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면 애향회, "동이면민으로서 자부심 가지는 한 해 되길 바란다"
1일 오전6시 동이면 조령리 폐고속도로 옆 옥천 옻문화단지 주차장에 불빛이 환하다. 손끝이 아리는 추위를 모락모락 피어나는 모닥불로 녹여본다. 동장군은 곧 물러갔다. 망덕산을 오르면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기 바빴다.
어느덧 정상이다. 함께 걸어낸 인고의 열매는 달았다. 일기예보는 구름이 껴서 해가 뜨지 않을 것을 예상했지만, 그래도 올라갔다. 탁 트인 풍광, 환하게 주위를 비추는 광명, 금강 줄기를 따라 동이면 마을 곳곳이 내려 보인다.
동이면 애향회가 주관하는 '해맞이 행사'에는 주최측 추산 500여명의 주민이 함께했다. 참여하기 위해서다.
감탄사를 내뱉는 와중에 만난 오늘의 최연소 등반자는 동이유치원 오민준(5)어린이, 장야초등학교 1학년 권오석 학생이다. 대견하다는 어른들의 칭찬에 어깨가 한껏 솟아있다. 오민준 어린이의 엄마인 한서연(32)씨와 아빠 오한규(48, 동이면 금암2리)씨는 "가족과 함께 해맞이를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큰 아들인 오민성과 온 가족이 지금처럼 건강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옥천여중 2학년 황유빈 학생은 엄마 양진수(47, 장야리)씨와 이야기 하느라 올라오는 길이 힘들지 몰랐다고 말하기도 한다. 양진수씨는 "이렇게 딸과 함께 해맞이를 할 수 있는 엄마라서 행복하다"고 훈훈한 풍경을 연출한다.
올해는 출근하느라고 못 온 남편도 다음 해에는 꼭 오면 좋겠다고 말한다.
외국인도 눈에 띈다. 충북대에 교환학생으로 왔다는 독일인 요한나(25)는 "한국에 온 지 6개월 됐는데, 산은 처음이라며 풍경이 너무 아름다운 곳"이라고 사진을 찍어 독일의 친구들에게 보내주고 있다. 요한나를 데리고 산을 찾은 박은비(24, 동이면 석탄리)씨는 "내년 소원이 취업"이라며 "올라오는 건 힘들지만, 정상은 언젠가 오지 않겠나. 그런 마음으로 열심히 할 예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주민들이 각자의 소원을 비는 동안 고사준비도 한창이다. 애향회원들은 혼자 오르기도 어려운 산길을 돼지머리, 떡, 막걸리, 배, 대추 등을 이고지고 올라왔다. 제사상이 차려지자 이상의 부면장의 초헌, 이병준 애향회장의 아헌, 김기복 이장협의회장의 종헌으로 해맞이 행사가 진행된다. 세상의 미명을 사르고 일어나는 망덕산에서 천지신명에게 3천200명의 동이면민 행복을 비는 기원문이 이병준 애향회장의 우렁찬 목소리로 낭독된다. 희망찬 해가 뜨는 동녘 하늘을 향해 모두의 소망과 염원을 담은 소지를 태워올리기도 한다.
주민들은 '동이면 만세 삼창'을 외치며,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를 보며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해맞이 행사가 끝나자 주민들이 비탈길을 조심조심 내려간다.
하산한 주민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새마을회에서 준비한 일명 '점분표 떡국과 김치'다. 동이면 새마을부녀회 박점분 회장은 회원들과 2일전부터 사골을 고아 떡국을 준비했으며, 김치도 40kg가량 가져왔다. 박점분 회장은 "어차피 먹을 것 고급지게 준비해야 하지 않겠나. 그리고 오늘 나온 28명의 회원들이 아침 6시부터 추운데 고생이 많았다. 정말 고맙고, 앞으로도 한 해 잘해보자"고 파이팅 넘치는 목소리로 아침을 깨운다.
아침부터 열심인 자율방범대원들은 몇 시간 째 주민안전을 지키느라 여념이 없다. 차량을 관리하는 업무를 하기 위해 해맞이를 해본지도 몇 년이 지났지만, 동이면 주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게 우선이라고 말한다. 동이면 자율방범대 정회영 대장은 "우리는 주차부터 통행까지 주민의 안전을 책임진다"며 "대원들이 행사에 맘껏 참여하지는 못하지만, 배경의 역할을 하는 게 우리의 임무"라고 말한다.
이병준 동이면 애향회장은 "모여야 사랑하는 마음도 생기지 않겠나. 동이면 주민들이 자주 만나고, 동이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며 "특히 올해 경기가 어렵지만, 노력으로 안 될 게 있겠느냐. 동이면 주민 모두들 노력의 결실을 맺는 한 해가 되시길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