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성면 만명리 김병세 전 이장, ‘이장직 떠나며 마지막 선물’
손재주 뛰어난 김 전 이장, 손수 만든 새집 달아놓는 중

청성면 만명리 김병세 전  이장이 새집을 손수 만들어 청성면 각 마을에 전달하고 있다. 6년이란 시간동안 함께한 청성면민들을 위한 감사의 선물이다. 사진은 새집을 달면서 포즈를 취하는 김병세 전 이장의 모습 
김병세 전 이장이 궁촌리 이종두 이장과 함께 새집을 다는 모습. 
김병세 전 이장이 궁촌리 정자에 단 새집의 모습. 봄이면 새들이 집을 찾아 새끼를 낳아 기를 것이다. 

 

 청성면 만명리 김병세 전 이장은 청성면 모든 마을에게 마지막 선물을 준비했다. 직접 나무를 자르고, 닦고, 꽂아서 만드는 작은 새집.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6년이란 시간동안 만명리를 사람들의 뇌리에 기억시키려 부단히도 애썼다. 이제 막 시작인 ‘새집달기 프로젝트’는 이장직서 물러나는 김병세 전 이장의 작은 선물이다. 근 6년이란 시간동안 고생한 이장들과 마을주민들, 면 주민들에게 따뜻한 봄날에 새들을 위한 선물, 새집을 선물하기로 결정했다.

김병세 전 이장은 4일 궁촌리 생태공원 정자에 새집을 달았다. 공원 입구와 정자 두곳에 단 새집이 바람에 살짝 흔들렸다.

“어제(4일)부터 면사무소, 농협에도 하나씩 달았어요. 원래는 솟대를 만드려고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조금 흉물스럽게 되더라고요. 이번에 새들이 집 짓느랴고 고생을 많이 하니까 새집을 만들어 청성면 전체 마을(자연마을 포함해서) 32곳 정도 되니까, 2개씩 달아줘야 하니까, 약 64개가 필요해요.”

그는 연신 궁촌리 이장에게 당부의 말을 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새집을 다는 위치’였다. 새집을 다는 위치는 햇볕이 잘 드는 남쪽을 바라 보아야 한다. 새가 봄날 찾아와 새끼를 낳고 키우려면 따스한 햇볕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지난해 집 처마 끝에 새집을 달아서 새를 모신적(?)이 있다. 김 이장은 궁촌리 이종두 이장에게 연신 봄이 오면 새가 집을 짓고 살거라 호언장담했다.

“아무래도 여기 연꽃도 피고 그러니까, 힐링하는 장소중 하나에요. 볼거리나 이런게 많으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새집도 있다고 하니 기대가 참 되네요.” (궁촌리 이종두 이장)

새집이라고 얍잡아 보면 안된다. 하루네 서너개 만들면 집중력도 떨어지고, 힘도 다해서 내일이 오길 기다려야 한다. 새집 위에는 검정색 판자도 붙였다. 비 오면 젖지 말라는 김병세 이장의 세심한 배려다. 새집을 나무가지 사이에 헐겁게 놓는 것도 이유가 있다. 지금은 헐거워도 가지가 솟고, 풀이 나서 새집을 주위로 나뭇잎이 들어찰 것이 분명하다.

새집에 솟대에, 짚신에, 지게에 그가 손재주가 좋은 데에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아버지의 손재주를 어깨 넘어 보며 배웠다. 아버지의 손재주만큼이나 김병세 이장의 손재주는 청성면에서도 알아준다. 그가 전통문화체험마을 초대 위원장이 됐었던 이유도 위와 같은 영향도 한몫했다. 만월리 전통문화체험관 한켠에는 그가 만든 전통공예품이 즐비하다. 작은 물레방아부터, 지게, 짚신, 초가집 등 자연스레 ‘어디서 배웠느냐’는 질문이 나올 만큼 수려한 모양새다.

그는 마을마다 새집을 달면서 고마운 마음을 하나씩 두고 올 생각이다.

“그간 주민들 덕분에 부족했지만,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새집이 주민들을 비롯한 청성면민들에게 선물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하루에 서너개씩' 만들어서 트렁크를 꽉 채운 새집. 김병세 전 이장은 차를 타고 다니면서 새집을 걸 예정이다. 

 

저작권자 © 옥천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