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 선거부터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하면 어떨까
학생회 선거부터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하면 어떨까
  • 황민호
  • 승인 2019.12.02 06: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양한 풀뿌리 민주주의 방식, 청소년기 부터 경험해야

 [상상하라! 옥천] 내년도 학생회장 선거가 곳곳에서 치러진다. 현관과 복도마다 공약을 내건 학생회 후보들을 보면 흐뭇하다. 제한적이나마 학생 자치를 실현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다. 공약들도 새롭다. 옥천여중 공약으로는 쉬는 시간과 점심 시간에 휴대폰을 내어주는 공약을 내건 후보도 있고 책상 가림막을 하겠다는 후보도 나왔다. 공약을 보면 학생들이 무얼 원하는지 단박에 알 수 있다. 

 우리는 너무 승자독식형 선거제도에 익숙해져있다 보니 학생회장을 가장 높은 득표율을 올린 후보가 학생회장이 되는 것에 당연시 한다. 그리고 대통령제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보니 한 사람이 통치하는 제도에 길들여져 있는 듯 하다. 하지만, 학생회부터 풀뿌리 민주주의를 다른 방식으로 도입하는 걸 실험해보는 건 어떨까?  가령 정치권에서 이미 논쟁이 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 방식'은 사표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전체의 30%건, 20%건 1등을 하면 모든 사람의 대표가 되는 방식은 나머지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민주주의에서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이미 광주시 청소년의회에서 시작한 방법이다. 광주시는 2017년  어린이·청소년의회를 발족했다. 단순 정책제안을 넘어 어린이·청소년의원들이 직접 안건을 상정하고 통과시키는 방식으로 발전시킨 것. 이를 위해 조례 개정부터 이뤄졌다. 광주시의회는 2015년 12월 '어린이·청소년 친화도시 조성 조례'를 개정해 정책결정 과정에 청소년이 참여할 수 있도록 어린이·청소년의회 기능을 보장했다. 어린이·청소년의회는 광주지역 청소년을 대변하는 대의기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두드림당 △사람답게 살고싶당 △청소년이 참여한당 △빛고을정당 △모꼬지당 5개 정당이 출범했고, 만9세부터 19세까지 22명의 청소년이 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광주시는 지역 모델이지만, 이를 학교에도 적용해 각 후보들이 정당을 만들어서 정당 투표율대로 의석을 배정하고 의원을 뽑는다면 죽은 표는 하나도 없게 될 것이다. 득표율대로 의석수가 배정되다보니 조금 더 다양한 의견들이 표출될 수 있을 것이다. 학년별로도 의석수가 배정되면 좋겠다. 물론 여기서도 한계는 있다. 기본 득표율에 못 미치는 소수 의견은 반영이 어렵다는 점이다. 이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는 같이 고민해보면 좋겠다.  광주시처럼 학교 안을 넘어서서 바깥에서 온전한 지역시민으로서 청소년의회를 구성해 지역 문제를 같이 논의할 수 있는 구조도 만들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이는 군의원과 충북도의원이나 국회의원을 별도로 뽑는 것처럼 학교 안의원과 밖의원을 따로 별도로 뽑아 운영한다면 운영의 묘를 살릴 수 있겠다.  

 이렇게 한명의 학생회장과 집행부를 뽑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회를 구성해 여러명이 집단으로 논의해 모든 부분을 결정한다면 조금더 합의수준을 높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의장은 뽑힌 의원들 중에 선정을 하면 될 것이고 정기적으로 학생의회를 열어 안건을 처리한다면 더 많은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모든 것이 ‘정치’의 영역인데 정치적이라 하면 순수성을 의심받도록 언어가 오염되어 있다. 학교 안에서 정치가 활발하게 생동감있게 진행되길 바란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데 과연 그러한가. 학교 삼주체 논의구조를 학부모, 교사, 학생 등의 똑같은 정수로 논의하는 것도 맞지 않다. 가장 숫자가 많고 교육의 주체인 학생들에 숫자를 과반수 이상으로 배정하는 것이 옳다. 

 작금에 보면 학교는 민주주의의 볼모지나 다름없다. 사실상 천부인권처럼 주어지는 두발을 비롯한 몸에 대한 자유를 침해하고 있고, 옷과 액세서리를 비롯한 개인 인권의 문제를 아무렇지 않게 교육이라는 미명하게 침해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도 통하지 않는 것이 바로 학교다. 이 쯤 되면 '인권은 교문 앞에서 멈춘다'는 책 제목이 아직도 통용되는 듯 하여 씁쓸하다. ‘미성숙하다'는 굴레를 덧 씌우고 교육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호명하에 많은 인권은 처참하게 짓밟히고 있다. 

 교육은 말 그대로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능력,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현재의 문제점을 하나둘 해결하는 것인데 명문대 대학 진학의 볼모로 잡혀 모든 것은 성적순으로 재편된다.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은 가차없이 쳐 내버린다. 독재정권 시대 머리길이를 제한하고 미니스커트 입는 것을 단속하고, 야간 통금령을 단행하는 것이 여전히 학교에서는 또 다른 의미로 유효해 보인다. 스스로 목소리가 터져 나와야 한다. 학생 뿐 아니라 교사, 지역주민, 학부모까지 풀뿌리 민주주의를 청소년 시기부터 어떻게 구현할 지 함께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청소년도 시민이다. 한사람의 동등한 인격체로서 대하며 어떻게 학교 안과 밖의 민주주의를 동일하게 구현하고자 고민할 때 청소년 자치가 꽃을 피고, 이는 지역사회의 민주주의로 화할 것이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