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한재각 소장 '기후위기, 무엇을 할 것인가' 강연
남은 탄소예산 5.5년에 불과 '재생에너지와 관계없이 화석연료 채굴 완전히 중단되어야'

3일 지역문화창작공간 둠벙에서 '기후위기, 무엇을 할 것인가' 특별강연이 열렸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한재각 소장이 발표를 진행하는 모습.

"기후 위기 하면 뭐가 먼저 생각나세요? 여기 북극곰 보신 분 계실까요? 우리가 보통 기후 위기를 이야기할 때 북극곰을 많이 예로 드는데요, 그런데 그 이야기를 하고 뒤돌아서서 새 차를 사시는 분을 본 적이 있어요, 제가." (한재각 소장)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한재각 소장의 이야기에 강연장에서 일순 웃음이 터졌다. 그런데 마냥 남일 같지 않다. '웃프다'. 

한재각 소장은 기후위기를 이야기할 때 굳이 본 적 없는 북극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당장 우리 눈앞의 이야기를 해봐도 좋다. 

“시리아 1천만명 난민은 왜 자기가 살던 고향을 떠나게 됐을까요. 시리아 사태의 방아쇠를 당긴 게 2010년 러시아 폭염이거든요. 러시아가 가뭄 때문에 밀 생산에 어려움이 생기자 식량 수출을 중단했어요. 식량 수입 국가 중에 중동도 있었는데, 식량 가격이 폭등하니 사람들이 ‘못살겠다’ 들고 나선 거죠.” (한재각 소장)  

그뿐일까. 동토의 땅 알래스카에서는 폭염으로 빙하가 녹고 산불 났다. 50도가 넘나드는 폭염에 인도에서는 100명 이상이 사망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한국에서는 폭염으로 4천500명이 넘는 온열질 환자가 발생했고 이중 48명이 사망했다.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라고 부르는 게 맞다. 사람들은 땅을 일구고 도랑을 만들며 이런 일 하나가 지구 시스템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기후 문제는 이제 우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반드시 파국으로 돌입할 어떤 문제가 됐다. 

강연을 듣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 이날 강연에는 옥천을 비롯해 대전 등 기후위기에 관심 있는 주민 15명이 참여했다.
강연을 듣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 이날 강연에는 옥천을 비롯해 대전 등 기후위기에 관심 있는 주민 15명이 참여했다.

이후연구소와 지역문화활력소 고래실이 3일 지역문화창작공간 둠벙에서 '기후위기, 무엇을 할 것인가' 특별강연을 열었다. 주민 15명이 참여한 이날 강연에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한재각 소장이 발표를 진행했다.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라는 말이 있다. 어떤 현상이 미미한 변화를 주며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 거대한 변화로 바뀌는 순간을 말한다. 말 그대로 ‘갑자기 뒤집히는 지점’. 기후변화에서 티핑포인트는 대기 중 누적된 온실가스로 인해 기후가 서서히 변화하다 되돌릴 수 없는 파국적인 변화로 발전하는 순간을 뜻한다. 

“이건 정말 무서운 이야기지만, 과학적으로 지구의 티핑포인트가 이미 지났는지 지나지 않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시베리아에 북부지역은 빙하기 때부터 수많은 동식물을 가둬온 일종의 냉동고같은 곳인데 언제부턴가 이곳이 녹기 시작했어요. 영원히 얼어 있을 줄 알았는데 여기가 녹고, 식물과 동물 시체가 부패하면서 어마어마한 수치의 메탄가스가 배출되고 있거든요.”

게다가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수명이 100년 이상이다. 지금 당장 온실가스 배출이 ‘0’이 된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배출된 이산화탄소로 지구 기온은 계속 올라간다는 것. 과학자들은 최악의 기후재앙을 피하려면 지금부터 지구 평균온도이 1.5도씨 이상 상승하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탄소예산’이라는 말은 여기서 나온다. 

“탄소예산은 지구 평균온도가 1.5도씨 이상 오르지 않으려면 넘지 말아야 할 이산화탄소 배출 총량을 의미하는데요. 과학자들이 계산한 대로라면 탄소 예산은 채 10년도 안 남았습니다. 2018년 1월을 기준으로 우리에게는 420기가톤의 탄소예산이 있었고 우리는 연간 온실가스를 연간 42기가톤 배출하고 있어요. 여기에 시베리아 북부가 무시무시하게 메탄가스를 뿜어내고 있다는 것을 감안해 100기가톤 등을 빼면 우리에게 시간은 얼마나 남을까요. 얼추 5.5년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한재각 소장)

당장 온실가스 제로를 만들어도 시원치 않은데 상황은 녹록하지가 않다.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감축을 의무 규정한 1997년 교토의정서는 선진국들이 못마땅해 했고, 그래서 선진국뿐 아니라 개도국까지 모두 참여하는 파리협정이 만들어졌지만 파리협정은 기본적으로 각 국가가 온실가스 배출을 어느 정도 줄일지 자율적으로 목표를 결정한다. 2020년 한국의 목표치는 5억3천만톤이다.

“해외기관에서는 한국의 목표치가 ‘매우 불충분하다’고 이야기합니다. 10위권 안팎 경제대국인데 한국이 이 정도 수준으로 줄이고 다른 나라들이 한국과 같은 분량의 목표치를 정한다면 지구 온도는 3~4도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요. 훨씬 더 급격하게, 가파르게 줄여야 합니다. 물론 여기에 ‘지속가능한 성장’은 없습니다. 우리가 성장을 멈추지 않고 어디까지 줄일 수 있을까 생각하면 우리에게는 미래가 없어요. 2050년 배출 제로를 목표로 무조건 실천해야 하는 겁니다.” (한재각 소장)

2050년 배출 제로로 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나 개인의 노력으로만 해결할 수는 없다. 

“우리가 스스로 변화시키는 것만큼 변화를 막고 있는 세력도 명확하게 봐야 해요. 가령, 한국에서 철강기업들이 배출하고 있는 온실가스가 얼마나 될까요? 14퍼센트입니다. 포스코를 제외하고 우리가 온실가스 감축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한재각 소장)

기후위기에 맞선 전세계적인 비상행동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해 9월21일 서울 대학로에는 300여개의 시민‧청소년‧노동‧농민‧학계단체 등 7천여명이 참가한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든 말든 화석연료 채굴은 완전히 중단되어야 합니다. 화석연료를 얼마나 채굴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게 아니라, 지금 생산 가능한 재생에너지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방법을 찾아야 해요. 제 말대로 해서 어떻게 살 수 있을까 난감한 것, 우리에게 5.5년이 남았다는 사실이 주는 난감함, 어떤 것을 선택할 수 있을까요. 사실 우리는 선택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한재각 소장)

제2차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3월14일에 열릴 예정이다. 관심이 있는 분은 환경운동연합(02-735-7000)으로 문의하면 된다. 

이번 강연회를 기획한 이후연구소 하승우 소장은 “해마다 폭염이 심해지면서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며 “현재 상황이 어떤 상황이고 우리들이 무엇을 하면 좋은지 지역주민들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강연 공동기획자인 월간 옥이네 박누리 편집국장은 “기후위기는 ‘핵전쟁에 버금가는 전시상황’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시급한 문제”라며 “이번 강연이 기후위기 문제를 비롯해 성장에만 매몰돼온 우리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연 한번으로 이야기를 마치는 게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 채식 모임, 혹은 플라스틱 안 쓰기 챌린지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후위기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는 이벤트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연을 듣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 이날 강연에는 옥천을 비롯해 대전 등 기후위기에 관심 있는 주민 15명이 참여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한재각 소장이 발표를 진행하는 모습.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한재각 소장이 발표를 진행하는 모습.
강연을 듣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 이날 강연에는 옥천을 비롯해 대전 등 기후위기에 관심 있는 주민 15명이 참여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한재각 소장이 발표를 진행하는 모습.
강연이 끝나고 한재각 소장에게 질문을 하고 있는 주민의 모습. 이날 강연은 오후 7시에 시작해 3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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