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주민 생명 지킨 청년들을 기자가 직접 만났다
"용감한 군민 표창, 생각치도 못한 일"

지난달 27일 주민 생명을 지킨 작은 영웅들을 만났다. 왼쪽부터 조기현(20, 옥천읍 문정리)씨, 이용민(20, 옥천읍 삼양리)씨, 정윤영(20, 옥천읍 가화리)씨. 이들은 10년지기 친구다. 옥천신문 독자나무 앞에서 한 컷 찍어봤다.
순수한 미소가 빛났던 조기현(20, 옥천읍 문정리)씨의 모습.
듬직함이 느껴지던 이용민(20, 옥천읍 삼양리)씨의 모습.
재치 있는 정윤영(20, 옥천읍 가화리)씨의 모습.

10월6일, 읍내 40대 남성이 6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죠. 당시 피해자가 죽음의 공포를 느낄 정도로 가혹한 폭행이 계속됐지만, 다행히 6명의 청년이 피해자를 보호해 생명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지난달 8일 군은 위험을 무릅쓰고 피해자를 지킨 6명의 청년들에게 용감한 군민 표창을 전달했습니다. 지난달 27일 이용민(20, 옥천읍 삼양리)씨, 조기현(20, 옥천읍 문정리)씨, 정윤영(20, 옥천읍 가화리)씨 등 3명의 수상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_편집자주

앳된 얼굴 위 밝게 피어나는 미소들이 매력적이었다. 긴장한 듯 어색한 표정을 짓다가도 친구들과의 농담에 표정이 풀어진다. 머지않아 발표될 입영 신청 결과에 대해 걱정하기도 한다. 영락없는 그 나이 또래 청년이었다. 용민씨는 대전보건대 사회복지과 1학년 학생이고, 기현씨는 자동차 관련 일을 6개월 정도 하다가 입대를 기다리며 일을 쉬고 있다. 윤영씨는 농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쉬고 있단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꿈을 찾아가고 있는 이들은 삼양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알게 된 10년 지기 친구들이다. 충북산업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올해 스무 살을 맞이한 이들은 잊지 못할 일들을 겪었다. 폭행사건을 목격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관여까지 하게 된 것이다.

사건이 일어난 그날은 다섯 명의 단짝친구들(이용민, 조기현, 정윤영, 진선빈, 진재원)이 맥주를 마시기 위해 모인 날이었다. 평소 홍어회를 좋아한다는 기현씨는 편의점에서도 홍어회를 판매한다는 소식에 진선빈씨와 편의점에 가다가 사건현장을 목격했다. 처음엔 단순한 다툼인줄 알았으나 머지않아 심각한 상황이란 걸 알게 됐다. 두 사람은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렸고, 다른 친구들도 현장을 찾아 가해자를 말렸다. 가해자는 만취한 상태. 자칫하면 추가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청년들은 망설이지 않았다. 다행히 가해자를 말리면서 다치지는 않았다고 한다.

“친구들이랑 맥주 먹다가 기현이가 편의점에 뭐 사러갔는데, 안와서 그냥 기다리고 있었어요. 전화하니까 어떤 할머니가 폭행을 당하고 있다고 했어요.” (이용민씨)

“편의점에 홍어를 판다고 해갖고 사러 갔어요. 선빈이라는 친구와 둘이 가는데 폭행사건이 벌어지고 있었어요. 처음에는 남자랑 여자랑 소리 지르고 있기에 부부싸움을 하는 건가 했는데 가까이 가니까 뭔가 심각하더라고요. 단순한 부부싸움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었죠.” (조기현씨)

“가보니까 남자가 덩치가 훨씬 큰데 여성분을 폭행하고 있었어요. 정말 위험해보였어요. 특별한 이유보다도 그냥 그러면 안되니까 나서게 된 거죠.” (이용민씨)

“말리면서 맞을 뻔 했어요. 진짜 저희들도 때리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가해자가) 저희 같은 아들 한 명 있다고 손찌검 못하겠다고 했어요.” (조기현씨)

■ “경찰 조치 아쉬운 점 있어”
해당 사건에서 경찰이 늑장대응을 하고 가해자를 그냥 풀어줬다는 논란이 일었었다. 실제로도 청년들이 세 번이나 신고 전화를 했지만 경찰이 늦게 도착해 진땀을 뺐다고. 경찰의 적절한 대응이 필요했다고 청년들은 입을 모았다. 경찰이 도착한 후, 청년들은 한참동안 근처 편의점에서 동향을 관찰하고 있었다.

“경찰이 늦게 왔어요. 신고한지 10~20분 정도 후에 왔어요. 저희가 폭행을 말린 다음에 경찰이 왔고, 그 일이 끝나고 저희는 다시 편의점에 가서 앉아있었어요. 남자분이 노래방 쪽으로 가더라고요. 다시 그 현장으로 간 것 같았어요.” (이용민씨)

이런 폭행사건의 발생과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그들에게 생각을 물어보았다. 용민씨와 기현씨는 개개인이 음주습관을 고쳐야한다고 지적했다. 뒤이어 윤영씨는 경찰의 대응에 대해 다시금 꼬집었다.

“음... 술을 끊어야 될 것 같아요. (용민씨를 보며) 그치?” (조기현씨)

“응. 술을 좀 많이 마시면 바로 집에 가야된다고 생각해요. (가해자가) 술버릇이 안 좋으셔서. 나이도 많은데…. 그래선 안되거든요. 술 많이 먹으면 ‘많이 먹었다’ 자각하고 집 가면 되는데…. 그런 개인적인 노력도 필요한 것 같아요.” (이용민씨)

“경찰들이 너무 늦게 왔어요. 전화를 세 번 했는데도요. 가장 먼저 류재현 학생이 신고했고 그 후로 선빈이가 2번이나 전화했어요. 경찰이 대응을 좀 더 빨리 해줬으면 낫지 않았을까요.” (정윤영씨)

지난달 8일 김재종 군수가 청년들에게 표창을 전달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옥천군>

■ “해야할 일 했을 뿐인데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해”
그 날 이후로 청년들에게는 많은 일이 일어났다. 피해자의 남편이 청년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기도 했고 언론사에서 찾아와 사건에 대한 인터뷰도 진행했다. 일반 주민들에게는 별 일이 아닐테고, 조용히 지나갈 것이라고 청년들은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 이상으로 반응은 폭발적. 주변사람들이 먼저 그 일에 대해 묻기도 하고, 반가워하며 알아봐주는 사람들도 생겼다. 

“(윤영씨를 손으로 가리키며) 이 친구가 저번에 주점에 갔는데, 어떤 주민분이 뉴스 잘 봤다고 말 걸었대요(웃음).” (이용민씨)

“모를 줄 알았는데 다 알아보시더라고요. 주변 사람들도 다 알고요. 티비에 나와서 그런가.” (정윤영씨)

“제 친구들은 뉴스 나온 거 보고 웃기다고 했어요(웃음).” (조기현씨)

“주변 어르신들이 다 잘했다고, 대단하다고, 칭찬해주셨어요. 다들 칭찬해주셔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쑥스러웠어요.” (이용민씨)

용감한 군민 표창까지 받게 될 줄은 예상치도 못했다고 한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큰 많은 관심을 받아 몸 둘 바를 모르겠단다.

“표창을 준다고 해서 친구들끼리 ‘이걸 왜 받지’ 하면서 얘기를 나눴어요. 신기했고요. 손찌검은 당연히 하면 안되고, 가해자가 하면 안되는 행동을 해서 말린 것뿐인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많이 관심들 가져주시고 큰 상도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이용민씨)

“맞아. 그냥 해야 할 일 했을 뿐인데 표창 주셔서 감사했어요. 다시는 그런 일이 안 벌어지길 바라요.” (조기현씨)

“그냥 얼떨떨했어요. 이렇게 많이 관심 가져주실 줄 예상하지도 못했고. 또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싶기도 했고요.” (정윤영씨)

마지막으로 바라는 점이나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대통령상, 그런 거 달라고 해” 장난을 치며 웃는다. 이내 가다듬곤 청년들은 말한다. 바라는 점은 없다. 그저 관심을 가져줘서 다시금 감사하다는 말을 청년들은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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