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죽향초 학부모회 김승애 회장을 만났다
학부모들과 학생들에게 봉사의 따뜻함 일깨워
"봉사,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할 수 있어요"

지난달 26일 죽향초 도서관에서 죽향초 학부모회 김승애(49, 동이면 석탄리) 회장을 만났다.
김승애 회장이 준비한 차. 따뜻한 한 잔에 얼었던 몸이 녹았다. 잘 마셨습니다.

“차 한 잔 드세요.” 죽향초 학부모회 김승애(49, 동이면 석탄리) 회장이 보온병과 찻잔들을 꺼내곤, 차 한 잔을 건넸다. 추운 아침 바람에 얼었던 몸들이 사르르 녹았다. 따스함, 향긋함, 차분함 차에는 그런 것들이 녹아 있었다. 머지않아 기자는 생각했다. 겨울철 보온병에 담긴 차 같은 사람을 만났노라고.

대전에서 태어나 초등학생 시절 옥천으로 이사온 그는 현재 죽향초 학부모회 회장으로, 또 한 명의 봉사자로서 행복함을 전파하고 있다. 죽향초 학부모회 회장이 된 지는 1년.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학부모, 학생 등 교내 구성원들과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 23일에는 로컬푸드직매장에서 열린 김장장터 현장에서 직접 김장봉사를 했다. 원래는 죽향초 학생들에게 주먹밥을 만들어주려고 했지만 마음을 바꿨다. 학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었기 때문. 이날 만든 김장김치 150kg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배달했다.

지난달 23일 진행된 로컬푸드직매장 김장장터에서 죽향초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김장봉사를 진행한 모습. <사진제공:죽향초 학부모회>

김장봉사 뿐만 아니라 참여한 봉사활동이 많다. 죽향초 학생들을 위한 위생파우치 만들기, 'KBS 동행‘에 출연한 이주형 학생의 집 수리 봉사, 영덕 태풍피해복구봉사, 경로당 요리프로그램 봉사와 어르신 어깨 주무르기 봉사… 참 많고 다양하다. 구읍 벚꽃축제, 지용문학포럼 등 지역행사에서는 음료 봉사를 실시했다. 놀라운 건 올해 1365 자원봉사포털에만 등록돼 있는 봉사만 말한 것이란다. 봉사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그가 말했지만 셀 수 없었다. 그가 다이어리를 가방에서 꺼내며 “보여드릴까요?”한다. 일정이 빽빽하게 적혀있다. 행복교육지구사업, 학부모참여지원프로그램사업, 학부모동아리사업 등 참여하는 사업이 많아 더 그런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을 물으니 다 소중하지만 이주형 학생의 집 수리 봉사가 그런 것 같다고 대답했다.

9월 25일 이주형 학생의 집에 방문해 봉사를 진행한 모습 <사진:옥천신문 자료창고>

“저한테는 하나하나 다 소중하고 좋은 기억이죠. 그래도 저는 'KBS 동행‘에 나온 우리 아이들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주형이가 둘째인데, 아이가 정말 해맑고 예쁜 거예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더 마음이 아프기도 했어요. 있고 없고 떠나서 다른 가정에서도 가족끼리 그런 웃음이 필요한 것 같아요.”

학부모회 외에 개인적으로 봉사를 시작한지는 약 25년이라고 한다.

“지금은 이제 방과후 수업이나 이런 것들이 지원이 되잖아요. 예전에는 그런 게 되지 않았거든요. 제가 방과후 수업 교사로 일한 적 있는데, 그때 그냥 어려운 아이들은 명단만 주고 넘겨달라고 학교에 부탁을 드렸었죠. 저는 아이들에게 제일 관심이 많아요. 우리나라의 꿈과 희망이니까요.”

봉사의 필요성을 그가 인식하게 된 건 1999년 일본유학을 다녀오면서부터다.

“다른 나라랑 비교하면 안되겠지만…. 제가 일본 유학을 99년에 다녀왔어요. 일본인이 겉과 속이 다르다고 평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유학을 다녀오면서 느낀 건 일본인들은 봉사가 자연스럽게 배어있다는 것이에요. ‘네가 우연히 좋은 사람들을 만난거야’라고 주변사람들은 말했지만, 제가 만난 일본사람들은 전부 그랬거든요. 외국에서 살다 온 사람들한테는 일본어를 직접 알려주기도 하더라고요. 또, 어딜 가도 자원봉사단체가 함께하고요. 교육과정을 보니까 우리와 달리 자원봉사를 중시하더라고요. 그런 점은 배워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죽향초 학부모회가 참가한 봉사 중 일부는 죽향초 학생들도 직접 참여했다는 것. 김승애씨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다양한 봉사활동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데에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초등학생이 왜 봉사를 해야 돼?’라는 시선이 많아요. 중·고등학교때 의무 봉사시간이 있지만, 어릴 때부터 자원봉사에 참여하면서 몸에 익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봉사는 다른 사람에게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거니까요.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하죠. 또, 아이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도 중요해요. 한 아이가 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됐는데, 아이 부모님이 어떡하냐고 걱정을 하는 거예요. 생활기록부에 자원봉사 시간이 0이라고요. 생활기록부에 자원봉사 시간이 있는 걸 몰랐는데, 우리 딸(김지유 학생) 것을 떼어 보니 정말 존재했어요. 우리 딸은 4H클럽이라고 봉사 동아리 활동을 하는데, 봉사시간을 따로 주진 않고 생활기록부에 한줄 활동 기록만 남더라고요. 그래서 4학년 때부터 1365랑 연계해서 다른 봉사활동을 하게끔 했죠. 다른 학부모들이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하고 봉사시간은 어떻게 받냐 묻는데, 1365 자원봉사포털에 가입하면 된다고 알려줘요.” 

그동안 학부모들, 학생들과 봉사를 함께 다니며 느낀 감정들을 김승애 회장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누고 싶다. 봉사를 통해 평소에 보지 않았던 것들을 자세히 보게 되면서 사람들 속에 내재된 따뜻한 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단다. 신념이라고 표현할 만큼 거창한 생각은 아니지만 ‘사람들에게는 다 착한 마음이 있다’는 믿음이 그를 계속 봉사하게 만든다고 한다.

“좋은 건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잖아요.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자세만 갖춰져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속속 들여다보면 다 따뜻해요. 그저 그런 모습이 드러나지 않았거나 찾지 못했을 뿐이에요. 아이가 6학년이라 학부모 회장은 더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지만, 봉사는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그는 봉사활동을 도와준 주변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자신은 많이 참여하지 못했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저같은 경우에는 그리 많이 참여한 편도 아니에요. 곳곳에서 조용히 활동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특히 녹색어머니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선은씨를 칭찬하고 싶어요. 거의 모든 자원봉사행사에 참석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듣기로는 봉사시간이 1천 시간이 넘었다고 하더라고요. 교통정리해주는 어르신들이 있는데 금요일에는 하지 않거든요. 그럴 때는 박선은씨가 교통정리를 해줘요. 그런 학부모가 있으니 아이들도 좀 더 편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게 아니겠나 싶어요. 또, 행사 때마다 자리를 마련해주신 류재광 동문회장님에게 감사드려요.”

4월 5일부터 7일까지 진행한 구읍 벚꽃축제에서 죽향초 학부모회가 음료 봉사를 실시한 모습. <사진제공:죽향초 학부모회>
11월15일 죽향초 학부모회에서 진행한 위생파우치 만들기 봉사. <사진제공:죽향초 학부모회>
10월7일 진행한 영덕 태풍피해복구 봉사. <사진제공:죽향초 학부모회>
6월22일 진행한 경로당 요리프로그램 운영봉사와 어르신 어깨주무르기 봉사. <사진제공:죽향초 학부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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