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윤·정영이 농가 직접 수확한 쥐눈이콩에
직매장 노추리 팀장 아이디어 빛난 콩메리카노
쥐눈이콩 51%·아라비카 원두 49%, 커피의 공식을 바꾸다

옥천 로컬푸드직매장 내 카페 뜰팡에는 이용윤, 정영이 농가가 직접 재배한 쥐눈이콩으로 만든 '콩메리카노'가 있다. 콩메리카노 한잔에는 생산자들의 땀과 이를 개발한 직매장 노추리 팀장님의 열정이 녹아있다. (일러스트: 문성준 기자)

[옥천을 살리는 옥천푸드] 지난 10월 22일 옥천 로컬푸드 직매장에 새로운 음료가 출시됐다. 이름하여 콩메리리카노.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항암효과가 뛰어나다고 알려진 약콩 '쥐눈이콩'과 공정무역을 통해 구입된 '아라비카 원두'를 배합해 만든 카페 뜰팡의 신메뉴다.

모두가 기다렸다. 그리고 여러가지 난관을 뚫느라 꽤 오래 걸렸다. 단돈 4천원을 주고 먹을 수 있는 이 콩메리카노 한 잔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수고가 담겨있다. 그리고 이번 '옥천을 살리는 옥천푸드'에서는 이 한 잔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본래 카페 뜰팡은 문을 열 당시 100% 옥천 농산물을 활용한 음료와 간식거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러한 방침 때문에 뜰팡 메뉴에는 커피가 들어올 수 없었다. 옥천에서 귤이 난다고(2019년 11월22일 옥천사람들 '"새콤달콤 귤, 옥천에서도 자란답니다"' 기사 참고)는 하지만 원두 재배까지는 아직 무리가 아닌가.

■ 커피 찾는 소비자 아우성에 우리 농산물 커피 개발 나선 직매장

이러한 한계로 자연스레 커피는 논외 메뉴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카페 뜰팡을 찾는 소비자들은 끊임없이 커피를 갈구 했다. 명색에 카페라고 해서 왔는데 익숙한 커피가 없다보니 불만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뜰팡은 본래 일반 커피를 취급하지 않기로 약속한 상태로 문을 열었어요. 그런데 개장 초기부터 커피를 찾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죠. 어떤 손님은 '카페에 커피가 없다니 정말 엽기적인 일이다'라며 성질을 내기도 했죠. 아무래도 현대인들이 커피를 생활 속에서 물처럼 마시는 습관이 있으니까 커피가 없다는 걸 모르고 온 사람들은 당황스러워 했죠." (노추리 팀장)

커피에 대한 요구가 점점 늘어나자 옥천 로컬푸드직매장에서는 우리 농산물이 함유된 커피를 만들어보자는 논의를 시작한다. 커피 함량을 조절해서 커피를 만들자는 건데 막상 시작하려니 정말 막막했다. 

4일 오전 10시 옥천 로컬푸드 직매장 내 카페 뜰팡을 찾아 혼자만의 티타임을 가졌다. 구수한 콩메리카노 한잔으로 여유있는 아침을 시작했다. 카페인 함량이 절반이기 때문에 카페인에 취약한 이들이 먹으면 아주 좋다.
쥐눈이콩 51%, 아라비카 원두 49% 비율로 만들어지는 콩메리카노. 다음은 커피가 내려지고 있는 모습.

"커피를 출시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여기저기 알아봤어요. 옛날 문헌에는 콩을 태워서 차를 마셨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해서 찾아보기도 했죠. 실제 드립용으로 콩커피를 팔기도 하더라고요." (노추리 팀장)

콩커피라는 해답을 찾긴했지만, 머신을 활용한 커피 개발 연구는 오롯이 노추리 팀장의 몫이었다. 드립용 콩커피는 시중에 유통되고 있지만 커피 추출기를 활용한 콩커피는 보기 드물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커피 추출기가 원두용으로 만들어졌으니까 콩을 내리기는 무리가 있잖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고생을 많이 했죠. 배합을 어떻게 해야 머신에 무리가 안가는지부터 어떤 콩을 선택해야 하는지까지. 계속 머리를 싸매고 연구했어요." (노추리 팀장)

흰콩부터 작두콩, 서리태 등 다양한 콩 품종으로 커피를 만들어봤다. 콩의 지방질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에 많은 시험을 거쳤다. 최종적으로 속이 파란 쥐눈이콩이 낙찰됐다. 

"기계가 안정감을 찾을 수 있는 배합 정도를 찾고 커피의 맛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구수한 콩을 찾았죠. 커피 마니아는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보통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 한테는 반응이 꽤 좋아요." (노추리 팀장)

카페 뜰팡 노추리 팀장이 옥천푸드가공센터에서 직접 로스팅한 쥐눈이콩.

■ 이용윤, 정영이 농가 수확한 쥐눈이콩으로 만드는 '콩메리카노'

콩메리카노의 원재료를 쥐눈이콩으로 정하고 이에 대한 물량 확보를 위해서 이러저리 뛰어 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이용윤(55, 동이면 세산리) 농가와 정영이(63, 옥천읍 대천리) 농가로부터 쥐눈이콩 세말(약 32kg)을 납품받았다.

이용윤씨는 본래 포도 농사를 크게 짓는데 올해는 이웃으로부터 쥐눈이콩 한 주먹을 받아 심어봤다. 생각보다 많은 수확량에 깜짝 놀랐다. 

"콩나물이나 조금 키워 먹으려고 심어봤죠. 그런데 이게 웬걸. 30kg 가까이 쥐눈이콩이 달린 거에요. 그래서 1kg에 만원씩 가격을 붙여서 직매장에 내놨죠. 약콩이라 그런지 인기가 좋더라고요. 그렇게 일부는 직매장에 팔고 일부는 집에서 먹으려고 남겨놨는데 최승일 센터장님이 연락이 왔어요. 쥐눈이콩이 많이 남았냐고." (이용윤 농가)

커피를 만든다는 직매장에 추가로 8kg 가량을 납품했다. 바쁜 집안일로 아직까지 콩메리카노를 먹어보지는 못했다. 맛에 대한 기대가 높다.

"로컬푸드 가을 걷이 한마당이 끝나고 나서 집에서 손주를 보느랴 정신없이 바빳어요. 뜰팡에 가면 사과당근주스를 종종 사먹는데 커피도 꼭 먹으러 가야 겠네요." (이용윤 농가)

정영이씨는 뜰팡에서 파는 콩메라카노의 맛을 '말 하지 않으면 콩이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감쪽같은 맛'이라고 평가했다. 

"이용윤 농가를 통해 쥐눈이콩으로 커피를 만든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그래서 저도 조금 심은 게 있어서 가져다 줬죠. 완주에 선진지 견학을 가면 콩으로 커피를 만들곤 하더라고요. 안그래도 뜰팡에 갈 때마다 커피가 없어서 아쉬움이 있는데 정말 잘 된 것 같아요." (정영이 농가)

쥐눈이콩은 5월 중순에서 6월 께 심어 10월에 수확한다. 수확 철 직전에 두 농가로부터 쥐눈이콩을 납품받아 저장해 놨지만, 앞으로도 계속 쥐눈이콩 생산량이 뒷받침돼야 한다.

"앞으로도 커피를 계속 제공하려면 쥐눈이콩 생산농가가 꽤 있어야 해요. 커피 출시 이야기를 듣고 내년에 쥐눈이콩을 재배하겠다는 농가들이 꽤 돼서 다행이에요. 우리 콩을 더 활용하려고 노력한 결과 쥐눈이콩 51%, 아라비카 원두 49% 배합으로 커피를 만들고 있어요. 카페인 함량을 절반으로 줄였기 때문에 더 건강합니다. 많이들 찾아주세요." (노추리 팀장)

군고구마와 곁들여 먹는 콩메리카노의 맛은 상상 이상이다.

 

 

저작권자 © 옥천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