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교육청 깜짝 페이스북이벤트 '우리학교, 우리반 이벤트 뽀 피자!'
20개 학급 선정에 6천66개 댓글, 옥천서는 죽향초 4학년1반 학급 유일하게 선정

편집자주: 5일 충북교육청이 깜짝 페이스북 이벤트 열었다. 이름하야 '우리학교, 우리반 이벤트 뽀 피자!'. 13일까지 2019년 '우리학교, 우리반 추억'을 페이스북 댓글로 공유해주면 이중 20개 학급을 선정해 25만원 상당 피자세트를 보내준다는 것. '추억사진을 첨부하면 더욱 좋다'는 말도 덧붙였다. 모두 참여해보시는 게 어떠신지? 

죽향초등학교 4학년1반 담임을 맡고 있는 이기성 교사는 페이스북 등 개인 에스엔에스(SNS)를 활발하게 사용할 만큼 소셜 네트워킹에 능통한 사람은 아니었다. 다만 교사간 필요한 정보를 받기 위해 충북 교직원들간 소통메신저 정도는 사용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충북교육청 페이스북 이벤트에 대한 공지가 올라왔다. 이기성 교사는 곰곰이 생각했다. '우리 애들이 먹기는 정말 잘 먹는데... 한 번 응모해볼까...' 

5일 페이스북이벤트를 개최한 충북교육청 페이스북관리자는 이벤트를 잠시 잊고 지내다 이벤트 마감일 하루 전인 12일, 댓글창을 한 번 열어봤다. 그리고 다소 마음이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댓글이 4천200개가 있었다. 애써 웃었다. '하루가 더 남았는데 댓글이 4천200개라...' 13일 마감시간인 5시, 그는 급히 이제 그만 이벤트를 마감하겠다고 댓글을 달았다. '이벤트는 금일 17시부로 마감합니다...' 하지만 학생과 교사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하루 사이 댓글 2천개가 늘어났다. 쌓인 댓글이 모두 6천66개.  

약속은 약속이다. 충북교육청 페이스북관리자는 6천개 댓글을 하나하나 꼼꼼이 읽기로 결심했다. 학생과 교사 저마다 열심히 추억이 담긴 사진과 글을 써놓았다. '뽑기가 너무 어려운데?' 어떤 감동 사연도 이제 그의 마음을 울리기 어려워지던 중, 그는 특이한 사진을 하나 발견했다. 반 추억이 담긴 사진이 아니라 오로지 이번 이벤트를 위해 사진을 찍고, 게다가 영상까지 찍은 학급이 있었다. 17명 학생들이 직접 피자 그림을 그리고 '인생은, 피자에서 피자지! 피자 먹고 싶어요!!!' 외쳤다. 이 외침이 그만 그의 마음을 흔들어놓고 말았다.

17일 오후 2시, 충북교육청 페이스북에는 '우리학교, 우리반 이벤트 뽀 피자!' 이벤트 당첨자 결과가 나왔다. 영동 추풍령중, 제천 내토초, 음성, 청주, 증평, 또 청주... 옥천은 딱 한 곳 있었다. 죽향초 4학년1반, '인생은 피자에서 피자지!' 이기성 교사의 이름이었다.

이기성 교사와 죽향초 4학년1반 학생들이 준비한 사진. 오로지 이번 이벤트를 위해 준비했다!

■ 죽향초 4학년1반 이기성 교사 "인생은 종이 한 장 차이로 결정나지요(웃음)"

(어떻게 이번 이벤트에 신청하게 되셨어요?)

제가 원래 페이스북은 안 하는데 충북 소통메신저라고, 충청북도 교직원들을 연결해주는 메신저가 있어요. 교육청 이벤트가 메신저 공지사항으로 올라왔더라고요. 할까? 말까? 학생들이 좋아하기는 할 텐데? 문득 떠오른 장면이 있는데, 저희가 6월에 대전에 항공우주연구원으로 체험학습을 갔거든요. 학생들이랑 약속대로 뷔페를 갔는데 가만 보니 학생 한 명이 고무줄 바지를 입고 온 거예요. 그리고 열한그릇 가까이 먹더라고요. 아니 이게 무슨...(웃음) 피자 당첨 되면 저희 학생들 그냥 좋아하는 게 아니라 굉장히 좋아하겠구나, 잘 해봐야겠다, 생각했죠.

(이벤트를 위해 사진도 새로 찍고, 영상까지 만들 생각은 어떻게 하셨어요?)

영상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실 대단한 게 아니에요. 그런데 제가 학생들에게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모든 것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이 이벤트를 위해 사진을 찍고 또 동영상까지 올린 곳은 별로 없을 거란 말이에요. (기자와 마주보고 웃음이 터졌다) 저희가 아침에 30분 자습 시간이 있는데, 5분만 시간을 내보자, 쓱싹쓱싹 그림 그리고 영상을 찍었어요. 학생들이 대단한 의지로 두번째 컷만에 성공하더라고요. 그런데요, 아... 애들한테 평소 아침에 조용히 자습하라고 하면 굉장히 우울해하거든요? 그런데 영상 촬영은 이렇게 재밌게 한번에 성공해버리다니... 공부도 이렇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저는 좀 우울해지긴 했는데...(웃음)
 
(한 해 동안 가장 기억나는 추억이 있다면 뭘까요?)

OK 현장체험학습·버스를 이용해서 올해 체험학습을 세 번을 다녀왔어요. 원래 저희가 봄 가을만 다녀오는데, 이번에는 한 번 더 간 거죠. 그게 참 좋았어요. 물론 교실에서 책으로 배우는 게 의미가 없다는 게 아니에요. 그렇지만 현장에서 배우는 건 다르거든요. 직접 만져보고, 움직여보고, 그런 경험들이 확실히 더 장기적으로 학생들 기억에 남아요. 동기유발도 되고요. '아. 이게 무인기로구나, 나로호는 이렇게 생긴 거로구나. 신기전은 이렇게 만들어졌구나.' 하고 본 친구들은 책도 재밌게 읽어요. 학생들이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건, 역시 저도 즐겁죠.

(마지막으로 우리반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세요.)

4학년이라는 시기가 학생들이 많은 것을 느끼고 부쩍 성장하는 시기거든요. 자치 역량도 늘어서 4학년 때부터는 전교회장 투표권도 생겨요. 물론 학생들 저마다 속도가 다르고 힘든 부분 좋았던 부분 있겠지만, 잘 갈무리해서 지금 이 시기가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겨울방학에는 부진했던 과목도 잘 챙겼으면 좋겠네요. 책 한 번 들춰봐주기라도 한다면... 모든 건 종이 한 장 차이라니까요(웃음). 마지막까지 열심히 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라요. 힘내자!

학생들이 피자를 모두 먹고 난 다음 단체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 24일 촬영.

■죽향초 4학년1반 학생들 "우리반이 좋은 이유요? 우리 선생님이요!"

학생들이 피자를 와구와구 먹고 있는데, 잠시 사이다를 마시는 틈을 이용해 소감을 한 마디씩 물었다. '우리 4학년1반이 좋다면 그 이유가 뭘까요?' 어쩐지 대답이 하나같이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됐다. '그게 말이에요, 우리 선생님이요...!'

"선생님이 재밌어요. 수업 때 개그를 많이 하세요. 이번에 피자 씨에프(CF) 패러디해서 영상 찍은 것도 너무 재밌었어요!" (김범진 학생)

"잘 놀아서 좋아요. 청소 끝나고 시간 남을 때 가위바위보 게임해서 초콜렛도 주시구요. 그런데 요새는 단축수업 때문인지 많이 못 놀아주세요. 그건 좀 섭섭해요." "난 안 섭섭해. 어차피 난 게임에서 이긴 적이 거의 없어..." (박한별·박윤서 학생의 대화)

"쌤 수업이 재밌어요. 특히 사회 수업이요. 오늘은 책에서 게이트볼이 나왔는데 게이트볼이랑 비슷한 게임이라며 골프에 대해서도 조금 알려주셨어요. 경기방식도요. 그런 이야기 듣고 있으면 푹 빠져들어요." "수업 말고 그런 이야기만 계속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야, 그렇게 이야기하면 어떡해!" (이준혁·홍서진·김수안 학생의 대화)

"수업을 잘 가르쳐주셔서 좋아요. 특히 사회시간에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세요!" (유동수 학생)

"엄마, 나 신문 나왔어!" (조재혁 학생)

"자, 잘 봐. 피자를 가운데에 놓는 거야. 공평하게!"
"이 피자는 스테이크 피자인가. 새우 피자인가."
(생전 피자를 처음 보는 것 같은 표정)
"피자가 눈앞에 있지만 잠깐 사진은 찍어드릴게요."
"피자가 눈앞에 있지만 잠깐 사진은 찍어드릴게요." 2
피자를 먹다가 한 학생이 '선생님, 피자 먹는데 손 씻어야 하나요?' 물었다. '아직 안 씻었어? 당연히 씻어야지!' 대답하니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가...
'물이 차가워!!'
아직 배고픈 영혼들이 많다. 선생님과 가위바위보 해서 이기면 피자 한조각을 더 준다. 많은 학생들이 이 게임에 참여했다.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
단체사진을 찍기 위해 학생들과 선생님이 모였다. 그런데 좀처럼 마음처럼 학생들이 움직이지 않는다.
'자자... 어서어서...'
'죽향초 4학년1반 김치!' 24일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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