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100세 맞이한 박귀분 할머니, 마을 경로당서 백세 잔치 열어
4대가 함께 모여 사는 가족, 자손만 50여명, 옥천군 곳곳에서 자리 잡고 살아
마을에서 금반지, 효자효부 감사패, 보행기, 케이크 등 선물 푸짐히 준비
[읍면소식-청산면] “왕할머니 만수무강하세요.” 100세 할머니와 90살 나이차가 나는 10살 증손자 김민건 어린이가 큰 소리로 만수무강을 외친다. 뒤따라 할머니의 자식인 6남매에게서 나온 손자, 증손자들까지 50여명 가까운 자손들이 박귀분 할머니에게 절을 한다. 진풍경이다. 가족뿐 아니라 마을에도 큰 경사다. 오늘은 수십년을 함께 한 마을의 산 역사이신 어르신 생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에 가족뿐 아니라 주민들도 케이크, 금반지와 보행기를 준비했다. 100세를 맞이한 오늘의 주인공 박귀분 할머니는 “내가 복이 많아”라며 환하게 미소를 짓는다.
22일 오전 11시 청산면 판수리 경로당에서 열린 박귀분 할머니의 백세잔치에 가족들과 지역주민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50여명의 가족, 50여명의 지역주민이 모이자 100여명이 넘는 인원이 경로당을 꽉꽉 채웠다. 발 딛을 틈이 없는 공간에는 음식이 풍성하게 준비되고, 마을에서도 선물을 준비하는 등 그야말로 대잔치가 벌어졌다.
초를 불고, 케이크를 자르고, 자식, 손자, 증손자 별로 문안인사를 하는 데에만 시간이 10분 이상 걸렸다. 그야말로 대가족이다. 둘째 딸 김영희(74)씨는 “판수리에서 태어나 기억이 많다”며 “오늘 고향에서 어머니 생일잔치를 할 수 있어서 매우 기쁘다”고 말한다. 왕 할머니가 있어서 너무 좋다는 증손자인 청산중 김지슬(14) 학생은 “근처에 살아서 할머니 보러 자주 놀러온다”고 말했다.
증손자들의 인사까지 마무리 되자 가족들은 그간 할머니를 모시느라 수고한 큰 며느리 최철희(72)씨에 대한 감사 및 꽃다발 전달식도 이어나갔다. 며느리 생활만 50년차, 쉬웠다고 말할 세월만은 아니었다. 눈물을 보이는 최철희씨다. 최철희씨는 “가족들이 마음을 함께 나눠주어 너무 고맙다. 22살에 3명의 아들을 낳고 어머니를 모시며 벌써 50년을 살았다. 결코 쉬웠다고 할 수는 없지만, 되돌아보니 어머니와 함께 살며 행복했던 기억이 떠오른다”며 “앞으로도 오래오래 건강하셔서 함께 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을에서도 선물을 준비했다. 음식을 준비해 마을과 경사를 나누려는 가족들의 마음과 이심전심이 된 셈이다. 케이크는 경로당 할머니들이 마음을 합해 선물했고, 노인회에서 보행기를, 마을에서 금반지까지 준비했다. 김순득(76)씨는 “피보다 짙은 ‘추억’을 나눈 세월이 우리를 이어지게 만든다”며 “기쁜날을 마을에서 함께 하니 기쁨이 두배가 된다”고 말했다.
판수리 최은식 이장은 “박귀분 할머니는 내 기억이 존재하는 순간부터 함께 해온 동네 어르신”이라며 가족들도 다 이웃 삼촌들이고, 이모들이었다. 이렇게 뜻 깊은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어 기쁘다. 앞으로도 만수무강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을주민들과 가족들의 축하에 큰 아들 김장영(80)씨는 “자손들이 다 잘되고, 건강할 수 있는 것은 어머니가 계시기 때문이다. 건강하셔서 항상 곁에 계셔주시니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며 “특히 마을행사로 열려서 더욱 뜻 깊다. 너무 감사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