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남어머니학교 겨울방학 특강프로그램
7일, 배바우청정정보화마을에서 유자청 만들다
[읍면소식-안남면]
늘 안남면사무소 2층에서 수업을 듣던 안남어머니학교가 오늘(7일)은 아침부터 배바우청정정보화마을에 복작거린다. 다른 학교들처럼 어머니학교도 겨울방학을 했다. 화요일과 금요일, 일주일에 두 번 가던 학교가 문을 닫으니 학생들 마음엔 겨울바람이 분다. 그래서 어머니학교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방학특강프로그램을 열었다. 7일, 배바우청정정보화마을에서 모두 함께 유자청을 만들기로 한 날이다.
전교생이 70명씩 되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 남은 학생은 25명. 이갑순(85, 안남면 청정리) 어머니는 한 방에 모인 스물 남짓한 얼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학교 다닌 지 18년 됐지. 사람도 많았는디 하나씩 다 죽고 이만큼 남았어. 학교 재밌지. 만나서 얘기하고, 좋은 선생님이 좋은 얘기도 해주고... 엄청 자상해. 세상 돌아가는 거 다 알려줘. 젊을 때는 야영, 봄소풍, 가을소풍, 엄청히도 다녔는디. 이젠 늙어서 힘들어. 오늘두, 무릎이 뻗어서 저렇게 앉아서 할 수가 없는디, 나오기만 하면 해준다구 나오기나 하랴(웃음)."
안남어머니학교에서는 방학마다 적적한 어머니들을 위해 매해 이렇게 방학특강을 준비한다. 덕분에 얼굴 한 번 더 보고, 말마디 한 번 더 나누고, 덤으로 재미있는 활동에 결과물까지 얻어간다. 여름방학에는 와인 만들기, 장아찌 만들기, 천연염색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프로그램은 주로 선생님들끼리 어머님들 좋아하실 만한 걸로 정해요. 참여해서 직접 해보고, 만든 것 가져가시고 하는 재미가 있잖아요. 유자청이요? 제가 집에서 해먹었는데 맛있어서요(웃음). 비타민C가 풍부해서 감기에도 좋다니까요." (오미숙 교사)
과육을 갈아넣으면 더 잘 우러나더라'는 오미숙 교사의 '꿀팁'과 함께 어머니들은 착착 분업 체제로 유자에 모여앉았다. 유자가 15kg나 되다 보니 작업량이 상당하다. 과육 분리하기, 껍질 썰기, 씨 빼기... 너무 긴 작업은 통증을 유발하므로 휴식도 필수다.
"여기 혹시 칼질에 자신 있는 어머니 계세요?"
"나. 나 봐봐. 나 상 주겄어? 1등 하겄어?"
"아이구, 아이구 대간해."
"어이구, 어디 안 대간한 몸이 있어 여그?"
옥천군여성단체협의회 우을순 회장은 안남어머니학교의 15년차 선생님이다. 회장을 맡으면서 공부는 못 가르쳐드려도 운영에는 계속 참여하고 있다. 이날도 정보화마을에 찾아와 어머니들과 친근하게 인사를 나눴다. "어머니들이 장아찌 같은 것보다 이런 걸 더 좋아하시더라구요. 보세요, 유자 냄새 화사하니 좋지요. 노란하니 색도 얼마나 예뻐요. 무엇보다 어머니들이 직접 참여하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하는 기능을 살려야 하니까요. 직접 만든 거랑, 누가 만들어주는 건 느낌이 완전히 다르기도 하고요."
이날 유자와 설탕 각 15kg씩, 무려 30kg의 유자청이 완성됐다. 안남어머니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수작업으로 탄생한 유자청. 그야말로 '어머니 손길'이다. 찬 곳에 며칠간 숙성시킨 뒤 먹으면 된다. "자, 기자님들도 하나 가져가서 같이 나눠드세요. 괜찮아요, 지금 병이 서른여섯 개인가, 넉넉하니까. 이걸 뜨거운 물에 타면 유자차. 사이다에다가 타면 유자에이드. 젊은 사람들은 그게 더 먹기 좋죠?" 어머니들 손길 한 병과 함께 돌아오는 길, 달콤한 향기가 맴맴 도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