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용 문학의 향연
삼 년이 지나고 나서야
차곡차곡 보자기에 묶여있는 아버지를 풀어본다
선명하게 접혀있는 주름
깊숙이 걸어 들어간 곳에서
나프탈렌 냄새가
우루루, 배추흰나비떼처럼 날아오른다
분홍색 천이 흘러내리자
생생하게 살아나는 시침과 분침 사이
일곱 살 먹은 계집에가 놓친 팔목은
여전히 길어지고 있다
얼마나 더 자라야
나란히 서서 바라보던 노을에 닿을 것인지
강물이 되려고 허물어진 저녁 햇살이
방안 가득 흘러넘친다
물길 흐르는 방향 어디쯤에 있는 것일까
한 번 꺾어지면 되돌릴 수 없는 바람의 각도가
손 내민 방향에서 한 뼘 정도 기울어진다
당신이 사라지고 나서 생겨난 빈자리의 오차
그 틈새에 강 하나가 흐른다
-도복희, 시집 『그녀의 사막』,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