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식 (여행사진작가, 안남초 31회 졸업)

광치기라는 이름은 썰물 때 바다에 드러나는 바위가 드넓은 평야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 모습을 볼 수 있는 해변을 광치기 해변이라는 것을 많은 여행객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제주도의 동쪽인 성산일출봉에서 해돋이를 촬영하고 싶다면 당연히 날씨가 따라줘야 한다.

구름과 안개가 없어야 하고, 그곳의 물때 시각이 해 뜨는 시각과 잘 맞아야 한다. 제주도는 해양성 기후로 해무(海霧)가 많아, 이른 아침에 해를 볼 수 있는 날이 1년에 평균 35~40일 정도여서, 날씨만 본다면 열흘에 한 번 해돋이 촬영을 성공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성산읍 고성리 광치기 해변은 제주올레 1코스와 2코스가 마주하는 곳으로 평상시에도 많은 여행객이 즐겨 찾는 곳이다. 층층으로 된 바위 위에 낀 초록빛 이끼가 비경이 아닐 수 없다. 사계절을 두고 바라보아도 언제나 신비스러운 그 푸른 돌계단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바닷물이 빠졌을 때 숨겨 놓았던 층층의 아름다운 초록 돌계단이 드러나는, 사진작가들이 애써 찾아가는 명소이다. 여기에 성산일출봉 옆으로 떠오르는 태양은 새롭고 굳은 다짐을 하며 새해를 맞으려는 연인을 포함한 많은 여행객에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억의 장소이다.

이렇게 광치기 해변에서 바닷물이 빠져 나가, 해수면이 가장 낮아진, 즉 간조일 때를 가장 아름다운 해돋이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그러려면 해 뜨는 시각과 바닷물이 가장 많이 빠지는 간조시각이 비슷해야 한다.

쉽지 않은 두 조건을 자세히 살펴보면, 해가 뜨고 지는 시각은 하루에 1분씩 늦어지거나 빨라지지만, 간조와 만조는 하루에 12시간 25분씩 차이를 두고 한 번씩 번갈아가며 일어난다. , 간만은 25시간에 두 번씩 일어난다.

보름과 그믐인 사리 때가 바닷물이 가장 많이 빠지고 푸른 돌계단이 많이 드러나 광치기 해변의 해돋이 촬영에 유리할 것 같지만, 이때는 간조시각과 해돋이시각이 비슷하지 않아 아름다운 해돋이 촬영에는 한계가 있다.

상현(上弦)과 하현(下弦)인 조금 때가 간조와 해돋이 시각이 같아지는 시기이다. , 이때가 바닷물이 많이 빠지고, 간조시각과 해 뜨는 시각도 비슷해 광치기 해변의 해돋이 촬영의 최적기이다.

성산포의 해 뜨는 시각과 간조시각이 같아지는 날을 조사해 보았더니, 동지 때는 해 뜨는 시각과 간조시각이 상하현 때와 비슷하지만, 하지 때는 해 뜨는 시각과 간조시각이 상하현보다 4~5일 빨리 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리하면, 동지는 해 뜨는 시각과 간조시각이 같은 시기는 상현과 하현이지만, 하지는 두 시각이 같아지는 시기는 상현과 하현보다 5일 정도 빨리 온다. , 동지에는 상현과 하현이 광치기 해변의 해돋이 촬영의 최적기이고, 하지에는 음력으로 5일이 빠른 3일과 18일이 최적기라는 계산이 나온다.

 

상현은 음력으로 7~8, 하현은 22~23일경이며, 상현과 하현일 때와 같이 간만의 차가 가장 적을 때를 조금, 보름이나 그믐일 때와 같이 간만의 차가 가장 클 때를 사리라고 한다.

광치기 해변의 해돋이 촬영에 좋은 시기인 조금은 보름 만에 한 번씩 오는데, 표에서 표기한 날에 ±1일을 가능한 날로 보면 보통 3일 정도가 촬영의 적기로 본다. 한 달에 3일씩 2, 1년을 계산해 보면 70여 일 정도가 해돋이 촬영에 좋은 날이라고 볼 수 있다.

해 뜨는 시각은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지만, 간조와 만조시각은 스마트폰용 바다 타임(BaDa TIME)’ 앱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고성사거리에서 성산일출봉을 향해 일출로를 1.5정도 지나면 버스정류장 광치기 해변’(201, 211, 212, 295, 721-1, 721-2, 721-3)이 있고, 옆에는 5대 정도의 작은 주차공간이 있다. 이곳은 1년 내내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는 곳이다. 이곳을 피해 100m 정도 더 가면 출입구가 좁긴 해도 30~40대 정도의 주차가 가능한 공간이 있다.

버스정류장 바로 앞에서 오른쪽으로 더 들어가면 백기해녀의집이 있어, 손님이 없는 이른 새벽엔 식당주차장을 잠시 이용한다 해도 혼날 짓은 아닌 것 같다. 식당 바로 옆에는 인증샷 장소로 유명한 하얀 돛단배가 자리를 잡고 있다. 웨딩촬영 장소로 유명한 곳이다.

24절기 하지(夏至)에는 왼쪽의 성산일출봉 쪽에서 해가 뜨고, 동지(冬至)에는 오른쪽인 섭지코지 쪽으로 점점 옮겨가 해가 뜬다. 여름에는 해가 머리위에서 내리쬐지만 겨울에는 오른쪽으로 기울어서 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산일출봉과 해가 뜨는 장면을 함께 촬영하고 싶다면 촬영 시기를 적당히 조절할 필요가 있다.

이른 새벽, 바닷물이 빠진 어둠 속의 광치기 해변을 걸어갈 때는 미끄럼에 조심해야 한다. 주변이 잘 보이지도 않지만 물 위로 드러난 바위가 미끄러워 넘어지기 쉽다. 표면이 검은색인 돌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해가 뜨기 직전의 30~40분은 블루아워(Blue hour)로 자연의 신비함을 느끼게 하는 아름다운 시간이다. 그 아름다움을 만끽하려면 적어도 30분 전에는 촬영 장소에 앵글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가끔은 기다리고 기다렸던 해가 수평선 위에 오르고 나면 허망할 수 있다. 더구나 몇 시간을 걸어서 도착한 포인트라면 피로감이 겹쳐 더더욱 그럴 수 있다. 그러나 한 순간을 위해 많은 것을 버릴 수 있는 우리이지 않는가? 그래서 그 황홀한 풍경은 렌즈에만 담지 말고 가슴속 깊이 넣어 두는 연습이 필요하다.

돌계단에 서서 붉게 밝아 오는 성산일출봉을 바라보며 냉기 서린 광치기 해변의 공기를 마시는 기분은 언제나 떨리고 짜릿하다. 내일 공기는 더 차가울까?

자주 볼 수 없는 광치기 해변의 해돋이 장면. 오메가(Ω)에 가슴 설렌다.
자주 볼 수 없는 광치기 해변의 해돋이 장면. 오메가(Ω)에 가슴 설렌다.
이른 새벽 간조 때의 광치기 해변의 푸른 이끼 돌계단. 멀리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이른 새벽 간조 때의 광치기 해변의 푸른 이끼 돌계단. 멀리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이른 새벽 간조 때의 광치기 해변의 푸른 이끼 돌계단. 멀리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광치기 해변 ‘백기 해녀의 집’ 앞에 있는 돛단배. 인증샷의 명소. 예비 신혼부부들이 웨딩앨범 촬영을 위해 많이 오는 곳이다.
광치기 해변 ‘백기 해녀의 집’ 앞에 있는 돛단배. 인증샷의 명소. 예비 신혼부부들이 웨딩앨범 촬영을 위해 많이 오는 곳이다.
한여름 성산일출봉 위로 떠오른 태양
한여름 성산일출봉 위로 떠오른 태양
이른 새벽 광치기 해변에 반영(反影)된 연인
이른 새벽 광치기 해변에 반영(反影)된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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