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산·김상훈·정영석 청년농, 농사 뛰어든 계기 달랐지만
목표는 하나 '진짜 농사꾼 거듭나는 것'
과외 선생은 '깻잎 전문가' 이수우 한농연 회장
"올해 2천평 부지 포도 농사 지으며 과수 섭렵하는 게 단기 목표"

14일 군서면 동평리 깻잎 밭에서 이대산(27, 옥천읍 금구리)·김상훈(27, 대전시 서구)·정영석(27, 옥천읍 금구리)씨를 만났다.

[옥천을 살리는 옥천푸드] 모두 농업에 뛰어든 계기는 제각각이다. 하지만 목표는 같다. 현장에서 부딪치고, 알아가며 제대로 된 농사꾼으로 성장하는 것. 농사 스승인 이수우 한농연 회장이 말한 것처럼 '20년 이상을 바라보는 게 농업'이다. 아직 농사에 '농(農)'을 알까 말까 한 이들이지만. 일찍이 농사꾼이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작은 시작점은 찍은 셈이다.

14일 만난 이대산(27, 옥천읍 금구리)·김상훈(27, 대전시 서구)·정영석(27, 옥천읍 금구리)씨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그런 친구사이였다. 그도 그럴것이 이대산씨는 김상훈씨와 옥천중·옥천상고 동창이고, 정영석씨와 충북도립대 동기이기 때문. 모두 이대산씨라는 연결점을 가지고 군서에서 농사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깻잎 농사 뿐 아니라 육묘업을 아버지를 따라 어렸을 때부터 농사일을 배웠어요. 늘 하던 일이기는 했는데 이제는 본업이 된 거죠. 어렸을 때는 반항도 많이 했어요. 아버지 일을 물려 받지 않고도 나가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사회는 냉정했고요. 결국 내가 꾸준히 해왔고 잘 할 수 있는 건 농사 짓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대산)

이대산씨는 군서면에서 깻잎농사와 육묘업을 하는 이수우 한농연 회장의 아들이다. 도립대 졸업 이후 잠깐 타지에서 회사 생활을 해봤지만, 체질에 맞지 않았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아버지 뒤를 잇기로 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쉽게 보일 수 있겠지만 그에게는 되레 큰 부담감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더 부지런히 움직인다.

"저는 지금 옥천읍에 살고 있는데 보통 새벽 4~5시에 군서로 출근해요. 출근하면 하우스 관리부터 시작하죠. 아버지가 해놓으신 육묘장 관리 뿐 아니라 저희가 키우고 있는 깻잎들도 돌보죠. 일이 없을 때는 인근 비닐하우스 개보수 현장에 가서 일을 도와요. 소일거리라도 해서 돈을 벌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하고 있어요." (이대산)

세청년의 농사 길라잡이는 이수우 회장이다.

이대산씨를 기점으로 지난해 김상훈씨가 군서에서 농사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정영석씨는 가장 최근 합류했다. 상훈씨는 가장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영석씨는 수직적인 회사 생활이 맞지 않아 농사를 택했다.

"22살에 결혼을 했어요. 아이는 현재 5살이고, 지금 아내 뱃속에도 한 생명이 자라고 있죠. 요새 들어 더 가장의 무게를 느껴요. 재작년까지만 해도 대전에 있는 간판회사에서 1년 정도 일했어요. 적성에 맞아서 개인 사업장까지 내보려고 했는데 경기가 참 어렵더라고요. 사업을 시작하려는 청년에게 넘어야 할 벽은 꽤 많았어요. 그래서 대산이를 따라서 농사를 짓기로 마음 먹었죠.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사회에서 일하는 것보다 마음이 편하고, 치이는 일도 없어요." (김상훈씨) 

"영동 용산면이 고향이에요. 대산이와는 대학에서 만났죠. 대학 다닐 때도 종종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농사 일을 돕곤 했어요. 본격적으로 농사 일을 해보겠다고 마음 먹은 이유는 수직적인 회사 구조가 저와 맞지 않았음을 느꼈기 때문이에요. 8개월 정도 청호나이스 계열사에서 일했는데 제 성과를 인정받기도 너무 어렵고, 수직적인 분위기도 적응하기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렇게 군서에 오게 됐죠." (정영석씨)

최근 이들 세청년의 손으로 만든 뿌듯한 결과물이 있다. 바로 1동 비닐하우스를 가득 메운 깻잎들이 그 주인공. 지난달 깻잎 모종을 손수 심고, 틈날 때마다 물과 영양제를 주며 애지중지 키우고 있다. 가장 힘들었던 건 쭈그리고 앉아서 하는 모든 일이다.

"아무래도 쭈그리고 앉아있을 일이 드무니까 허리도 아프고, 무릎도 아프고 그래요. 그래도 훌쩍 자란 깻잎을 보면 뿌듯한 마음이 들어요." (이대산씨)

 이외에도 이수우 회장이 운영하는 육묘장을 직접 관리하기도 한다. 포트에 흙을 채워 고추, 깻잎, 벼 등 다양한 육묘를 심는 일이다. 다 자란 육묘들은 논산, 공주, 익산, 금산 등 전구 각지로 나간다. 농부의 손에 안착되기 까지 알뜰살뜰하게 키우는 게 이들의 몫이다.

포트에 흙을 채우는 작업에 한창인 세청년의 모습.
포트에 흙을 채우는 작업에 한창인 세청년의 모습.
육묘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적절한 수분 공급도 필요하다. 이같은 관리를 이대산씨가 도맡아 하고 있다.

요즘 세청년은 새로운 도전 2가지를 계획하고 있다. 하나는 종자기능사 시험을 보는 일, 다른 하나는 2천평 부지에 포도를 심어보는 일이다. 모두 세청년에게 농사를 전수하고 있는 이수우 회장이 권유한 일이다. 

"농사라는 게 그래요. 20년 정도 길게 봐야되죠. 아들 뿐 아니라 친구들이 제 밑에서 알았으면 하는 건 농사 전반에 대한 것이에요. 종자기능사 시험을 보라고 권유한 이유도 선택지를 넓혀주기 위해서에요. 종자기능사 자격증이 있으면 농원을 운영할 수 있으니까. 그런 걸 염두해 뒀죠. 올해는 2천평 부지에서 포도를 심게 해볼 예정입니다. 육묘, 깻잎 뿐 아니라 과수 등 다양한 농작물을 키워봐야 능력치가 올라가겠죠?" (이수우씨)

이대산씨는 현재 후계농 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된 신규농업인 학교 1년 과정을 수료했다.

"실제 교육을 통해 농업에 종사하는 지역 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교육을 통해 정보를 얻고, 실제 현장에서 실습도 하면서 많이 배웠죠. 두 친구도 아마 올해 있을 신규 농업인 학교에 신청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대산씨)

후계농 준비를 해가면서 느끼는 게 많다. 기반이 없는 청년농들이 농업에 진입하기에 장벽이 너무 높다고 생각한다. 

"청년농으로 지원을 받으려면 갖춰야할 기준 자격이 많고, 문턱도 높다고 생각해요. 청년농들이 지역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어떤 기준이나 제한 요건을 세우는 것보다는 농사 지을 기회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만 해도 사실 아버지가 있었기 때문에 무리 없이 일을 시작할 수 있었지만, 이런 기반이 없는 청년농들도 많잖아요. 청년농들이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문턱을 낮추고 실제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대산씨)

김상훈씨와 정영석씨는 큰 목표를 세우기 보다는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최선을 다해 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사를 배우려고 마음 먹은지 얼마되지 않은 만큼 현장의 다양한 노하우들을 차근차근 습득해 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거창한 목표라고 할 것은 없어요. 아버님이 알려주시는대로 더 많이 배워야죠. 버티고, 참고, 인내하는 것. 그게 제가 할 일이죠." (김상훈씨)

"저는 10년이 지나고 저를 돌아봤을 때 제가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그걸로 충분히 행복해요. 주어진 현재 상황에서 후회없이 배워보려고 합니다." (정영석씨)

흔히 농사 짓기로 마음 먹은 청년농이나 귀농인이라면 지레 농사에 대한 로망이라든지, 수입에 대한 기대라든지. 새로운 환경을 진입하는 것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이다. 그래서 폐해도 많다. 그렇기에 이들의 담백하고 솔직한 목표들이 더 와 닿는다.

"육묘업은 시작점이라고 생각해요. 이 시작점을 잘 거쳐가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지금은 농업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들을 축적해 가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그러다보면 종국에는 제가 원하는 큰 그림이 완성되지 않을까요? 한 농원을 운영하는 대표, 충북에서 제일 가는 농업 종사자가 되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이대산씨)

14일 군서면 동평리 깻잎 밭에서 이대산(27, 옥천읍 금구리)·김상훈(27, 대전시 서구)·정영석(27, 옥천읍 금구리)씨를 만났다.
14일 군서면 동평리 깻잎 밭에서 이대산(27, 옥천읍 금구리)·김상훈(27, 대전시 서구)·정영석(27, 옥천읍 금구리)씨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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