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옥천군애향회 첫 여성회장 김정미씨 출범
"몸으로 부딪히는, 마음 가는 봉사 할 것"

7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옥천지사 사무실에서 옥천군애향회 34대 회장을 맡은 김정미(53, 읍 삼양리)씨를 만났다. 
지난달 30일 진행된 옥천군애향회 회장 이·취임식에서 김정미 신임회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는 모습.

얼마 전 옥천군애향회 34년 역사에 새로운 한 획이 그어졌다. 바로 지난달 30일 34대 회장으로 첫 여성회장이 출범한 것. 그 주인공은 애향회에서 13년간 활동해온 김정미(53, 읍 삼양리)씨다. 온화한 미소 속 강인한 그의 눈빛이 주는 느낌만큼 이력도 범상치 않다. 작년까지 애향회 상임부회장을 맡았으며, 향목장학회 회장, 효두레회 이사, 옥천경찰발전협의회 위원, 충북도갈등해소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건강보험공단에서 4급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기도 하다. 쉴 새 없이 바쁘지만 올해 하고 싶은 것도 이것저것 많다. 우선 회원 간 결속력을 강화해 애향회를 활성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내부가 탄탄한 애향회를 만들려고 해요. 겉으로는 부드럽게, 내적으로는 어느 남성회장님 못지않게 강하고 굳건히 해서 다시 한 번 회원들이 뭉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어요, 역사가 깊은 단체인 만큼 회원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현재 애향회에는 깃발이나 배지같은 상징물이 없는데 그런 것도 한 번 추진해보려고 해요.”

올해 중요한 목표중 하나는 지역기관단체 연계를 통한 활발한 봉사활동 실시다. 애향회는 그동안 지역행사를 담당했을 뿐만 아니라 연탄봉사, 장학금 기탁 등의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올해는 직접 활동하는 봉사활동을 확대하면서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는 애향회에 한발 다가설 예정이란다.

“금전 지원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몸으로 부딪히는, 직접적으로 마음이 가는 봉사를 하는 게 어떨까 생각했어요. 청소년 단체나 환경 단체에서 함께하는 봉사라든지요. 취임식 때도 김외식 의장님이 봉사를 눈높이 맞게 해야 한다고 축사를 하시기도 했었죠. 그 말에 공감해요. 다행히 주위에 같이 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나 기관단체장들이 많아요. 제가 지용시낭송협회를 10년 동안 하기도 했고, 남편인 이상욱씨가 옥천BBS에서 회장을 두 번이나 했어요. 자원이 풍부하죠(웃음). 어쨌든 애향회는 봉사단체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건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하려고 해요.”

그 외에도 교육을 통해 애향회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젊은 회원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아직 인수인계 중이라 계획이 잡힌 건 없지만 기회가 된다면 애향회를 똑바로 알자는 취지로 강의도 열어보고 싶어요. 젊은 회원들이 애향회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더라고요. 그동안 했던 일들에 관한 자료를 바탕으로 교육을 실시하면 지역에서 애향회가 어떤 곳인지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강사는 아무래도 애향회를 잘 아시는 분이면 좋겠죠. 류현근 전 회장님에게 제 의견을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좋아하시면서 갖고 있는 자료가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자료를 주겠다는 말씀을 했어요. 한 두 시간 정도의 강의 한 번이면 적당할 것 같아요.”

앞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애향회에 지역주민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지금보다 많은 회원들과 함께하는 것. 단, 회원 수만 늘리고픈 게 아니라 열심히 활동하는 회원들을 만나고 싶단다.

“현재 애향회 회원들은 40명 정도인데 가장 좋은 인원은 50명 정도라고 생각해요. 대신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는 분들은 원하지 않아요. 제가 데리고 온 회원들은 일당백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확실한 회원들이에요. 많지 않더라도 열심히 활동하는 회원들과 함께한다면 제일 좋을 것 같아요.”

 

■ “34년만의 첫 여성회장 탄생에 회원들 반성하기도”

설립 이후 첫 여성회장이라 지역사회와 언론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당연히 애향회 내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많은 축하를 받았으며 회원들 간에 반성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모두 첫 여성회장이 탄생해서 축하한다고 하시는데 한은수 전 회장님이 말씀하시더라고요. 어떻게 첫 여성회장을 34년 만에 낼 수가 있느냐고, 우리 회원들이 반성해야 한다고요. 그 말에 다들 숙연해지기도 했죠. 회원들이 다들 바쁘다보니까 그동안 여성회장이 탄생할 수 없는 딱딱한 분위기는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도 첫 여성회장을 냈으니 다음부터는 여성회장을 많이 배출하지 않을까 싶어요. 능력 있고 잘 운영할 수 있는 분이면 성별 상관없이 회장을 맡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적극적으로 하는 분들에겐 뒷받침 많이 해주려고요.”

아무래도 애향회 회원들 중 남성이 많다보니 걱정의 목소리도 제시된다고 한다. 여성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아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그는 성별 관계없이 모든 회원들이 필요한 요소임을 강조하며 여성회원의 비율을 기존보다 늘려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밝혔다. 

“여성천하가 되는 게 아니냐며 한 회원이 걱정하시기도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제가 남성분들보단 여성분들과 더 친하거든요. 성별이 같다보니 선배 후배 사이 터놓고 얘기하는 것도 더 편하고요. 지금 남녀비율이 7대3이나 8대2 정도인데 향후 남녀 비율 5대5까지는 괜찮을 것 같아요. 보통 뭔가 옮길 때는 남성이 힘이 세니까 더 잘하고, 청소년 아이들이나 어르신들과의 대화는 여성분들이 섬세하니까 더 잘하잖아요. 둘 다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거기 여성천하야’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는데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요(웃음)?”

 

지난달 30일 진행된 옥천군애향회 회장 이취임식에서 김정미 신임회장과 그의 가족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 사랑하는 가족으로부터 비롯된 봉사정신

지금은 누구보다도 봉사에 대한 열정이 뛰어난 그지만, 처음부터 봉사심이 뛰어난 사람은 아니었다고 한다. 건강보험공단에서 일하면서 많은 봉사들을 지켜보고 해왔지만 크게 와닿지는 않았단다. 그런 그를 봉사세계로 이끈 건 남편 이상욱씨(민주당 동남4군 지역위원회 사무국장) 였다.

“제가 일하는 건강보험공단에서는 기부금도 내고 봉사를 참 많이 하는데 처음에는 특별히 봉사가 필요하단 게 와닿진 않았어요. 봉사를 많이 하는 신랑을 옆에서 보고 나서 ‘봉사도 좋구나’ 생각하게 된 거죠. 예전에는 많이 싸웠어요. 그동안 저는 내 가족이 제일 먼저고 밖이 그 다음이라고 생각했는데 남편은 반대인 거예요. 그래서 나랑 우리 애들한테 봉사하라고 했었죠. 그런데 남편을 따라가서 같이 보니까 마음이 바뀌었어요.”

그는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슬하에 아들 이건희(27)씨와 딸 이다희(23)씨를 두고 있다. 남편뿐만 아니라 아이들에 대한 사랑 역시도 그의 봉사정신의 기반이 됐다. 15년 전쯤 대전보건대 노인보건복지과로 진학했다. 처음에는 아들에게 떳떳한 엄마로 서기 위해서 대학 진학을 선택한 것이라고 한다. 과 선택에는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면서 훌륭하게 학업을 마쳤다. 치매로 10년 정도 앓았던 시어머니를 돌봤던 기억이 학과 실습의 바탕이 됐다고 한다. 직장과 병행하다 보니 피로누적으로 간이 나빠지면서 ‘아무나 못하겠구나’ 생각하기도 했단다. 나중에 뒤돌아보니 시설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이 그렇게 천사 같을 수가 없단다.

“저희 시어머니가 치매로 거의 십년 간 누워있다 싶이 했었는데, 전공 실습으로 다른 어르신들에게 봉사하러 갔을 때 정말 이해가 잘 되는 거예요. 앉는 방법이나 요령이나 이런 것들에 익숙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주말도 없이 하다보니까 힘들어서 아무나 못하는 거구나 했었죠. 당시에 노인보건복지과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는 없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시설에 계시는 분들이 그렇게 천사 같을 수가 없더라고요.”

가족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봉사자로서 각성하게끔 만든 거름이 됐다. 그는 적극적인 봉사자로 변신하고 있었다. 향목장학회를 통해 활동하던 도중 어느 날 한 회원이 애향회에 들어오는 것을 제안해 승낙했다고 한다. 부부의 봉사정신은 가족 내 어른들에게도, 아이들에게도 퍼져나갔다. 봉사가 가족 구성원들에게 당연히 해야 할 일로 자리 잡았다고. 

그는 올해 애향회 회장직을 맡게 되면서 자신을 봉사세계로 처음 이끌어준 남편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하고 있단다.

“애향회 회장을 맡아야하나 말아야하나 생각하면서 신랑에게 물어봤어요. 적극적으로 ‘당연하지, 보고 배운 것 있지 않냐’하면서 가라고 하더라고요. 아들이 중학생 때 옥천남중 자모회장을 하기도 했는데, 당시에도 신랑이 적극적으로 하라고 했거든요. 많이 고마워요. 보통 그런 것들을 한다고 하면 집에서 많이 반대한다고 하던데 제 신랑은 반대한 적이 없어요. 두려움 없이 하라고 자신감을 줘요.”

애향회 회장이 되면서 두 아이들이 존경을 표하기도 했단다. 그는 울컥하는 순간이었다며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번에 회장이 되면서 아이들도 많이 좋아해요. 취임식 하고나서 가족끼리 파티를 했는데 아이들이 ‘엄마 존경해요’ 하더라라고요. 사랑한다고는 많이 들었는데 존경한다는 말은 처음 들었어요. 자기들끼리 엄마 멋있다, 멋있다, 하는데 울컥하더라고요. 농담 삼아 엄마가 그렇게 예뻐 보일 수 없었다고도 하고요.”

앞으로 그는 기도와 봉사를 통해 이웃들에게 행복을 선물할 예정이다.

“우리 가족은 다들 성당을 다녀요. 네 명 다 세례를 받았어요. 잘못한 일이 있다면 솔직하게 고백하기도 해요. 애향회에서 열심히 활동하면서 옥천군에 있는 불우한 이웃들을 위해 기도할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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