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촌의 정을 나누는 양수3리 경로당 어르신들
장영석 이장 “어르신들 건강히 오래 함께해주시길”

'정겨운 이웃사촌' 양수3리 경로당 어르신들의 모습. 서로를 아끼고 생각하는 모습에 기자의 마음이 따뜻해진 하루였다.
"기자양반, 우리가 직접 담근 동치미 한번 먹어봐!" 박연순(74, 옥천읍 양수3리)씨가 기자에게 동치미 직접 담근 동치미를 떠주고 있다.

 ‘이웃사촌’이라는 정겨운 단어가 흔하게 쓰이지 않는 요즘이다. 그만큼 각박하고 삭막한 사회가 됐다는 의미일 터. 하지만 양수3리 경로당의 이웃사촌들은 달랐다. 경로당 어르신들은 서로를 친가족처럼 생각하고 돕고 아끼며 살아가고 있었다.

 양수3리는 지난해 신설된 행정구역이다. 2017년 10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지엘리베라움아파트에는 어느새 빈집이 없을 정도로 가득 차 있다. 새롭게 건축된 아파트여서일까 유난히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 많다. 경로당을 이용하는 어르신들도 대부분 울산, 대전, 평택 등 전국 각지에서 온 이들이었다.

 서로 고향도 삶의 배경도 달랐던 사람들. 처음에는 경로당 회원들 사이에 갈등이 많았단다. 하지만 매일 만나, 상대방을 조금씩 알아가며 마음의 문을 연 어르신들이다. 지금은 누가 경로당에 나오지 않으면 걱정부터 앞서 안부를 물을 정도다. 정답게 지내며 음식을 챙기는 등 서로를 아끼고 신경을 쓰는 이들이다. 

 대구가 고향인 이춘자(76, 옥천읍 양수3리)씨는 울산에서 살다가 지엘리베라움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이춘자씨는 “우리도 얼굴을 맞대고, 성품을 알아가면서 친분을 쌓았다”며 “형님들은 형님들대로 챙겨주고, 아우들은 아우들대로 수고를 해주며 지낸다. 누가 하루라도 경로당에 나오지 않는 날이면 궁금하고 신경이 쓰일 정도로 정을 쌓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에는 아파트 앞 텃밭에서 무농약으로 키운 채소로 어르신들이 직접 김장을 했다. 기자가 경로당을 찾은 25일 어르신들은 손수 담근 김치를 기자에게 꺼내 보여줬다. 배추김치, 총각김치, 파김치, 동치미 등 보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는, 어르신들의 정성이 가득 담긴 김치였다. 시원하고 개운한 동치미국물이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게 만들었다. 

 경로당 어르신들은 장영석 이장을 ‘우리 이장’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어르신들의 애정을 담은 호칭이다. 사실 어르신들의 사이를 연결하며 정다운 경로당을 만드는 데에는 장영석 이장의 공이 컸다. 새로운 마을의 첫 이장을 맡은 장영석 이장은 어르신들과 1대1로 소통하고 대화를 나누며 경로당을 소통의 장, 어르신들이 정을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데 큰 일조를 했다. 마을 앞에 친환경 텃밭을 만든 것도 장영석 이장의 아이디어였다. 텃밭을 가꾸며 어르신들이 건강한 무농약 채소를 맛볼 수 있도록 새벽부터 일어나 물을 주는 등 밭을 가꿨다고. 어르신들의 건강이 안 좋다는 소식을 들으면 직접 안부를 묻고 약까지 손수 챙길 정도다. 

박연순(74, 옥천읍 양수3리)씨는 “우리 이장님의 노력이 없었다면 주민들이 단합하기 어려웠을 거라 생각한다”며 “손수 텃밭을 가꿔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주민들의 안부를 묻는 등 이장님이 우리 주민들을 위해 많이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김복남(78, 옥천읍 양수3리)씨는 “이장님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섬세하게 챙긴다. 덕분에 즐겁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부모님을 대하듯 마을 어르신들에게 정성을 다하는 장영석 이장의 모습은 주변 사람들을 절로 훈훈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정작 장영석 이장은 자신이 할 일을 당연히 했을 뿐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장영석 이장은 “우리 어머니·아버지가 드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무농약으로 깨끗하고 정직하게 텃밭을 관리했다. 올해도 잘 먹었고 내년에도 또 텃밭을 가꿀 생각이다”라며 “각 지역에서 모인 어르신들이지만 오래된 마을보다 사이좋고 정답게 지내고 계신다. 우리 어르신들이 건강히 오래오래 함께 해주시길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옥천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