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마지막주 목요일 오후 4시 개최
올해 마지막 열린 지난달 26일 현장
[오수목 교사 인터뷰]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 오후 3시30분, 청성초등학교 강당에는 각 집 어머니 아버지, 또 할머니 할아버지가 한 분 한 분 들어와 준비된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별 대화 없이 물끄러미 앉아계시기도 하고, 제법 비장한 표정으로 계신 분도 있고, 처음부터 아는 사람끼리 와 조곤조곤 대화를 나누고 있는 분도 있다. 보기만 해도 ‘이게 무슨 일일까’ 웃음이 나오는 이 풍경, 청성초등학교 ‘한달에 한 권 노을빛 가족 독서골든벨’ 모습이다.
지난달 26일 열린 골든벨에선 구름책(1‧2학년), 만복이네 떡집(3‧4학년), 얼음장수 엄기둥, 한양을 누비다(5‧6학년) 3권이 선정도서였다. 3개 학년으로 나뉘어 문제를 푼다. 문제는 총 다섯 문제, 세 문제 이상 맞으면 골드 쿠폰(5천 포인트)이 두 문제 이상 맞으면 실버 쿠폰(3천 포인트)이 나온다. 물론 가족 골든벨인만큼 학부모 포인트가 따로 있다. 학부모와 함께 나와 맞출 경우 각 5천 포인트씩 최대 1만 포인트를 받는다. 부모님도 재밌는 행사라며 꼭 나오실 수밖에.
골든벨 시작하기 전 막간을 이용해 청성초등학교 독서 담당이자 사회자를 맡고 있는 오수목 교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가족 독서골든벨은 개인적으로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요. 부모님이 책을 안 읽을 수 없게 하는 프로그램이라서...(웃음) 흔히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습관처럼 ‘책을 많이 읽어야 해’ 이야기하는데, 아이들은 갸우뚱하거든요. ‘왜 책을 읽어야 하지?’ 컴퓨터게임이나 휴대폰이나, 정말 세상에 책 읽는 것보다 재밌는 게 얼마나 많은데요. 그런데 아빠엄마가 옆에서 책을 읽고 있으면 달라요. ‘잘은 모르겠지만 책 읽는 건 좋은 건가 보다’ 싶어요. 부모님 행동으로 알 수 있어요.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따라하게 돼요. 게다가 가족 골든벨이라니, 정말 좋죠. 같이 책 읽고 이야기하고 문제 맞추면 나중에 돈을 준다는데...!(웃음)” (오수목 교사)
“농담이구요. 그냥 돈이라기보다는, 아이들이 성장하는 데 중요한 경험이 된다고 생각해요. 연말이 되면 각자 모은 포인트만큼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게 도와주거든요. 학생들이 직접 지마켓 장바구니에 필요한 물건을 담아요(웃음). ‘이번에는 엄마 선물을 살 거예요’라고 이야기해요. 이게 중요하다고 봐요. 독서와는 또 별개로, 내가 오롯이 내 힘으로 필요한 것을 얻었을 때, 특히, 내가 직접 번 돈으로 엄마, 할아버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할 수 있다는 기쁨,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는 중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오수목 교사)
자녀들의 마음을 아는지 학부모들도 가능한 한 골든벨에 참석한다. 아버지 어머니가 못 나오면 할아버지 할머니가 나온다. 참석률이 80퍼센트를 넘긴다. 20여분 이야기하는 동안 오수목 교사는 틈틈이 학부모들에게 인사하고, 이야기 내내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다.
‘그나저나 누가 가족 독서골든벨 프로그램을 만들었나요?’ ‘어어... 청성초가 골든벨을 시작한 지 5년쯤 됐으니까, 당시 선생님이... 아니면 교장선생님이 만들지 않았을까요?’ ‘지금 저한테 물어보시는 거예요, 선생님?’ ‘아니, 웃기지 좀 마세요(웃음)’ ‘아니, 제가 웃기려고 한 게 아니라, 선생님...(웃음)’
이날 열린 독서골든벨은 청성초에서 올해 마지막 열린 골든벨이었다. 명준‧유진‧진병‧천관‧은지‧한나 6학년 학생들은 마지막이 될 테고, 새로 들어올 1학년 학생들이 부모님과 그 자리에 앉아 재잘댈 테다. 26일 오후 4시, 아직 햇볕 따스한 늦가을 오후다.
[작은학교 (학부모)이야기] ‘지각생’이 있었다. 신홍석씨는 3학년 신영근, 6학년 신은지 학생 아버지다. 반갑게 ‘오랜만이에요, 이장님! 오늘 책 다 읽고 오신 거예요?’ 묻자 신홍석씨가 쑥스럽게 웃었다. ‘다 읽지는 못했는데...’ 말끝을 흐렸다. ‘지금 책 있지?’ 아들에게 책을 받아 뒤늦게 과제를 시작한다.
옹기종기 앉아 골든벨 시작을 기다리는 학부모들 모습도 제각각이다. 오늘 다들 어떤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시는지. 오늘 ‘작은학교 이야기’에선 학부모 이야기에 좀 더 귀 기울여봤다. 역시 골든벨 시작 전 막간을 이용해 잠깐 나눈 이야기들이다.
△김수분(79,청성면 장수리,1학년 김세현‧3학년 김세영 학생 할머니) 애들 엄마 아빠가 직장 다니느라 바빠서 내가 나왔어요. 책이야 다 읽었죠. 저녁 먹고 30분씩 읽으니까 금방 다 읽었어요. 애들 책이라 그런지, 오늘 1학년 책 이름이 구름책인데, 이름도 얼마나 예쁜지, 애들 책이라 더 재밌어요. 애들한테는 내가 직접 읽어준 거는 아니고요, 지들이 알아서 잘 읽어요. 다 읽고 이제 할머니도 읽어보라고 줘요. 다음번에는 내가 직접 읽어주는 게 어떻겠느냐고요? 아냐, 지들이 알아서 잘 읽어요...(웃음). 애들한테 바라는 거,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또? 건강하고... 건강하게 훌륭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백미연(48,청성면 산계리,2학년 최주애 학생 어머니) 지난해 6월 청주에서 이사왔어요. 애 아버지가 청성교회 목사로 부임했거든요. 주애도 청성초등학교에 입학해서 가족 독서골든벨에는 지난해 9월부터 나오기 시작했어요. 이 행사를 참 좋아해요. 애가 문제를 맞히고 있는 걸 보면, 학교에서 정해진 답만 답이라고 하는 게 아니라 때로 자기의 생각을 쓰는 문제도 내서 ‘그것도 답이지’라고 말해주거든요. 학생 한 명 한 명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는 거 같아 그게 참 좋아요. 주애한테 바라는 거요? 주애가 저녁마다 자기 전에 책 읽어달라고 조르는데... 이제 슬슬 혼자 읽을 때도 되지 않았나...그렇지 않나...(웃음) 물론 재밌죠. 학교에서 참 좋은 책을 선정해줘서 저도 재밌어요. 이번에 책은 ‘만복이네 떡집’이었죠? 읽으면서 둘이 같이 깔깔 웃었어요. 근데 너무 웃어서 잠이 깨버렸어...(웃음) 역시 책을 혼자 읽는 게...(웃음)
△신홍석(48,청성면 귀평리,3학년 신영근‧6학년 신은지 학생 아버지) 아직 다 못 읽었는데... 너무 바빠서... 잠깐만요. 지금 읽을게요...(쑥쓰럽게, 웃으셨고, 인터뷰가 끝났다.)
다음은 올해 학생들이 독서 골든벨을 통해 읽은 책 목록. ▲1,2학년 △좋은 걸까? 나쁜 걸까?(조안M.렉서,풀빛 출판사) △사탕괴물(미우,노란돼지 출판사) △구름책(유리스 크론베르그스,토토북 출판사) △하지 않으면 어떨까?(앨리슨 올리버,아름다운사람들 출판사) △마음이 그랬어(박진아,노란돼지 출판사) △이상한 편견(허은실,풀빛 출판사) ▲3,4학년 △오세암(정채봉,창작과비평사) △다같이 돌자 직업 한 바퀴(이명랑,주니어중앙출판사) △관혼상제 재미있는 옛날 풍습(우리누리,주니어김영사출판사) △바빠가족(강정연,바람의아이들 출판사) ▲5,6학년 △초등학생을 위한 나의 라임오렌지나무(J.M.바스콘셀로스,박동원 옮김,동녘주니어출판사) △샬롯의 거미줄(엘윈 브룩스 화이트,김화곤 옮김,시공주니어 출판사) △열두살에 부자가 된 키라(보도 섀퍼,김준광 옮김,을파소 출판사) △흑설공주 이야기(바바라 G.워커,박혜란 옮김,뜨인돌 출판사) △지엠오 아이(문선이,창작과비평사) △얼음장수 엄기둥 한양을 누비다(이영서·이욱,사계절 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