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터미널 앞 미성한우의 박성연·정진구 부부의 선행 화제
버스 안내 등 터미널 이용하는 어르신들 도우미 자처해
박성연·정진구씨 “부모님 같은 분들, 당연한 일 했을 뿐”

청산 주민들의 사랑방 '미성한우'의 주인장 박성연(왼쪽)·정진구 부부. 부부는 청산 버스 터미널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에게 버스를 안내하고 가게 안 자리를 내어주는 등 선행을 베풀어오고 있다. 부부의 따뜻한 마음이 청산을 더욱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있다. 
미성한우의 모습

[읍면소식-청산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친절은 한 마을을 살릴 수 있다.’  청산면 지전리에서 정육점 ‘미성한우’를 운영하는 박성연(47, 청산면 지전리)·정진구(57) 부부를 보며 떠올린 말이다.

정육점 ‘미성한우’는 청산 버스터미널을 이용하는 주민들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공간이다. 미성한우는 ‘청산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불린다. 버스를 이용하는 청산 주민들은 미성한우 안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사장 부부 및 다른 주민들과 함께 이야기꽃을 피우곤 한다. 사장 부부는 넉넉한 인심으로 주민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흔쾌히 자리를 마련했다. 버스 이용객들에게 미성한우는 여름에는 그늘이, 겨울에는 난로가 되어준다. 그뿐만 아니라 글을 잘 모르시는 어르신들이 버스를 잘못 타지 않게 버스를 알려주고, 어르신들의 무거운 짐을 직접 버스 안까지 들어 다 주기도 하는 등 살갑고 곰살맞게 어르신들을 대하는 이들이다. 버스를 이용하는 주민들에게 미성한우가 버스 대기 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근거리에서 선행을 항상 봐온 사람들은 부부를 칭찬하기에 여념이 없다. 청산에서 시내버스를 운행하는 안종철 버스기사는 “하루에 여덟 번 이상 청산면에 들어오니 매일 부부의 선행을 보는 셈이다. 어르신들에게 버스를 안내해주시고 짐도 들어주시는 모습을 보면 절로 흐뭇해진다”라며 “우리 기사들에게도 친절하게 잘 대해주신다”고 말했다. 청산 버스터미널에 버스 기사들이 이용할 쉼터가 만들어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미성한우는 버스기사들에게도 자리를 내어준다고.

버스터미널 앞 우리약국을 운영하는 김한기 약사 역시 방문하는 어르신들에게 도움을 주는 같은 입장이지만 부부의 공을 높이 샀다. 김한기 약사는 “어르신들은 어느 버스를 타야 할지 모르시는 경우가 많다. 그런 분들에게 가족같이 잘 대해주시는 모습을 많이 본다”고 말했다. 소서 성결교회 박명숙 목사는 “정육점 사장님이 친절하고 고기도 맛있다. 사장님 부부가 너무 좋으시니까 꼭 여기만 찾는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은 부부의 선행에 칭찬 일색이지만, 부부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버스 이용하시는 분들이 다 어르신들이고 우리 부모님 같으셔요. 어르신들이 무거운 짐을 차에 싣기가 어렵잖아요.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뿐이죠”(정진구씨)

“어차피 저희 정육점 쪽에서 버스 타시는 거니까 짐 두시고 쉬시라고 말씀드려요. 어르신들 불편하시지 않게 도움 드리는 건 당연한 거죠”(박성연씨)

박성연·정진구씨는 8년째 미성한우를 운영하고 있다. 청산면 예곡리 출신 박성연씨와 대전 출신 정진구씨는 대전에서 살다가 8년 전 청산면 지전리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그들은 청산에서 살면서 터미널 옆에 미성한우를 개업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물 좋고 공기 좋고 사람 인심 좋은 청산이 마음에 꼭 든다는 정진구씨. 나고 자란 고향이 정겹다는 박성연씨. 청산에 대한 부부의 애정이 큰 만큼 정육점을 찾는 주민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도 깊다. 매일매일 얼굴을 맞대며 정겨운 이야기와 정을 나누는 사이이기 때문일 테다. 그래서 부부는 정육점에 찾는 어르신들이 한둘씩 보이지 않을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을 더욱 느낀다. 그리고 그 횟수는 점점 늘고 있었다.

“옛날에는 정육점 앞에서 고기도 구워 먹고 막걸리 잔치도 했었어요. 근데 지금은 어르신들이 많이 돌아가시고 요양병원에 입원하시기도 하고. 자주 뵙던 어르신들이 안 보이시면 대부분 돌아가시거나 병원에 입원하신 거더라고요. 그런 소식을 들을 때 슬프죠”(정진국씨)

“저희 정육점 찾으시는 어르신들이 자제분들 오면 꼭 이리로 데리고 오세요. 자제분들에게 저희 부부를 ‘우리 아들딸’이라고 소개해주시고 '꼭 미성한우만 가야 한다'고 말씀해주시기도 하시죠. 사실 밥도 제대로 못 드시는 어르신들도 많으세요. 그런 부분도 챙겨드리려고 노력하죠. 찾아오시는 어르신들 거의 친부모님처럼 지내요. 안 오시면 서운하고 보고 싶기도 해요.”(박성연씨)

청산을 따뜻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부부의 꿈은 뭘까. 정진국씨는 지금처럼 행복하게 사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박성연씨의 꿈은 사랑하는 가족들을 끝까지 보살피며 지키는 것이다. 현재 편찮으신 어머니를 보살피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공부하고 있는 박성연씨다.

“아내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이에요. 꿈이요? 그냥 지금처럼 안 아프고 아내와 건강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오시는 어르신마다 젊을 때 일을 많이 해서 아프시다는 말씀을 많이 하셔요. 저는 그냥 아내와 행복하게 살면 그걸로 됐어요.”(정진국씨)

"요양 보호사 자격증을 배우고 있어요. 돈을 벌려고 자격증을 따려는 게 아니라요. 사랑하는 엄마를 제가 끝까지 보살피고 싶어서 준비하고 있어요. 나중에 남편도 요양보호사 자격증 따서 같이 해도 좋을 거 같아요. 사실 남편이 저를 다 이해해줘요. 아직 저한테 언성 한번 높인 적도 없고 말도 함부로 한 적도 없어요. 사랑하는 우리 남편을 제가 끝까지 보살펴주고 싶은 마음도 들어요."(박성연씨)

청산 주민들의 사랑방 '미성한우'의 주인장 박성연(왼쪽)·정진구 부부. 부부는 청산 버스 터미널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에게 버스를 안내하고 가게 안 자리를 내어주는 등 선행을 베풀어오고 있다. 부부의 따뜻한 마음이 청산을 더욱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있다. 
영동군 용산면에 사는 최미숙(52)씨가 미성한우 안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최미숙씨는 항상 따뜻하게 대해주는 사장 부부에게 감사하다는 입장이다. 미성 한우의 내부에는 방문하는 이들이 버스를 대기할 수 있도록 넉넉하게 자리가 마련돼있다. 
청산에서 시내버스를 운행하는 안종철 버스기사. 안종철 기사 역시 부부의 넉넉한 마음을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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