부터 노력의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예감이 왔어요(웃음).”

고양이 배에 하트가...! 비명을 감추지 못할 귀여움이다.
고양이 배에 하트가...! 비명을 감추지 못할 귀여움이다.
공방 한편에 가득히 꽂힌 꽃다발들. 생화와 달리 완제품을 만들어놔도 안심이다. 대전으로 납품할 것들이라고.
공방 한편에 가득히 꽂힌 꽃다발들. 생화와 달리 완제품을 만들어놔도 안심이다. 대전으로 납품할 것들이라고.
꽃골짜기 공방 내부의 모습. 꽃과 소품으로 가득 찼다.
꽃골짜기 공방 내부의 모습. 꽃과 소품으로 가득 찼다.
꽃골짜기 공방 외부 모습이다. 카페 카즈 앞 건물에 있다.
꽃골짜기 공방 외부 모습이다. 카페 카즈 앞 건물에 있다.

 

■어서오세요, 꽃골짜기에

 “공방 이름을 어디서 따 왔냐구요? 화계(花溪)리, 고향 마을 이름에서 따 온 거예요. 아무래도 꽃 골짜기에서 태어나 꽃이랑 사는 모양이지요. 저희 시댁은 곶감을 하시거든요. 곶감 이름은 ‘달밖에 곶감’이에요. 시댁이 월외(月外)리라서요. 시집 참 잘 갔지요(웃음).”

 꽃골짜기 공방은 금구리, 카페 카즈 앞 건물에 가만히 자리하고 있다. 마치 야생화처럼, 지나가자면 얼마든지 모른 채 지나칠 수 있지만 일단 눈에 담고 나면 참 곱고 예쁘다. 꽃을 사고 싶은 사람도 자격증을 딸 사람도 취미를 즐기려는 사람도, 새로운 인연은 언제든 환영이다. 소소한 간식거리와 화려해진 야생화가 기다리는 곳.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눈요깃거리가 가득한 곳. 꽃골짜기로 어서들 들어오시라.

 

주소 : 읍 중앙로 4길 9-6 1층(금구리 29-5)

전화번호 : 010-9402-2797, 043)733-2797

꽃으로 장식된 시계. 시간을 확인할 때마다 행복해질 것 같다.
꽃으로 장식된 시계. 시간을 확인할 때마다 행복해질 것 같다.
상을 받았던 작품들과 찍은 사진이다.
상을 받았던 작품들과 찍은 사진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상을 받은 그 작품!
그리고 이것이 바로 상을 받은 그 작품! 인형은 한지로 만들었고, 머리카락과 입술 등은 모두 보존화다.
좋은 것은 가까이서 보면 더 좋다.
좋은 것은 가까이서 보면 더 좋다.
강아지풀을 보존화로 만든 '라그라스'도 잔뜩 있다. 알록달록 색도 제각각이다.
강아지풀을 보존화로 만든 '라그라스'도 잔뜩 있다. 알록달록 색도 제각각이다.
장식장마다 소품으로 가득 채웠다.
장식장마다 소품으로 가득 채웠다.
스마트미러를 활용했다. 얼핏 평범한 거울처럼 보이지만 버튼을 누르면, 짜잔! 액자가 된다.
스마트미러를 활용했다. 얼핏 평범한 거울처럼 보이지만 버튼을 누르면, 짜잔! 액자가 된다.
임효옥씨가 가장 신나게 이야기한 것들은 아무래도 야생화다. "이 꽃은 사실 저도 이름을 몰라요(웃음). 그래서 제가 이름을 붙였어요. 별꽃이라고. 어때요, 어울리죠?"
임효옥씨가 가장 신나게 이야기한 것들은 아무래도 야생화다. "이 꽃은 사실 저도 이름을 몰라요(웃음). 그래서 제가 이름을 붙였어요. 별꽃이라고. 어때요, 어울리죠?"
"신기한 게 얼마나 많은데요. 기자님한테 제일 신기한 것들로 보여드려야지(웃음)."
"신기한 게 얼마나 많은데요. 기자님한테 제일 신기한 것들로 보여드려야지(웃음)."
임효옥씨의 명함이다. 명함에도 보존화 작품을 활용했다.
임효옥씨의 명함이다. 명함에도 보존화 작품을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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