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6개월 간의 생명숲 100세 힐링센터 수료식
요리, 수납, 오카리나, 기공체조 등 수업 진행
총 수강생 50명 중 45명 수료

13일, 생명숲 100세 힐링센터의 수료식이 있었다. 손가락하트를 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는데... 어르신들의 손모양이 가지각색이다. 서로 다른 손모양을 비교해보자.
13일, 생명숲 100세 힐링센터의 수료식이 있었다. 손가락하트를 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는데... 어르신들의 손모양이 가지각색이다. 서로 다른 손모양을 비교해보자.
활동사진이 들어있는 액자 등 그동안 만든 공예품들을 전시해두었다.
활동사진이 들어있는 액자 등 그동안 만든 공예품들을 전시해두었다.
"청성에 귀촌한 지 3년 된 홍순길입니다."
"청성에 귀촌한 지 3년 된 홍순길입니다."

 “저는 청성에 귀촌한 지 3년째 된 홍순길입니다. 땅에 묻힐 때까지 청성에서 열심히 살려고 합니다. 어린 시절 고향집 주변에 양로원이 있었는데요. 거기 이런 문구가 있었던 게 기억이 납니다. ‘나 늙어 노인 되고 노인 젊어 나였으니 노인과 나는 너와 내가 아닌 나 자신이다.’ 여기 다른 잘 하시는 분도 많은데 제가 독주를 맡게 돼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고향을 그리는 마음으로 ‘고향의 봄’ 연주하겠습니다.”

 오카리나로 연주하는 ‘고향의 봄’이 흘러나온다. 아주 능숙한 솜씨는 아니지만 홍순길 어르신의 마음이 담겼다. 어느새 모두가 함께 따라 부른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추운 날씨에도 마음이 노글노글 풀어진다. 13일, 여기는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 생명숲 100세 힐링센터 수료식이다.

 생명숲 100세 힐링센터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자살 고위험군인 남성독거노인이 자립할 수 있도록 요리와 정리·수납, 관계맺기, 스마트폰, 공예와 체조 등의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수료식이 진행되는 향수홀 한편에는 그간의 공예품들과 활동사진이 조르륵 줄지어 있다. 할아버지들이 만들었다는 걸 한눈에 알아보기 힘든 깜찍함이 돋보인다. 올해 6개월 동안 활기찬 반과 기운찬 반, 25명씩 2개 반을 운영해 45명이 수료했다.

"앞으로는 더 좋고 즐거운 생활을 하기 위해서 한번 살아보려고요."
"앞으로는 더 좋고 즐거운 생활을 하기 위해서 한번 살아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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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기쁘고 감사합니다. 저에게 큰 수확이고 아주 유익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정창영입니다. 저는 은퇴 후 주로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말수가 줄어들었습니다. ‘그냥 집에 있는 것보단 낫겠지’ 하고 힐링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해 일주일에 세 번씩 복지관에 나와 배우다가 노인일자리에도 참여했습니다. 덕분에 사람들과 인사도 하고, 웃고, 재미나게 요리도 배워 집에서 맛있는 반찬 많이 해먹고 있습니다(웃음). 복지관 직원이 그러더라고요. 정창영 어르신은 처음 봤을 땐 얼굴이 엄청 무섭게 생겼더라고요. 그런데 이제는 표정이 많이 밝아졌답니다. 처음 보는 사람하고 말하는 것도 어색했는데 이제는 농담도 먼저 하고, 성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여러분들과 만나게 되어 정말 행복합니다. 이제 내년부터는 복지관 문화정보대학에도 다녀보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더 좋고 즐거운 생활을 하기 위해서 한번 살아보려고요. 신경 많이 써주신 관장님 이하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형님들도 운동 많이 하고 건강한 노후생활 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생명숲 100세 힐링센터에서 기공체조, 오카리나, 요리교실에 참여한 기운찬 반 노재선입니다. 퇴직 후 복지관에서 컴퓨터를 배우다가 참여하게 됐습니다. 평소 요리를 배우고 싶던 중 힐링센터에 요리강습이 있다고 하여 요리교육을 신청해 받게 되었습니다. 교육을 통해 재료를 골고루 쓰는 것과 청결에 대해 배웠습니다. 직장생활하면서 건강검진 받을 때마다 운동부족을 진단받곤 했는데, 지금은 체조교육으로 머리부터 발까지 온몸운동 하는 법을 배워 건강한 노후생활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놀기를 좋아해 난타, 국악, 노래 등을 배우곤 했으나 계속하진 못했습니다. 그런데 복지관 직원이 권유하여 배운 오카리나가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자신감도 높이고, 오늘도 선생님과 함께 연주를 하게 되어 너무 기쁘고 감사합니다. 힐링센터에 참여한 것이 저에게 아주 큰 수확이고 유익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수고하신 복지관 직원 분들과 가르쳐주신 선생님들, 힐링센터를 후원해주신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관계자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활동영상을 보고, 이야기를 듣고, 오카리나 연주를 들으며 앉아있는 어르신들. 웃기 힘든 생활이라 만난 인연들이지만, 헤어질 때는 함께 웃는 얼굴일 수 있으니 다행한 일이다.

 행사가 모두 끝나고 이제 각자의 수료증과 공예작품들을 받아서 헤어져야 한다. “어르신들, 여기 앞에 놓으면 가져가시겠어요?” “그 많은 거를 어떻게 다 찾아가. 그냥 한 명씩 불러줘.” “그쵸. 우리가 그동안 뭘 많이 하긴 했죠(웃음).”

 6개월 뿐인데도 즐거웠던 일들은 들고 갈 귀갓길이 염려될 만큼 한가득이다. 삶의 즐거움을 새롭게 얻은 어르신들, 이제 적적하게만 계시지는 않을 터다.

김재종 군수가 축사를 했다. "어르신들 행복에 아끼지 않고 지원하겠습니다. 그러니 건강을 챙기셔야 해요."
김재종 군수가 축사를 했다. "어르신들 행복에 아끼지 않고 지원하겠습니다. 그러니 건강을 챙기셔야 해요."
어르신들의 활동사진과 공예품. 골판지를 돌돌 말아 만든 꽃과 트리가 참 깜찍하다.
어르신들의 활동사진과 공예품. 골판지를 돌돌 말아 만든 꽃과 트리가 참 깜찍하다.
다함께 그간의 활동 영상을 보았다.
다함께 그간의 활동 영상을 보았다.
두 반의 대표가 나와 수료증을 받았다.
두 반의 대표가 나와 수료증을 받았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표정이 딱 굳은 어르신들. 복지사의 당황한 목소리. "어르신들~ 웃... 웃어주세요~" 객석에서 웃음이 터지자 어르신들의 얼굴도 조금 풀어졌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표정이 딱 굳은 어르신들. 복지사의 당황한 목소리. "어르신들~ 웃... 웃어주세요~" 객석에서 웃음이 터지자 어르신들의 얼굴도 조금 풀어졌다.
노재선, 홍순길 어르신과 그동안 오카리나를 가르쳐 준 고정화 선생님의 연주.
노재선, 홍순길 어르신과 그동안 오카리나를 가르쳐 준 고정화 선생님의 연주.
다 함께 웃는 얼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다 함께 웃는 얼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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