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수 (청소년 기자단, 안내면 도율리)

혼쫑곶
 같이 갔던 누님들이 위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맨 왼쪽분은 모르는 사람이다.)

드디어 나트랑에 도착했다. 택시를 타고 버스터미널에서 숙소로 향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주변을 살피는데, 내가 예약한 숙소는 보이지 않는다. 전화를 해봐도 받지 않는다. 그렇게 20여분을 헤매다 결국 숙소를 옮겼다. 나트랑에서 하고 싶은 일은 딱 하나. "혼쫑 곶에서 사진 찍기". 하나 더 추가하자면, 호스텔이 아닌 호텔에서 편히 쉬기. 즉 시간이 넘쳐 흐른다는 말이다. 할 일 없이 베트남 배낭여행 오픈채팅방을 살피는데 눈에 띄는 글이 하나 있다. "오늘 저녁 나트랑에서 같이 식사 하실 분 계신가요?" 

"믹스"라는 레스토랑에서 셋이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 한국에 비하면 싸고 양이 많을 뿐. 입에 착 감기는 그런 맛은 아니었다. 딱 SNS에 올리기 좋은 그런 곳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던 중. 한 분이 "네가 영길이 형이 말하던 정수구나. 소문대로네."

지난 러시아 여행과 옥천신문에 내 여행기가 연재 되고 있음을 말하고 있었다. 말 없이 우리 이야기를 듣고만 계시던 분이 대뜸 "옥천신문 참 고맙지. 노무현 정부때 알게 됐었는데, 여전히 좋은 언론으로 남아 있나 보네." 신기했다. 한국도 아닌 먼 타국에서 옥천신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줄이야. 

숙소로 돌아와 오랜만에 편히 잘까 하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막 울리기 시작한다. 나트랑으로 키워드 알림설정을(카카오톡에서 특정 단어를 설정하여 그 단어에만 알림이 울리게 하는 기능) 해두었더니 생긴일이었다. 비록 잠이 깨기는 했지만, 덕분에 내일 동행을 구했다. 

"랜턴스"라는 베트남 가정식집에서 두 누나를 처음 만났다.  서로에 대해 간단히 알아가며, 정말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일부러 주문을 20분 넘게 받지 않는 등의 인종차별을 받기는 했지만 말이다. 두 누님은 딱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내가 가고 싶었던 혼쫑곶에 가기로 했다. 20분 밖에 돌아다니지 않았지만, 우리 셋 모두 더운 날씨 탓에 너무 힘들었다. "정수야. 빨리 에어컨 있는 카페 찾아. 가까운데로." 그렇게 결국 2시간이 넘게 카페에 죽치고 앉아 있었다. 그러면서 알아낸 아주 고급 정보 하나. 

우리돈 약 9천원에 스카이라운지에 올라가 웰컴드링크까지 마실 수 있는 곳을 찾아 냈다. 그렇게 그곳으로 향해 나트랑 시내의 야경을 보며, 서로의 이야기를 했다. 그때부터 저녁을 먹고 헤어질 때까지 우리의 대화는 끊이지가 않았다. 결국 지수누나는 셔틀 버스도 놓치고 말았다. 나와 혜림이 누나가 미안해 하자, "택시비 2만원이 아깝지 않은 시간이었어, 내일이 떠나는 날인게 너무 아쉬워"라며 우리를 달래주며 떠났다. 

혜림이 누나를 숙소까지 바래다 주고, 내 방 침대에 눕자 곤히 잠에 빠졌다. 항상 잠들기 전에 쓰잘데기 없는, 그저 머리만 복잡해지는 생각들을 하곤 했는데 말이다. 여행을 하며 그렇게 푹잔 것이 그 날밤이 처음이었다. 아직도 두 누나들과 보냈던 시간들이 생각난다. 지금 내게 그 날들을 특별하지는 않지만, 가끔씩 생각 나는 날들이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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