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초등학교 우산분교장 6학년
전세빈·배수열 학생, 조윤희 교사 인터뷰

[우리반 짱!] “제가 이전에 삼양초등학교에 있었을 때 한 반 학생들이 25명 정도 됐거든요. 작은학교로 간다니까 학생 수가 적어져서 쉬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삼양초에 있었을 때는 학생들 발표 한 번씩만 시켜도 수업시간이 금방 가잖아요? 그런데 작은학교는 아니에요. 지금 저희 반 학생들만 봐도 2명이잖아요. 5분도 안 걸려요(웃음). 물론 학생들 한 명 한 명 각자 수준에 맞춰 가르칠 수 있는 건 장점이지요. 하지만 요새는 선생님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생들은 그냥 자리에 앉아 있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저희들끼리 스스로 가르치는 활동을 많이 하는 추세에요. 가르치면서도 배우고, 또 학업적인 부분 외에 사회적인 영역도 함께 강화되니까요. 저도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모둠수업을 할 수 없는 작은학교 학생들에게는 아쉬운 일이죠.

그런데 중요한 게 있어요. 작은학교와 큰학교는 학생들이 교실 밖을 나가면 장단점이 역전돼요. 큰학교는 같은 학년끼리 만나서 놀기도 바쁜데 작은학교는 그렇지 않거든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두 함께 놀아요. 또래친구도 중요하지만 위에 학년 언니오빠들에게 배우는 거, 또 아래 학년 친구들을 돌보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중요한 경험이거든요. 언니오빠들을 따라 앞서 배우고, 동생들을 따라 더 많이 배려해요." (조윤희 교사)

(또 다른 장점도 있을까요?)

"많죠(웃음). 관계도 돈독해요. 작은학교 학생들을 보면 언뜻 ‘순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그게 학생들이 뭘 몰라서 그런 게 아니에요. 작은학교 학생들은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같은 친구들을 오래, 깊게 바라봐요. 관계가 충분히 돈독해져요. 상대와 관계 맺을 때  따지고 재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을 정도로, 상대와의 관계가 돈독해진다는 말이에요.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에요. 큰학교면 건물이 두 동이고, 특별히 회의 시간이 아니면 다른 건물에 있는 선생님은 마주치기도 어렵거든요. 그런데 작은학교 선생님들은 회의시간부터 차 마시는 시간까지 항상 만나고 이야기가 넘쳐요(웃음). 각 학년에 따른 고민들을 공유하고요. 그래서 나중에 다른 학년을 맡더라도 사실 그 학생을 처음 만나는 게 아닌 거예요. 이미 그 학생에 대해 나름 고민해보고 생각해본 교사인 거지요.” (조윤희 교사)

동이초등학교 우산분교장은 단층이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한 층에 줄줄이 있다. 교실을 차례로 지나 6학년 교실에 들어서면 훈훈한 공기가, 전세빈‧배수열 두 학생이 어색하게 웃는 모습이 보인다. 옹기종기 눈 마주치고 이야기하다보면 긴장은 금세 풀린다. 40여분 학생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윤희 교사
6학년 교실은 수열 학생과 세빈 학생의 흔적이 짝꿍이 되어 자리잡고 있다.
6학년 교실은 수열 학생과 세빈 학생의 흔적이 짝꿍이 되어 자리잡고 있다.
6학년 교실은 수열 학생과 세빈 학생의 흔적이 짝꿍이 되어 자리잡고 있다.
6학년 교실은 수열 학생과 세빈 학생의 흔적이 짝꿍이 되어 자리잡고 있다.
6학년 교실은 수열 학생과 세빈 학생의 흔적이 짝꿍이 되어 자리잡고 있다.
11일 오전 10시, 동이초등학교 우산분교장을 찾았다. 수업 중인 모습 

 ▪ 작은학교 친구들 이야기 "많이 웃어주셔서, 잘 가르쳐주셔서 감사해요"

(한 해 동안 학교 다니면서 즐거웠던 것 한 가지만 이야기해본다면요?)

전세빈 “동이초등학교 친구들이 우산분교 와서 놀았던 거요. 1년에 한 번 본교 학생들이 분교에 오는 어울림데이가 있거든요. 과학체험도 하고 보물찾기도 하고요. 새로웠어요. 저희 학교 들어오기 전에 보면 벽에 무지개가 칠해져 있거든요? 어떤 친구가 그걸 보고 예쁘다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저는 그냥 ‘무지개가 있네’ 하고 다녔는데(웃음). 다시 보니까 학교가 새롭게 보였어요. 또 퀴즈하면서 저희 학교 피아노실에 피아노가 몇 대 있을까 퀴즈가 나왔는데, 옆에 친구가 깜짝 놀라서 저한테 ‘너네 피아노실도 있어?’ 하는 거예요. 생각해보니 동이초등학교에는 피아노실이 없는 거예요! 저희는 3학년 때까지 방과후 수업으로 피아노를 쳤어요. 그때 센과치히로 오에스티(OST)도 배웠어요. 지금은 잊어버렸지만요...(웃음)”

배수열 “제주도에 수학여행을 갔는데 아쿠아리움을 갔던 게 생각나요. 거기 해녀가 나왔거든요. 해녀가 큰 수족관에서 해산물을 수집했는데, 아무런 장비도 없이요, 정말 멋있었어요. 제가 수영을 잘하고 물을 좋아하는 게 아니에요. 그게 아니라, 해녀가 왔다 갔다 멋지게 자기 일을 해내는 걸 보니까... 나는 뭘 잘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야구를 좋아하는데 어떨 때는 야구가 재미없어요. 저도 해녀처럼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학교를 떠나 아쉬운 게 있다면 뭘까요?)

전세빈 “동생들을 못 보는 게 아쉬워요. 두 달 전에 전교생이 모여서 마니또를 했어요. 제가 아껴줘야 하는 친구는 1학년 다윤이였어요. 다윤이가 마니또 편지 쓰는 걸 도와줬어요(그런데 다윤이가 마니또 해주는 친구가 누군지는 몰라요. 편지에 이름은 안 들어가더라고요. 철저하죠...(웃음)) 다윤이 없을 때 책상에 몰래 편지 놓고 오기도 했고요. 정말 즐거웠어요. 마니또 하기 전에도 다윤이랑 자주 마주쳤지만, 마니또 하면서 더 다윤이를 주의 깊게 보게 됐거든요. 다윤이는 착하고, 친구들이랑도 잘 놀아요. 저희 가고 나서도 친구들이랑 언니오빠랑 잘 놀고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배수열 “저는 옥천남중으로 진학할 텐데. 동이초등학교보다는 재미없겠죠...? 저희 학교는 정말 좋은 행사가 많았었는데요. 수학여행도 재밌었고 대전 오월드에서 놀이기구 타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던 기억이 나요. 아. 역시 동이초등학교보다는 덜 재밌겠죠...?”

(세빈이/수열이에게 하고 싶은 말 한 마디만 해볼까요)

전세빈 “졸업까지 계속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4학년 때까지만 해도 지연이가 있어서 셋이서 보드게임도 하고 재밌게 놀 때도 있었는데, 지연이가 전학가고 둘이 되고선 어쩐지 어색한 게 있어서 잘 못 놀았던 게 아쉬워요. 수열이가 중학교 가서는 정말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배수열 “모르는 문제가 있을 때 쉽게 알려줘서 고마웠어요. 남은 시간 저도 열심히 해서 세빈이한테 뭐든 알려주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선생님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수열이는 ‘수학문제를 잘 못 푸는데 선생님이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감사했어요. 숙제 안 해온 날이 있었는데 죄송하고, 화 안내주셔서 감사해요’라고 멋쩍게 웃었다. 세빈이는 ‘한 명 한 명 가르쳐주셔서 감사했어요. 조윤희 선생님, 동이초 선생님들 모두 정말 감사해요’라고 말었다. 눈물이 그렁그렁해져버렸다. 사실 기자가 ‘이제 선생님들 보기 어려워질 텐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물었던 거였는데, 아차, 했다.

▪ 작은학교 선생님 한 마디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수열 학생, 세빈 학생이 나가고 조윤희 교사와 따로 만나 ‘애들을 울려버렸어요’라고 말하니 조윤희 교사가 깜짝 놀라 ‘정말요?’ 하고, 웃었다. 

“얘네 그렇게 울어놓고 잘 놀러오는데요... 작년 동이초 학생들 봐도 어찌나 자주 놀러오는지. 심지어 졸업했을 때 담임선생님이 안 계시는데도 오는 거예요...!(웃음). 마지막이 아냐. 선생님 전화번호 알지?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연락해. 언제든지.” (조윤희 교사)

배수열 학생
전세빈 학생
왼쪽부터 전세빈 학생, 조윤희 교사, 배수열 학생
동이초등학교 우산분교장 전경.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산을 뒤로 끼고 단층 건물인 우산분교장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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