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농업기술센터에서 사랑의 고추장 담그기 진행
찹쌀고추장 230kg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할 예정
"힘들지만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눌 수 있어 기뻐요"

9일부터 10일까지 생활개선회 사랑의 고추장 담그기가 진행됐다. 생활개선회 회원들이 만들어진 고추장 앞에서 하트 포즈를 취하고 있다. 

농업기술센터 3층 조리실 내에서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차곡차곡 싱크대 옆 선반에 붉은 원형 통들이 쌓인다. 내용물은 떡볶이, 비빔밥 등 매콤하고 맛있는 음식에서 빠질 수 없는 재료, 고추장이다. 9일부터 10일까지 옥천군여성단체협의회 지원 생활개선회 사랑의 고추장 담그기가 진행됐다. 양일동안 생활개선회 회원 20여명이 모여 고추장을 만들었다. 

생활개선회 회원들이 만든 고추장은 전통방식으로 만든 찹쌀고추장이다. 재료들을 삭히고 졸이고 섞어 그럴싸한 모양새가 나오는 게 이틀이나 걸렸다. 재료 준비에도 회원들의 노력이 들어갔다. 고춧가루는 안남면 생활개선회장을 맡고 있는 김희자 (51, 안남면 종미리) 총무가 직접 농사지은 것을 사용했다. 김희자 총무 덕분에 적은 비용으로 많은 고추장을 만들 수 있었단다. 고춧가루를 제외하고 메주가루, 엿기름, 찹쌀가루 등 나머지 재료는 회원들이 장을 봐 사왔다.

회원들 대부분 무언가 만드는 것들을 잘하고 좋아하는 ‘금손’이지만, 회원들 전부가 고추장을 만들어봤던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팔을 걷어붙힌 이유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건강하고 맛있는 고추장을 나누기 위해서다.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과 애육원 등 복지시설에 고추장을 다음날 전달할 예정이라고 한다. 생활개선회에서 10년 정도 활동했다는 생활기술연구회 이정화(51, 읍 장야리) 회장이 말하길, 고추장 봉사를 한지 5년 정도 됐다고 한다. 

“5년 전쯤부터 매년 한 번씩 고추장을 만들어오고 있어요. 마을에 어렵거나 혼자 사시는 분들에게 보내기 위해서요. 저는 평소에 고추장을 마트에서 사먹는데 이웃들 드리려고 만들기 시작했어요. 아무래도 저보다 나이가 있으신 회원들은 만드는 법을 훨씬 잘 아세요. 고추장이 좋은데 쓰이니 좋고 아무래도 요즘 사람들에게는 고추장을 직접 만드는 게 흔치 않잖아요. 같이 옆에서 배우면서 만드는 거죠. 처음 했을 때는 살짝 짠기가 있는데 숙성하면 완화돼요. 시간이 지날수록 재료들이 융화가 돼서 맛이 더 좋아진대요.” (생활기술연구회 이정화 회장) 

옥천군여성단체협의회 우을순 회장이 보여준 사진. 회원들이 메주가루를 대야에 넣고 있다. <사진제공 : 옥천군여성단체협의회 우을순 회장>
재료를 섞고 있는 회원들의 모습. <사진제공 : 옥천군여성단체협의회 우을순 회장>

기자가 방문한 시각은 10일 오후 3시 정도. 옥천군여성단체협의회 우을순 회장이 “좀 더 일찍 오지 그랬어요” 하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는 고추장의 자태가 당장 마트에서 팔아도 이상하지 않을 모습이었다. 몇몇 회원들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틀간의 노고를 봤어야 한다며 재료가 섞이는 사진을 보여줬다. 사진만 봐도 그 노고를 얼핏 예상할 수 있을 정도다. 식사도 고추장을 만드는 그 옆에서 요리해먹었다고 한다. 그 증거로 식탁 한 편에는 남은 파전과 귤이 있었다. 며칠이나 걸려 고추장을 만드는 게 힘들진 않았냐고 잠시 쉬고 있던 옥천읍생활개선회 백정숙(66, 읍 대천리) 회장에게 물었다.

“힘들죠. 재료들을 불리고, 담가 놓고, 삭히는 과정이 있으니까요. 아무래도 시간이 오래 걸려요. 찹쌀가루도 들어가서 잘 저어야 돼요. 재료 같은 건 유희순 회장님이 장도 봐서 재료도 사오고 우리는 뒷받침하면서 같이 만드는 거죠. 몸이 힘들어도 매년 해오고 있어요.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누려고요. 회원들의 마음들이 다들 대단하고 그렇죠.” (옥천읍생활개선회 백정숙 회장)

회원들이 뚜껑이 들러 붙지 않게 행주로 입구를 닦고 있는 모습. 
'찹찹' 하고 고추장이 통 안에 담겨지고 있다.
유희순 회장이 꺼낸 흰 봉투. 안에는 글자가 적힌 스티커가 담겨져 있다.

안쪽에는 회원들이 한창 고추장을 담고 있었다. 어떤 회원들은 국자로 고추장을 담아서 통에 담고, 어떤 회원들은 통에 묻은 고추장을 행주로 닦아 뚜껑을 닫는다. “다들 맛 보셨어요?” 물으니 “네”하고 대답이 돌아왔다. 한 회원이 만들어진 고추장 맛을 보라며 국자를 들어주었다. 떨어지는 고추장에 새끼손가락으로 콕 찍어 먹으니 매콤짭짤한 맛이 올라왔다. 당장 양푼에 밥 한 그릇 비벼먹고 싶은 맛이다.

휴식을 취하던 회원들도 어느 순간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희순(54, 읍 죽향리) 회장이 흰 봉투를 꺼내들었기 때문. 통에 담긴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2019 사랑 듬뿍 고추장 나눔’이 적힌 스티커도 손수 붙여줘야 완성이다. 손톱 끝으로 스티커를 주욱 떼어서 하나하나 척척 붙여줬다. 이제야 생활개선회표 고추장 완성이다.

오후 5시가 돼서야 모든 작업이 끝났다. “이번엔 예전보다 많이 나온 것 같아”, “그런 것 같아” 회원들이 서로 얘기를 나눴다. 길고 긴 과정에 지치기도 했지만 회원들은 웃으며 자리를 정돈했다. 다 만들어진 고추장은 한 달 정도의 숙성기간을 거친 후 섭취할 수 있다고 한다. 생활개선회 회원들이 만든 고추장이 이웃들의 입으로 들어가기 위해 정성뿐만 아니라 시간도 필요한 것이다. 회원들은 기다리고 있다. 고추장을 받은 이웃들이 한 달 뒤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뚜껑을 여는 것. 몸은 천근만근 무겁지만 집으로 가는 발걸음은 가벼운 이유다. 

“저희가 교육단체긴 하지만 작게나마 나눔 봉사를 할 수 있어서 기뻐요. 이날 만들어진 고추장은 2kg 통 115개 정도예요. 각 읍면 회장들, 애육원, 영생원 등 여러 곳에 나눠서 어려운 분들에게 전달할 거예요. 매년 함께 고생해주신 우리 회원님들에게 감사해요.” (생활개선회 유희순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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