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장소-환대의 철학을 갖고 지역사회가 중심이 되어 추진해야
3일 ‘청년 지역정착을 위한 방향모색’ 2019 청년 포럼 열려
서울시 청년허브와 고용노동부 한국고용정보원 주최로 LW컨벤션홀에서

'청년 정책의 진정성 있는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정섭 연구원은 작금의 정책적 패러다임의 큰 변화 없이는 악순환만 반복될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발제에서 작심하고 현재 이뤄지고 있는 정책들에 대해 쓴소리를 냈다. ‘인건비 살포 방식의 정책은 오래가지 못한다’, ‘여행사 모객 방식의 체험프로그램은 얄팍하다’고 비판한 뒤 그 대안으로 ‘사람-장소-환대’ 관계 맺기를 촉진해야 한다’는 명제하에 '사람 보기가 아니라 되기의 경험’, ‘일자리가 아니라 장소의 경험’, ‘조건 없는, 성급하게 정착을 요구하지 않는 환대’가 세부적으로 뒷받침되어야 청년들이 지역에 천천히 뿌리내릴 수 있다고 보았다. 

 고용노동부 한국정보원과 서울시 청년허브가 주최하는 ‘2019 청년정책포럼’이 3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LW컨벤션 그랜드 볼룸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은 지역 소멸까지 언급되며 인구증가의 핵심인 청년 정착이 절대절명의 과제인 농촌 군단위 지자체에는 좋은 지향과 시사점을 안겨줬다. 

 옥천도 청년허브와 함께 '별의별 이주기자’ 프로그램으로 5개월 남짓 청년 예비 정착 프로그램을 진행해 토론에 참석하기도 했다. 

 김정섭 연구원은 여러 농촌지자체가 앞다퉈 하는 지원금과 체험 모객으로 하는 청년 유입 정책에 대해 강도높게 지적했다. 지적 뿐 아니라 대안도 함께 제시했다. 그는 공공기관의 정책에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고 청년들을 환대하는 사회적 인프라, 즉 물그릇이 있어야 물(청년)이 제대로 담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청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주민 삶터로의 초대’와 ‘지역사회 전체도 아닌, 한 사람도 아닌, 연결망(하나의 조직이 일자리는 만들어도 지역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농촌 지역사회의 본질은 관계)’라며 ‘물을 끌어오기 전에 물그릇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목은 관이 예산을 가지고 하는 정책에는 일정정도 한계가 있고 지역의 시민사회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관은 지원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읽혔다.

 김정섭 연구원은 농촌 지자체의 청년 정착에 끊임없이 연구를 해온 홍성 일소공도의 연구논문을 비중있게 인용하면서 이같은 발언을 했다. 

 2018년에 쓴 일소공도의 논문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개별정책 사업만으로는 이러한 지역사회 인프라를 구축할 순 없다. 사회적 인프라는 지방으로 이주하고 정착하려는 청년에게 단계별 성장 지원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산발적으로 나열된 자원이나 정책사업을 개인이 취사 선택하거나 일괄적으로 보조금을 살포하는 방식이 아니라 청년의 개별특성과 욕구에 따라 사회적 인프라가 지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자원은 관련 정보나 탐색 기회, 주거, 일자리 제공, 커뮤니티 활동 참여기회, 정책사업 보조, 전문가 멘토링 등 탐색 유입-정착 단계와 개인의 필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뒤이어 발제한 홍성 마을연구소 일소공도협동조합 정민철 책임연구원이 인용한 실제 청년이 쓴 후기를 읽어보면 이같은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오누이친환경마을협동조합의 농장 일 이후 교육은 정말 좋았다. 이 때의 기억은 농촌을 다시 보게 되었다. 농촌을 단지 시골, 못 사는 동네, 냄새나는 동네, 평균 연령이 많아서 결국 소멸될 곳으로 생각하고 기사를 쓰는 서울에 있는 언론에 의해 그렇게만 알고 있었던 서울시민인 나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농촌은 어느 대도시보다 더 깊은 공부를 하는 곳이고 농사는 어느 학문보다 과학적이고 철학적이니 당연히 농부는 과학자이고 철학자임을 알게되었다. 사실 이 교육이 없었다면 이 시간은 몸만 힘든 체험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는 지역의 청년 통로는 ‘공간을 만들어가는 곳’, ‘마을의 연결고리’, ‘체험이 아닌 일상’이어야 하며 또한 ‘일회성이 아닌 연속성’, ‘결론이 아닌 연결’, ‘사업이 아닌 관계’여야 한다고 김정섭 연구원의 말을 뒷받침했다. 

 정민철 책임연구원은 “실제로 지역 소멸은 대체로 농촌 군단위가 많은데 군에서는 구체적으로 면이 가장 심각하다”며 “뭉뚱그려 지역 소멸로 말하기 보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를 해결할 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고민과 대안이 나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청년 허브에서 올해 별의별 이주 ㅇㅇ을 옥천, 영광, 춘천, 홍성 등 4곳으로 늘린 것은 잘 한 것이며 앞으로 이를 더 확장하여 조금씩 지역이 네트워크 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더 많은 청년이 다양한 지역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첫번째 발제를 맡은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연구위원은 지방소멸의 대응방안으로 기존의 발전 모델이 제조업, 고생산성, 고임금, 남성중심, 중앙집중형, 수직적 위계적 공간의 분업, 자본 임노동간의 대립과 타협, 국가와 시장이었다면 앞으로 대안적 발전 모델은 서비스업, 괜찮은 일자리와 양질의 다양한 서비스, 여성 중심, 분권형 다양성, 연결성, 중소규모 공동체간 수평적 협업과 역할 분담, 세대간 상생과 협력, 청년, 보건, 양육 간의 상생, 국가-시장-시민사회의 조화가 이뤄지는 곳에 대안적 발전모델이 꽃 피울 거라고 내다봤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정섭 연구위원의 발제 장면

 

듣는연구소 우성희 대표, '청년 정책보다 이제는 청년 정치가 필요하다'

 토론회에서는 듣는 연구소 우성희 공동대표의 말은 인상적이었다. 지역이 아닌 청년 입장에서 한 토론문으로 다른 시각을 제시해주었다. 

 그는 '정착기의 청년에게는 지역사회를 파악하고 당장의 생존을 유지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자 하는 활동이나 일을 계속하면서 생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며 ‘이 주기를 지나면서 자신의 재능과 지역의 필요를 연결할 활동을 찾았지만, 그것을 지속하면서 생계를 영위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고 토론문에서 언급했다. 아울러 “농업 외 산업 기반이 빈약한 농촌에서 청년의 활동과 일은 지역사회에 필요한 서비스를 창출해내는 긍정적 역할을 하지만(창직), 창업은 지방에서나 서울에서나 쉽지 않고 리스크가 크며 기술과 자본을 요한다”고 말했다. 또한, "더욱이 관계자본이 열악한 이주청년이 유효 소비자와 산업을 영위할 기반이 열악한 지역사회에서 개인 역량으로만 풀어내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발제문에서 '청년은 곧 출산'이라는 사고방식에 갇히기 보다는 비혼 청년, 그룹 청년, 다양한 청년의 커뮤니티로 사는 것에 대해 열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오는 청년도 막지만, 지역 청소년, 청년도 떠나게 하는 요인이 분명 존재한다며 이는 지난 수십년 동안 농업 외 산업기반의 유실, 자원과 관계망의 다양성 부족, 가부장제 등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토론문에서 이경은(연세대 석사)씨의 ‘청년 이주민의 대안적 활동과 농촌성의 변화’논문을 인용했는데 다음과 같다.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귀농운동과 귀농교육을 하는 이들 역시 대부분이 40대 이상의 남성이며 교육의 내용도 주로 이들에게 맞춰져 있다. 자신을 돌보고 가사노동을 할 아내와 함께 차와 자본을 가지고 귀농하여 토지와 집을 구매하고 농촌생활을 시작하는 이들은 청년들, 특히 청년 여성들이 농촌에서 무엇을 겪는지 알기 어렵다. 이동수단의 부재, 열악한 주거환경 뿐 아니라 경험과 자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농촌이 겪고 있는 문화적, 경제적 소외를 자신의 몸으로 경험한다는 것은 차별을 받는 위치로 몸을 옮기는 것을 의미한다. 도시에서 훨씬 쉽게 얻을 수 있는 배움의 기회와 비교적 큰 돈을 벌고 쓰면서 누릴 수 있는 편리함으로부터 소외되었을 때 겪게 되는 어려움들은 이들이 각자 헤쳐나가야 할 장애물이 아니라 이들이 농촌이라는 선택을 함으로서 맞닥뜨리게 되는 사회적 장벽이다. 이러한 장벽은 농촌에서 태어나거나 살고 있던 청년들이 이미 경험하고 있던 것이며 기존 청년들을 떠나게 하고, 새로운 청년의 유입을 막는 역할을 하는 불평등의 기제이다.’

 그는 이 논문 구절을 인용하며 ‘농촌과 도시, 청년 같은 동시대의 문제(저성장, 불평등) 공유, 공간의 중요성, 가족 외에 민간에서 자원의 세대이전이 어려운 사회에서 자원을 내어주는 곳(지역, 공동체, 업계)으로 청년은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그는 이쯤되면 '청년 정책'보다 서울과 지역에서 '청년 정치’가 필요한 실정이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이주 청년 정착과정에서 지역사회도 상호작용하며 결과적으로 지역사회도 함께 변해야 될 것이라고 첨언하기도 했다. 

 또 다른 토론자로 참석한 서울시 청년허브 김현아 연구협력실장은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공동의 목적과 목표점을 찾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연계와 협력을 만들어 가기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며 “오늘 포럼은 그 필요성을 논의하고 정책 접근 과정에 대해 열어두고 이야기하는 자리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청년허브 안연정 센터장은 “이제부터 청년 정책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패러다임과 대안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며 “이번 포럼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와서 앞으로의 지향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지점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포럼의 발제는 한국고용정보원의 이상호 연구위원이 ‘지방소멸 현황과 대응방향’,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정섭 연구위원의 ‘청년의 지방 이주 관련 정책과제’, 마을연구소 일소공도 정민철 책임연구원의 ‘청년, 지역에서의 자기주도적 일 탐색’, 한국고용정보원 송수종 연구위원의 ‘지자체 청년센터 우수 사례 및 활성화방안’ 등 4가지 주제로 발제가 됐고 토론자로 옥천신문 황민호 제작실장, 듣는연구소 우성희 대표, 한국고용정보원 청년정책모니터링팀의 천영민 팀장, 고용부 청년고용기획과의 양정열 과장 등이 참석했다. 

 

■ 청년허브 활동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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