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면 강청리 귀촌 4년차, 김호성-윤혜경 예술가 부부 첫 전시
12월27일부터 3일까지 옥천교육도서관 전시실서 열려

지난 12월27일부터 1월3일까지 옥천교육도서관 전시실에서 김호성(오른쪽), 윤혜경(왼쪽) 부부의 2인전 ‘그림 그리는 남자와 수 놓는 여자의 첫 번째 이야기'가 열린다.
지난 12월27일부터 1월3일까지 옥천교육도서관 전시실에서 윤혜경(왼쪽), 김호성(오른쪽) 부부의 2인전 ‘그림 그리는 남자 수 놓는 여자의 첫 번째 이야기'가 열린다.

 요즘처럼 불경기에 전업 작가로 생존하기는 어렵지만, 국내 유명 갤러리의 해외진출 작품에는 꼭 들어간다는 나름 알려진 작가 남편 김호성씨, 프랑스자수로 전국 유명 플리마켓에서도 이름난 셀러로 나왔다하면 완판 행진을 기록하는 윤혜경씨, 이 부부가 옥천교육도서관에서 연말연시를 장식하는 의미 있는 전시회를 열었다. 들고 나온 주제도 친숙하다. 과일하면 떠오르는 딸기와 집 마당 앞 텃밭에 아무렇지 않게 자랄 것 같은 맨드라미가 한데 만났다. 추운 겨울 붉은 색 열기가 마치 뿜어져 나올 것 같은 뜨거운 기운이 전시회 곳곳에서 느껴진다. 딸기는 보는 것만으로 식감을 자극하고, 맨드라미는 붉은 닭 벼슬처럼 풍성하다. 해외 아트페어 출품으로 전시가 익숙한 남편 김호성씨가 전시가 처음인 아내 윤혜경씨의 손을 꼭 붙잡고 귀촌 4년 차 옥천에서 첫 전시회를 열었다. 작품 판매가 목적이었다면 큰 도시에서 전시회를 열었겠지만, 이번 전시회는 옥천에서 잘 살고 있다는 신고식을 겸한 전시회다.

전시회 입구 모습. 한 관람객이 입구에 놓인 방명록을 보고 있다.
전시회 입구 모습. 한 관람객이 입구에 놓인 방명록을 보고 있다.

 

지난 1227일부터 13일까지 옥천교육도서관 전시실에서 이 예술가 부부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됐다. 바로 김호성(45, 이원면 강청리), 윤혜경(47) 부부의 2인전 그림 그리는 남자 수 놓는 여자의 첫번째 이야기. 전시회장 입구에 놓인 방명록에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자취를 남겼다.

딸기 작가로 알려진 딸기를 그리는 김호성 씨와 맨드라미를 수놓는 윤혜경 씨는 예술가 부부로 알려졌지만, 함께 전시회를 개최한 것은 처음이다. 서양화와 프랑스 자수의 조합은 생소할 수 있지만, 딸기와 맨드라미의 붉은 색이 조화를 이룬다.

김호성 씨는 개인전 17, ART FAIR 참가 40, 국제전 및 단체전 총 150회 이상 참여하는 등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특히 2017년 대한민국 창조문화예술대상에서는 특별대상을 수상했으며 전국무등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대전광역시 미술대전에서 특, 입선을 수상하는 등 실력도 인정받는 화가다. 윤혜경 씨는 2019 핸드아티코리아에 참여했으며 현재 수원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유명한 플리마켓 깔롱마켓 밴드 셀러로 활동하고 있다.

부부는 대전에서 살다가 2016년 옥천으로 이사 왔다. 윤 씨는 꽃이 둘러싸인 농촌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싶어 옥천으로의 이사를 결정했다. 현재는 약 100여 종류의 꽃이 집을 수놓고 있다. 집에 꽃이 늘어나는 만큼 옥천에서의 인연도 늘어났다. 윤 씨는 전시실 한 편에 놓인 테이블에서 부부의 전시회를 보러 온 지인들과 오랫동안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깔롱마켓에서 인연이 된 지인이 선물한 수놓는 로뎀나무캘리그라피는 전시회에 한 층 더 분위기를 더했다.

김호성 작가의 'Exterior'
김호성 작가의 'Exterior'
김호성 작가의 'Exterior'
김호성 작가의 'Exterior'

 

특정 공간에 하나의 현상을 만들고 그 현상을 카메라로 옮긴 후 인화된 사진을 기반으로 작품을 해나간다전시회장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김 씨의 전시회 서문이다. 김 씨는 사진을 바탕으로 작품을 그린다. 그림의 주 소재가 꽃, 딸기이기 때문이다.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데 길게는 한 달이 걸린다. 그동안 다 시들어버리기 때문에 김 씨는 사진이라는 방법을 택했다.

또한, 김 씨의 작품은 매우 사실적이다. 멀리서 보면 마치 사진 전시회에 온 듯 한 기분이다. 작품을 본 한 관람객은 이거 진짜 사진이에요?”라고 묻기도 했다. 극사실주의(하이퍼리얼리즘)를 선호하지만 약간의 회화적인 느낌도 가미한다. 회화적인 느낌은 사람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딸기만 5년 이상 그렸다. 많은 사람들은 외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외형은 다른 요소로 인해 쉽게 파괴될 수 있다. 실제 김 씨의 작품에는 그런 모습들이 담겼다. 빨갛게 잘 익고 모양도 예쁜 딸기지만 유리병에 담기면 찌그러져 보인다. 작품 속 사물들의 현상을 볼 것인지 내면에 숨어있는 본질을 볼 것인지는 보는 이의 판단이다.

 

프랑스 자수로 이름난 윤혜경 작가, 전시 처음이지만 완판

윤혜경 작가의 '수놓다-맨드라미'
윤혜경 작가의 '수놓다-맨드라미'
윤혜경 작가의 '수놓다-맨드라미'
윤혜경 작가의 '수놓다-맨드라미'

 

국내외에서 다수의 개인전 경험이 있는 김 씨와는 달리, 주로 플리마켓에서 활동하는 윤 씨는 전시회가 처음이다. 윤 씨는 처음이라 얼떨떨해요. 플리마켓을 계속하다 보니 전시회도 마켓의 연장선 같아요라며 소감을 전했다. 전시회가 시작된 지 사흘이 지난 지금, 작품의 대부분이 판매됐다. 처음 참여하는 전시회에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어린 시절 시골집 담장 밑에 엄마의 장독대 곁에 심지 않아도 피었던 꽃’, ‘그리운 어린 시절 돌아가고픈 그 시절 속 함께하던 꽃 이젠 내 손안에서 피어난다’. 이는 윤 씨의 전시회 소개 글이다. 윤 씨는 한국적이면서 늘 곁에 있던 꽃이라는 점을 맨드라미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다.

윤 씨는 엑자, 가방, 목도리 등 다양한 곳에서 맨드라미를 꽃피웠다. 프랑스자수로 예쁘게 수놓아진 맨드라미의 입체감이 돋보인다. 프랑스자수와 맨드라미, 동서양이 합쳐졌다. 여기에 회화도 추가해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방식의 작품을 만든다. 윤 씨는 작품을 본 많은 사람들은 친숙하게만 느껴졌던 맨드라미가 사실은 아주 예쁜 꽃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김호성(왼쪽), 윤혜경(오른쪽) 부부
김호성(왼쪽), 윤혜경(오른쪽) 부부

 

부부는 요즘 같은 시대에 예술인으로 사는 것은 쉽지 않다며 화가라는 직업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김 씨는 서울이나 부산 같은 대도시는 작품이 많이 팔리는 편이지만 옥천은 그렇지 않다며 옥천의 많은 사람들이 예술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특히 김호성 작가는 유일하게 전시공간으로 큰 면적을 확보하고 있는 옥천교육도서관 전시실이 곧 사라진다는 소식에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작은 지역 농촌이라 할지라도 미술을 향유하고 싶은 욕구가 다 있거든요. 옥천에는 유일하게 전시를 풍성하게 할 수 있는 공간인데 청소년 문화공간으로 바뀌어지면서 미술 전시실이 없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청소년 문화공간도 중요하지만, 독립적인 미술관이 있었으면 합니다. 독일 드레스덴 같은 곳에서는 미술관으로 지역과 지역간 교류, 해외 교류도 활발하거든요. 일년 열두달 상설전시나 기획전으로 언제나 다양한 미술작품을 볼 수 있는 미술관이 옥천내에 있다면 옥천에 사는 삶의 질이 많이 높아질 것 같아요.”

이번 전시회에서 벌써 모든 작품 완판을 기록한 것을 넘어서 추가작품 주문까지 받은 윤혜경씨의 얼굴에는 만면에 웃음이다. 남편의 손을 잡고 처음 한 전시가 대만족이다.

윤혜경 작가는 옥천에서 이런 전시가 자주 있었으면 한다전시공간이든 플리마켓을 통하든 주민들과 꾸준히 작품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옥천에서 계속 고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옥천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