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들, 방학에도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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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서연
  • 승인 2020.01.08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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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남어머니학교 겨울방학 특강프로그램
7일, 배바우청정정보화마을에서 유자청 만들다
7일, 배바우청정정보화마을에 안남어머니학교의 방학특강 프로그램이 열렸다. 유자청을 만들기 위해 모두 모여앉아 손을 거든다.
7일, 배바우청정정보화마을에 안남어머니학교의 방학특강 프로그램이 열렸다. 유자청을 만들기 위해 모두 모여앉아 손을 거든다.
배ㅇ
7일, 배바우청정정보화마을에 안남어머니학교의 방학특강 프로그램이 열렸다. 유자청을 만들기 위해 모두 모여앉아 손을 거든다.
"우리는 다리가 뻗어가지구 저렇게 앉아서 할 수가 없는디, 나오기만 하면 해준다고 나오기나 하랴(웃음)."
"우리는 다리가 뻗어가지구 저렇게 앉아서 할 수가 없는디, 나오기만 하면 해준다고 나오기나 하랴(웃음)."

[읍면소식-안남면]  

늘 안남면사무소 2층에서 수업을 듣던 안남어머니학교가 오늘(7일)은 아침부터 배바우청정정보화마을에 복작거린다. 다른 학교들처럼 어머니학교도 겨울방학을 했다. 화요일과 금요일, 일주일에 두 번 가던 학교가 문을 닫으니 학생들 마음엔 겨울바람이 분다. 그래서 어머니학교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방학특강프로그램을 열었다. 7일, 배바우청정정보화마을에서 모두 함께 유자청을 만들기로 한 날이다.

전교생이 70명씩 되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 남은 학생은 25명. 이갑순(85, 안남면 청정리) 어머니는 한 방에 모인 스물 남짓한 얼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학교 다닌 지 18년 됐지. 사람도 많았는디 하나씩 다 죽고 이만큼 남았어. 학교 재밌지. 만나서 얘기하고, 좋은 선생님이 좋은 얘기도 해주고... 엄청 자상해. 세상 돌아가는 거 다 알려줘. 젊을 때는 야영, 봄소풍, 가을소풍, 엄청히도 다녔는디. 이젠 늙어서 힘들어. 오늘두, 무릎이 뻗어서 저렇게 앉아서 할 수가 없는디, 나오기만 하면 해준다구 나오기나 하랴(웃음)."

안남어머니학교에서는 방학마다 적적한 어머니들을 위해 매해 이렇게 방학특강을 준비한다. 덕분에 얼굴 한 번 더 보고, 말마디 한 번 더 나누고, 덤으로 재미있는 활동에 결과물까지 얻어간다. 여름방학에는 와인 만들기, 장아찌 만들기, 천연염색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프로그램은 주로 선생님들끼리 어머님들 좋아하실 만한 걸로 정해요. 참여해서 직접 해보고, 만든 것 가져가시고 하는 재미가 있잖아요. 유자청이요? 제가 집에서 해먹었는데 맛있어서요(웃음). 비타민C가 풍부해서 감기에도 좋다니까요." (오미숙 교사)

과육을 갈아넣으면 더 잘 우러나더라'는 오미숙 교사의 '꿀팁'과 함께 어머니들은 착착 분업 체제로 유자에 모여앉았다. 유자가 15kg나 되다 보니 작업량이 상당하다. 과육 분리하기, 껍질 썰기, 씨 빼기... 너무 긴 작업은 통증을 유발하므로 휴식도 필수다.

"여기 혹시 칼질에 자신 있는 어머니 계세요?"

"나. 나 봐봐. 나 상 주겄어? 1등 하겄어?"

"아이구, 아이구 대간해."

"어이구, 어디 안 대간한 몸이 있어 여그?"

옥천군여성단체협의회 우을순 회장은 안남어머니학교의 15년차 선생님이다. 회장을 맡으면서 공부는 못 가르쳐드려도 운영에는 계속 참여하고 있다. 이날도 정보화마을에 찾아와 어머니들과 친근하게 인사를 나눴다. "어머니들이 장아찌 같은 것보다 이런 걸 더 좋아하시더라구요. 보세요, 유자 냄새 화사하니 좋지요. 노란하니 색도 얼마나 예뻐요. 무엇보다 어머니들이 직접 참여하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하는 기능을 살려야 하니까요. 직접 만든 거랑, 누가 만들어주는 건 느낌이 완전히 다르기도 하고요."

이날 유자와 설탕 각 15kg씩, 무려 30kg의 유자청이 완성됐다. 안남어머니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수작업으로 탄생한 유자청. 그야말로 '어머니 손길'이다. 찬 곳에 며칠간 숙성시킨 뒤 먹으면 된다. "자, 기자님들도 하나 가져가서 같이 나눠드세요. 괜찮아요, 지금 병이 서른여섯 개인가, 넉넉하니까. 이걸 뜨거운 물에 타면 유자차. 사이다에다가 타면 유자에이드. 젊은 사람들은 그게 더 먹기 좋죠?" 어머니들 손길 한 병과 함께 돌아오는 길, 달콤한 향기가 맴맴 도는 듯했다.
 

"나. 나 봐봐. 나 상 주겄어? 1등 하겄어?" 옆에서는 말 없이 조금 빨라진 칼질. 타타타...
"나. 나 봐봐. 나 상 주겄어? 1등 하겄어?" 옆에서는 말 없이 조금 빨라진 칼질. 타타타...
"어머니, 이거 씨 잘 빼야 돼요. 안 그러면 쓴맛이 난다니까?"
"어머니, 이거 씨 잘 빼야 돼요. 안 그러면 쓴맛이 난다니까?"

 

오미숙 교사와 우을순 교사. "병이 서른여섯 개인가 넉넉하니까 괜찮아요, 하나 가져가요."
오미숙 교사와 우을순 교사. "병이 서른여섯 개인가 넉넉하니까 괜찮아요, 하나 가져가요."
"아이구, 아이구 대간해." "여그 어디 안 대간한 몸이 있어?" "예전엔 안 그랬는데, 인제는 앉았다 일어나면 휴우, 휴우 햐." "늙으니 그렇지 뭐."
"아이구, 아이구 대간해." "여그 어디 안 대간한 몸이 있어?" "예전엔 안 그랬는데, 인제는 앉았다 일어나면 휴우, 휴우 햐." "늙으니 그렇지 뭐."
타타타... 빠른 칼질, 존경스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이 많은 유자를 언제 다 썰지?
타타타... 빠른 칼질, 존경스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이 많은 유자를 언제 다 썰지?
껍질에서 과육을 분리하고, 씨를 제거한다.
껍질에서 과육을 분리하고, 씨를 제거한다.
"쩌그 봐, 사진 찍잖어. 웃어야 예쁘게 나온다는디. 얼른 바라보고 웃어줘!"
"쩌그 봐, 사진 찍잖어. 웃어야 예쁘게 나온다는디. 얼른 바라보고 웃어줘!"
곱기도 하다. 꽃무늬도, 썰린 유자채도, 색도.
곱기도 하다. 꽃무늬도, 썰린 유자채도, 색도.
어머니마다 써는 스타일이 각기 다르다. "이걸 어떻게, 이렇게 썰면 되나?" "그거를 이렇게, 반 잘라서 썰어. 그래야 잘 되지."
어머니마다 써는 스타일이 각기 다르다. "이걸 어떻게, 이렇게 썰면 되나?" "그거를 이렇게, 반 잘라서 썰어. 그래야 잘 되지."
많은 인원과 빠른 손들 덕에 한 시간도 안 돼서(!) 유자 15kg가 끝장났다.
"이거 써는 게 일이네, 써는 게." 많은 인원과 빠른 손들 덕에 한 시간도 안 돼서(!) 유자 15kg가 끝장났다.
'여러분은 지금, 30kg짜리 유자청을 보고 계십니다.' 이런 내레이션이 마음속에 재생됐다.
'여러분은 지금, 30kg짜리 유자청을 보고 계십니다.' 이런 내레이션이 마음속에 재생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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