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엽 원장의 술이야기(17)
김기엽 (향수을전통주연구원장, 군북면 국원리)

전통주를 빚기 위해서는 농사를 위해 일년을 준비하는 것과 같은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요즘은 다양한 가향제와 약주를 위한 재료가 많이 판매되고 있으나 이른 봄에나 채취할 수 있는 송순이나 다양한 꽃들을 이용한 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개화시기를 놓치면 그 해의 술은 만들 수 가 없게 된다. 송순을 이용한 맑은 청주나 백화주, 국화주등이 이에 해당되는 술들이다.

절기와 계절의 변화에 맞추어 다양하게 빚어지는 전통주는 배 꽃이 피고 밀을 수확하는 6월을 지나 장마철이 낀 여름에 습한 기온을 이용하여 밀로 누룩을 만들고, 선선해지는 가을부터 겨울을 지나 초봄까지 술을 빚는다. 이 중 술 빚기에는 겨울이 좋다. 그 이유로는 첫째, 겨울 술 빚기라 함은 보통 11월~2월 중 실내온도가 18~20도를 오르내릴 때를 말하며 이 때는 술이 잡균으로 영향을 덜 받아 변질됨을 막을 수 있으며, 반면에 이 말은 효소와 효모의 활동력이 떨어진다는 말과도 상통하는 것으로(알코올 생성에 필요한 효모는 20~25℃가 적정의 온도임) 다른 계절에 비해 안전한 술 빚기를 할 수 있으나 술이 익는 기간은 길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둘째, 여름 술 빚기를 꺼리는 이유는 급격한 외부의 변화로 술독의 품온 온도가 들쑥날쑥하여 술독 관리가 어렵다는 점이다. 반면에 겨울의 경우 적정의 실내 온도가 유지되는 대부분의 집에서는 약간의 보온 즉 이불로 감싸주고 두꺼운 천으로 술독 입구를 덮어주어 항아리 온도를 유지해 주면 봄 가을이나 여름보다는 더딘 술 빚기가 되나 실패할 확률은 현저히 줄어든다.

옛 글에 보면 우리 조상님들은 자기 전에 쌀을 씻어 불리고 들로 논으로 일 나가기 전에 술을 빚었다 하신다. 이 말은 주변의 상황에 순응하며 자연과 더불어 지내는 생활 속에서 술을 빚는 여유로움을 보여주는 것이며, 술 빚기를 과학적 접근보다는 생활과 밀착된 감성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이다.

저작권자 © 옥천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