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통의 단과학원, ‘주판을 꺼내들다’ 기린영수학원 홍은주 원장
25년 전통의 단과학원, ‘주판을 꺼내들다’ 기린영수학원 홍은주 원장
  • 이해수
  • 승인 2020.01.14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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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다니는 교회에서 다문화가족 학생 위한 봉사활동도
​​​​​​​호산밴드 메인보컬로도 수년째 활동 중, 묘목축제 초대공연 준비도 
25년 째 기린영수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홍은주 원장, 벽에 걸려 있는 대형 주판을 보여주고 있다
25년 째 기린영수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홍은주 원장, 벽에 걸려 있는 대형 주판을 보여주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부터 사용되어 온 주판. 기원전에 발명된 물건이 조금씩 형태를 수정해가며 아직까지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20년 조선총독부에서 조선주산보급회를 조직하면서 활성화되었고, 1936년 당시 보성전문학교(지금의 고려대학교)에서 주산경기대회를 연 것을 계기로 각종 대회가 개최되었다. 

 현재 쓰이고 있는 주판의 형태는 1932년부터 사용된 것이며, 광복과 더불어 상업학교에서 주산이 의무교육이 되며 활용도가 높아진다. 이렇듯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주산의 명맥을 우리 고장에서 25년 째 이어가는 사람이 있다. 장야초등학교 앞에서 옥천에 하나 뿐인 주산학원, 기린영수학원을 운영하고 계신 홍은주 원장이다. 

 ‘코딩’교육이 한참인 시대에 ‘주산’이라니 누군가는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다는 얘기를 할지 모르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렇지 않다. 오히려 컴퓨터나 전자계산기보다 더 빨리 인간의 암산 능력을 향상시킨다. 수학은 모든 이과 학문의 기초라 주산으로 단련된 연산능력은 과학 등 다양한 갈래의 학문으로 나가는데 큰 역할을 한다고. 

 그와 이야기를 해보면 단과 학원 원장의 이미지는 단박에 깨진다. 주말에는 벌써 수년째 다문화 가정 학생들을 위해 수학강의 봉사를 하고, 지역 밴드 메인보컬로도 수년째 맹활약 중이다. 다채로운 그의 삶속으로 들어가 보자.  

 

주산에 대한 열정, 학원 수업으로 이어지다

11살 때부터 주산을 배웠다는 홍은주 원장은 대전 천동초등학교 6학년부터 대전여중 1학년까지 2년 간, 대전시의 대표로 선출되어 대회를 석권했다. 대전여상을 다니던 시절에는 대전세무소, 대한상공회의소 등에 불려가 산더미 같은 서류의 통계를 주판으로 작성했다. 월등한 실력으로 고등학교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통계까지 담당했다고 하니 유년기와 청소년기에서 주판이 빠질 수 없는 존재였을 것이다. 고향은 대전이나 옥천에서 용호태권도장을 운영하던 이찬섭씨를 만나 25년 간 ‘기린영수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수학 단과 수업을 담당했으나 공부도 잘하고 수식을 잘 세워도 연산에 오류가 많은 학생들을 보고, 학원의 교육과정에 주산을 도입할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공부를 아주 잘 하는 학생이 있었는데, 연산에 실수가 많았어요. 시험 삼아 6개월 간 주산을 도입해보기로 했는데 짧은 기간에도 월등하게 실력이 상승했어요.” 

 홍은주 원장은 이를 계기로 교과 과정에 주산이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유치부와 저학년부(초등학교 3학년)까지 학원의 수업 과정에 주산을 도입하게 된다.

현재 장야초등학교 앞에 위치해 있는 기린영수학원, 주산을 도입한 수업은 물론 수학과 영어 단과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장야초등학교 앞에 위치해 있는 기린영수학원, 주산을 도입한 수업은 물론 수학과 영어 단과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산 능력, 순발력과 집중력을 키우다

 처음에는 주산을 제외한 단과 학습을 원하는 학부모들이 많았다. 

 “학부모들께 ‘요새 누가 주산을 해요’ 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렇지만 세 분 중에 한 분은 꼭 다시 오세요. 가장 감사한 부분은 한 번 다니는 친구들은 6년, 7년씩 오래 다닌다는 거예요. 80~90%가 계속 찾아준다는 것은 그만큼 만족한다는 의미인 것 같아서 보람이 있어요”

 학원에서 같이 수업을 해봐도 주산으로 기초를 다지는 친구들과 단과 수업만 받는 친구들에게서 수에 대한 이해도나 연산능력에 차이가 있다고 한다. 특히 아직 어린 아이들이 주판을 놀이라고 생각해서 호기심을 갖고 재밌어하기에 수에 대한 흥미도가 높아진다. 처음에는 왜 3+2가 5냐고 묻던 아이도 2년이 지난 지금에는 곱셈까지 모두 암산으로 계산한다. 주산을 활용해 덧셈과 뺄셈은 물론이고 곱셈과 나누기, 심지어 소수와 분수까지 암산으로 계산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암산능력을 키우고 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활용하며, 숙련자의 경우 계산기보다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한다. 

 불러주는 숫자를 집중해서 듣고 계산해야 해서 순발력과 집중력도 높일 수 있다.

기린영수학원의 수학 강의실
기린영수학원의 수학 강의실

 

주산의 활성화와 소외계층의 교육을 위해 노력하다

현재 삼양초등학교와 죽향초등학교를 비롯한 우리 고장의 각 학교에 주산이 방과 후 수업으로 들어가 있다고 한다. 홍은주 원장은 2017년도에 평생학습원에서 방과 후 수업의 주산 수업 지도자를 양성하는 과정을 개설하고 진행했다. 주산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들이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일자리를 갖게 되는 과정이 주산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어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현재는 매주 토요일 다니는 중앙침례교회에서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언어의 장벽에 부딪혀서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거나, 가정 형편으로 인해 학원을 다니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학원을 운영하면서 다른 일까지 병행하기 어렵더라도 이 일은 계속 이어가고 있어요” 

 홍은주 원장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방문지도교사를 했던 김선이 씨와 함께 벌써 6년 째, 15명 정도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호산밴드 메인보컬로 열창하는 모습(사진 제공=홍은주)
호산밴드 메인보컬로 열창하는 모습(사진 제공=홍은주)
호산밴드 메인보컬로 열창하는 모습(사진 제공=홍은주)
호산밴드 메인보컬로 열창하는 모습(사진 제공=홍은주)

 옥천군 직장인 밴드, 호산밴드의 메인보컬로 활동하다

 ‘학원 원장’이라는 정적인 이미지와 다르게 홍은주 원장은 옥천군의 직장인 밴드 중 호산밴드의 메인 보컬로도 활동하고 있다. ‘소싯적’ 보컬로 음악활동을 하던 경험도 있고, 음악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다. 문화예술회관의 자리가 비어서 이선희의 <아름다운 강산>과 전유라의 <너를 사랑하고도>라는 곡을 부르게 되었는데, 자체 기업 밴드가 있는 호산테크 사장님께 러브콜을 받았다. 현재 7~8년 째 인연을 이어가며 락 밴드로서 지역의 각 축제에서 공연을 한다. 매주 목요일마다 두 시간씩 연습을 하는 데 최근에는 소찬휘의 <Tears>를 연습하고 있다. 

 “호산테크 농공단지 안에 밴드실이 있어서 매주 연습하고 있어요. 제가 몸에 락이 없는데 7080이나 트로트 쪽은 이미 분야가 있다 보니까 락을 하게 되었네요. 개인적으로 이선희 노래를 좋아해서 즐거워요. 다음 달부터는 이원묘목축제의 공연을 연습할 것 같아요.”

실제로 사용하는 주판과 교재를 보여주며 밝게 미소짓는 홍은주 원장
실제로 사용하는 주판과 교재를 보여주며 밝게 미소짓는 홍은주 원장

 

주산의 활성화로 많은 아이들에게 수에 대한 즐거움을 알릴 수 있기를

 기린영수학원은 현재는 옥천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단과학원이자 주산학원이다. 각 수업을 소규모로 진행해 아이들을 집중적으로 교육 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오후 2시부터 밤 9시까지 주로 수업을 진행하며, 수강료는 대략 한 달에 12만 원으로, 수업은 매일 진행한다. 동물 ‘기린’을 연상하는 것과 달리 실제로는 아들 기빈과 딸 예린의 이름에서 글자를 따 ‘기린영수학원’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아이들의 이름을 따서 지은 만큼 학원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홍은주 원장은 작은 악기를 연주하듯 주판을 훑으며 눈을 반짝였다.

  “앞으로도 주산과 숫자에 대한 즐거움이 널리 활성화되었으면 좋겠어요. 많은 아이들과 수에 대한 즐거움을 공유하고 싶어요.”

기린영수학원에 다니면서 상을 받은 원생들(사진제공=홍은주)
기린영수학원에 다니면서 상을 받은 원생들(사진제공=홍은주)
기린영수학원에 다니면서 상을 받은 원생들(사진제공=홍은주)
기린영수학원에 다니면서 상을 받은 원생들(사진제공=홍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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