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로스팅한 커피를 핸드드립해 내려주는 
커피 로스터리 맨션 '미스터 브루쓰'를 가다
귀촌 3년차 백승익 대표 '옥천 만의 커피 문화 만들고 싶어'

 

미스터 브루쓰 백승익 대표가 핸드드립 커피를 직접 내려주고 있다.[출처 미스터브루쓰인스타그램]
미스터 브루쓰 백승익 대표가 핸드드립 커피를 직접 내려주고 있다.[출처 미스터브루쓰인스타그램]

 커피숍인데 ‘아메리카노’란 메뉴가 없다

 생두를 직접 구매해 볶아내는 로스터리 카페다. ‘효율성'과 ‘신속성'을 추구하는 시대적 흐름과 기업의 생리를 과감히 외면하고 그는 ‘거꾸로'를 택했다.

 공정을 생략한 게 아니라 몇 개 더 넣었다. 원두가 아닌 생두를 직접 사서 로스팅 기계에서 볶는 공정 하나와 모든 커피를 에스프레소 커피머신이 아닌 ‘핸드드립'으로 내린다. 

 비용과 시간을 더 줄이는 게 아니라 늘였던 것이다. 대량으로 볶아내 맛이 획일화 된 원두를 사용하기 보다 생두를 직접 볶아내 독특한 단일의 맛을 구현하려 했던 것이다. 

 개방형 주방에서 커피를 볶고 핸드드립 하는 전반의 과정을 볼 수 있다. 한 잔의 커피가 나오기까지 많은 공과 정성을 들인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다. 

 ‘진짜 커피’ 맛을 보여주고 싶었던 간절함, 그리고 옥천 만의 독특한 커피 맛을 느끼게 하고 싶었던 독창성이 그를 그리로 이끌었다. 무엇보다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사람이 직접 하는 ‘브루잉 커피’를 만들고 싶었다. 커피에도 사람 냄새가 벨 수 있도록. 

 분쇄된 커피를 드리퍼에 담아 주전자로 손수 물을 부어주는 방식, 핸드드립으로 알려져 있으나 ‘매뉴얼 브루잉 커피’라고 하는 게 맞는, 암튼 그는 브루잉의 ‘브루’를 따서 '미스터 브루쓰’라 상호명을 작명했다. 

 옥천읍 죽향리에서 커피 로스터리 맨션인 ‘미스터 브루쓰’를 운영하는 백승익(44, 옥천읍 금구리)씨 이야기다. 

고소한 맛을 좋아하는 옥천 주민들을 위해 옥천 블랜딩 커피를 만들었다. [출처 미스터브루쓰인스타그램]
고소한 맛을 좋아하는 옥천 주민들을 위해 옥천 블랜딩 커피를 만들었다. [출처 미스터브루쓰인스타그램]

들어는 봤나? 옥천블랜딩 커피

 진짜 아메리카노 메뉴가 없다. 

 대신 ‘옥천블랜딩’, ‘미스터블랜딩’, ‘에티오피아 산미여행’, ‘과테말라 특집’, ‘케냐AA마사이’, ‘인도네시아’ 등 무엇을 선택할까 고민하게 만드는 메뉴들이 있다. 이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옥천블랜딩’이다. 옥천만의 어떤 커피를 만들려고 했을까? 

 “옥천 주민들이 쓰고 신맛 보다는 고소한 맛을 좋아하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아주 고소한 맛의 커피를 원하는 옥천 주민들을 위한 로컬 블랜딩 커피에요. 향수블랜딩이란 순한 맛도 별도로 만들어 메뉴판에 넣기도 했는데 아직 개발이 더 필요한 것 같아서 일단 뺏어요.”

 지역 주민의 맛의 특성을 감안해 거기다 ‘옥천블랜딩’이라고 붙였다니 대단하다. 그리고 최상의 커피만 대접한다. 그래서 앞에 포스터로 크게 붙여놓았다. ‘핸드드립 앤 로스팅 전문 커피숍, 스페셜티 원두만 사용합니다.’ 그럼에도 가격은 나쁘지 않다. 4천원부터. 

 “사실 말도 안 되는 가격이지만, 지역에서 통용되는 커피값에 대한 정서를 무시 못하겠더라구요. 로스팅한 핸드드립 커피지만, 그래서 일단 지역주민들에게 통하는 가격으로 바싹 내려 오픈했습니다"

 미스터 브루쓰에 가면 격주마다 새로운 커피 원산지의 커피 투어를 앉어서 음미하면서 할 수 있다. 주문의 편의성을 감안하여 백승익 대표는 메뉴판에 써 놓았다. ‘선택이 번거로우시면 고소한거, 신맛나는 거, 진한 거, 쓴 거 이렇게만 말씀해주시면 제가 골라드리겠습니다.’

 그 앞에는 ‘모든 아메리카노는 핸드드립으로 만듭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난다. 커피 뿐 아니라 각종 차 종류, 자스민 펄, 크림슨 펀치, 피치 우롱, 겐마이차, 쿨 민트 등 보통 카페에 가면 보지 못하는 메뉴들이 신기하게 나열되어 있다. 홈메이드 진저 레몬차와 오렌지차, 하니 자몽차도 별미다. 디저트로는 주인장이 직접 만든다는 솔티드 초코 브라우니를 맛보기를 권한다. 미국 요리학교를 나온 친구한테 직접 전수받은 메뉴이다.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비니를 쓴 초코브라우니도 있다. 

 암튼 이 카페에 가면 커피를 기다리는 맛과 보는 맛을 경험할 수 있다. 그에 대해 문득 궁금해졌다. 

커피 로스터리 맨션 '미스터 브루쓰' 백승익 대표
커피 로스터리 맨션 '미스터 브루쓰' 백승익 대표

시각디자인 전공, 수제구두화 매장도 운영

 서울내기다. 부모님은 중국에서 오랜 선교사 활동을 해왔다. 중국에서 귀국한 부모님은 시골농촌에서 편히 쉴곳을 물색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인에게 소개받은 곳이 옥천이라고 했다. 그는 경기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졸업 후 기획사에서 편집 디자인을 5년 정도 하다가 수제화 구두 디자인에 꽂혀 장인들을 찾아다니면서 직접 디자인한 수제구두화를 보여주면서 만들어달라고 요청해 보았고, 끝내는 자체 수제화 구두브랜드 매장을 강남 한복판에 차리기도 했다. ‘비 프로제또’란 직접 만든 브랜드는 나름 인기가 있었다. 20만원 부터 시작되는 나름 중고가 전략을 썼는데 압구정동 매장에 손님이 찾아 들기 시작했다. 6~7년 가량 자리를 잡았던 구두매장은 시대적 흐름이 스니커즈를 선호하는 분위기로 바뀌면서 그는 미련없이 사업을 접는다. 그리고 부모님이 먼저 정착한 옥천에 내려왔다. 한 6개월 정도는 무얼할까 고민하면서 여행도 다니고 그랬다. 

매장은 편안하고 심플한 디자인이다. [출처 미스터브루쓰인스타그램]
매장은 편안하고 심플한 디자인이다. [출처 미스터브루쓰인스타그램]

옥천에 정착하며 커피를 배워 제주에서 견습

그러다가 생업으로 고민한 게 커피 바리스타, 여기까지는 흔한 스토리일 지 모르겠다. 그는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지원하는 창업교육을 받아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따고 직접 매장에서 배우고 싶어 제주도 모슬포에 있는 스테이 위드커피숍에 정직원으로 취업했다. 제주 가면 일자리가 있을 것 같았고 거기서 진짜 커피를 배워보고 싶었다. 맨 처음 3개월만 배울 작정으로 찾아갔지만, 일해보니 3개월은 택도 없었다. 어느새 1년이 넘어섰고 대표가 조금 더 같이 일해보자면서 붙잡아 6개월을 더 있었다. 커피 숍 전과정을 완벽하게 견습했고, 그는 독립적으로 차릴 구상에 돌입했다. 

 왠지 느낌이 좋은 구읍을 돌아다녔고 마침 창고로 쓰다가 임대가 나온 건물이 눈에 딱 들어왔다. 바로 임대계약을 맺었고 인테리어 공사에 들어갔다. 디자인을 전공한 지라 직접 해보고 싶었고 누나가 인테리어업을 해서 누나에게 자문을 많이 얻기도 했다. 커피를 만드는 것처럼 인테리어 공사에도 한땀한땀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매만졌다. 

 “테이블 욕심을 버렸어요. 테이블이 많으면 손님을 더 받을 수 있겠지만, 여유롭게 동선을 가지고 움직일 수 있도록 널찍하게 배치했어요.”

 뭐 이쯤 되면 자본주의 세상에 역행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는 어떤 여유로움을 선물하고 싶었고 이 공간 안에 들어서면서 세파의 번잡함을 잊고 평안함은 느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인테리어를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2018년 12월1일 미스터 브루쓰 카페 문을 열었다.

메뉴는 다양하다.[출처 미스터브루쓰인스타그램]
메뉴는 다양하다.[출처 미스터브루쓰인스타그램]
메뉴는 다양하다.[출처 미스터브루쓰인스타그램]
메뉴는 다양하다.[출처 미스터브루쓰인스타그램]
메뉴는 다양하다.[출처 미스터브루쓰인스타그램]
메뉴는 다양하다.[출처 미스터브루쓰인스타그램]
메뉴는 다양하다.[출처 미스터브루쓰인스타그램]
메뉴는 다양하다.[출처 미스터브루쓰인스타그램]

옥천만의 독특한 커피문화 견인하고 싶어

 집에서 쉬던 어머니가 같이 돕겠다고 직접 나섰다. 커피 메뉴를 제외한 메뉴는 다 어머니도 만드실 줄 안다. 그는 옥천의 커피 문화를 견인하고 싶다. 그리고 미스터 브루쓰만의 독특한 커피 문화를 전파시킬 체인점도 구상하고 있다. 

 “구읍이 참 느낌이 좋아요. 시내에서 구읍에 진입하면 갑자기 시간이 느려지는 느낌, 시대가 달라지는 느낌을 받거든요. 번잡하지 않고 쉴 수 있는 카페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각자 독특한 개성을 유지하면서 다양성을 형성하면 그 자체로 문화가 될 것 같거든요. 난개발보다 독창적으로 절제하면서 조금씩 가꿔간다면 옥천의 새로운 명소가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옥천만의 블랜딩 커피를 맛보고 싶다면, 가보시라. 일요일만 쉰다. 밤 10시까지 보통 한다. 

 

주소 : 옥천읍 향수길 40 1층
전화 : 070-4152-9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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