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한글 시 콘테스트 시상식을 마치고 관계자와 참여자들.

 

교토 동지사대학 방문과 오사카 문화원에서의 한글 작문 콘테스트를 열기 위하여 매일 바쁜 일정을 소화해내야만 하였다. 가치 있고 중요한 일이라 사료되기에 힘든 줄 모르고 달렸다. 
"울면서 썼어요."
한글 시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은 이지훈의 인터뷰 첫 대사가 왱- 앵- 거린다. 오래도록.

일본 정지용 한글 시 콘테스트의 시제가 발표되고 있다.
심사위원들이 한글 시 콘테스트 심사를 하고 있다.
NH농협 옥천군지부 정병덕 지부장(왼쪽)이 수상자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대상을 받은 이지훈
오타 오사무 교수가 정지용에 대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 11월 15일
8시. 일본의 옛 황궁 '어소'를 일견하고 동지사대학으로 향한다. 

9시. 동지사대학에 예정보다 일찍 도착하였다. 
정지용 시비 「鴨川」(鴨川 十里 벌 에 / 해는 점으러. 점으러. // (중략) 앞에 모였다. 각자 헌화를 하고 참배하였다. 윤동주 시비 「序詩」하늘을 우러러 / (중략) 앞에서도 헌화하고 참배하였다. 

9시 50분. 동지사대학 관계자들과 면담을 하였다. 

애초 10시로 예정되어 있던 면담이었다. 하지만 한국 일행이 먼저 도착하여 10분 정도 일찍 시작하였다. 명함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작지만 마음을 담은 기념품 전달식도 있었다. 

한국 측은 김승룡 원장, 김종구 교수, 곽명영 팀장, 박승룡 SNS 서포터즈 단장, 박덕규 교수, 필자가 자리하였다. 일본 측은 Yuejun ZHEUNG, Ph. D.(國際センタ―所長), Tatsuya TANAKA.(EUキヤンペス支援室事務長), OTTA 교수가 참석하였다. 통역은 박세용 교수가 맡고, 기록사진은 도복희 시인이 수고하였다.

이 면담에는 주로 김승룡 문화원장의 정지용을 매개로한 동지사대학과 옥천의 발전에 대한 고민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김종구 교수는 동지사대학과 충북도립대와의 교류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참 필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이처럼 발전지향적인 논의가 진행된 것이 기쁘다.  

이를 계기로 문학을 매개체로 하는 민간외교의 창의적이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교류한 셈이다. 참석자들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긴장의 연속이었던, 하루 중 한나절이 지나고 있었다. 뿌듯하다. 

11시 30분. 동지사대학을 나왔다. 
달이 뜬 밤이면 정지용이 후배 김환태를 데리고 갔다는 동지사대학 근교의 동국사. 그곳에서 자신이 쓴 시를 낭송해 주었다는 정지용. 동국사에 들르지는 못하였다. 오사카 문화원에서 한글 콘테스트를 치러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하였다. 다음을 기약하고 급히 발걸음을 돌려 오사카로 향했다. 

14시. 오사카 문화원은 북적였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한 100여명의 학생들과 일반인이 군데군데 자리하고 있었다. 행사관계자들도 분주히 움직였다. '4회 정지용 한글 시 콘테스트'(주최=옥천군·옥천문화원·주오사카한국문화원, 후원=KOFICE·주오사카한국문화원·세종학당·도시샤 코리아연구센터·도시샤대학 한국유학생회)가 오사카 한국문화원 4층 누리홀에서 열렸다. 

옥천문화원 김승룡 원장과 오사카 한국문화원 정태구 원장의 인사말에 이어 심사위원(단국대 박덕규 교수, 인덕대 오석륜 교수, 충북도립대 김종구 교수, (사)세계문협 김묘순 부이사장, 대전문협 도복희 시인)소개가 끝난 후 시제가 발표되었다. 시제는 '소식'과 '이웃집'이다. 

15시 20분 참여자들은 원고지에 시를 적는 작업을 끝냈다. 

심사를 하는 동안 동지사대학 코리아연구센터장 오타 오사무 교수의 '정지용 시인과 그의 시'에 대한 강의가 있었다. 이어 안세란의 '샌드아트', 손기연·김선이의 시낭송, K-POP공연 등의 행사가 진행되었다.  

16시 20분 한글콘테스트 심사가 끝났다.

대상은 이지훈, 최우수상은 미즈구치 윳카 ·김희연, 우수상은 나가에아야코 · 하야시 리코 · 윤소담 · 호유진 · 하지우, 장려상은 박유기 · 오와키 유미 · 오시로 가나코 · 이와키 시온 · 박원선 · 권윤서 · 김시란 · 이규리 · 최한나가 수상의 영광을 차지하였다. 

심사위원 전원의 의견 일치로 선정된 이들의 작품은 진솔한 시적 형상화의 작업이 잘 이루어지고 있었다. 수상작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어머니의 요리 소식, 이웃집 이모의 보살핌 등 다양한 소재를 잘 활용하고 있었다. 특히, 좋은 점수와 관계에서 아쉬움을 자아낸 작품도 있었다. 박원선의 시는 여운의 진동이 길어 기억에 남는다. 인간이면 가지게 되는 고유하고 따뜻한 사랑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헤어진 친구를 나무라기보다는 그리워하며 안녕을 빌고 걱정하고 있었다. 마치 나태주 시인의 글을 보는 듯하였다. 또박또박 정자체의 한글로 예쁘게 써내려간 원고지 사이로 '鴨川'이 흐르는 듯하다. 원고지 마디마다 인정이 지나고 있었다. 비록 대상을 수상하지는 못하였지만, 그의 시에는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자양분이 가득하였다. 

17시. 시상식이 끝났다.

"울면서 썼어요."

대상을 받은 이지훈(20)이 소감을 묻는 필자에게 대뜸 대답한 말이다. 7년 전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들려주시던 이야기를 시의 소재로 삼았단다. 그리고 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지훈의 눈에서는 금방 눈물이 떨어질 것만 같았다. 그의 「소식」은 '퐁당'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었다. 

잘 들어.
퐁당

이게 무슨 소리지?
이야기 보따리를 빠뜨리는 소리야.

할아버지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싸왔어요.

근데 다리를 건너오다
그만 강가에 빠뜨렸지 뭐야.
퐁당

할아버지가
재미있는 이야기해줄까?
퐁당

할아버지가 
무서운 이야기해줄까?
퐁당

그때는 몰랐던 이야기.
이제는 듣지 못할 이야기.

할아버지,
제 이야기 들려드릴까요?
퐁당

내 소식이 들릴까
하늘에 던져본다.

퐁당
퐁당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자란 화자는 할아버지께서 해준 이야기를 소환한다. 그리고 영영 들을 수 없음에 좌절하지 않는다. 돌아가시기 전에 할아버지께서 했던 것처럼, 화자가 할아버지께 다 못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할아버지처럼 "퐁당 / 퐁당 //". 하늘에 대고 화자의 소식을 전한다. 

인천이 고향이라는 이지훈은 지금 살아계시면 99세가 되었을 할아버지를 향해 "보고 싶다"고 하였다. 그리고 장난을 잘 치시던 할아버지께 툴툴거려서 "죄송하다"고도 하였다. 지훈이의 이 말들이 허공에 흩어지지 말고 하늘에 닿아 할아버지께 전달되길 바란다. "퐁당". 이야기를 해주시던 할아버지는 손자 지훈이가 "검사"가 되기를 바라셨단다. 할아버지의 바람과 지훈이의 소망이 꼭 이루어지길 바란다. 

이렇게 2019년 일본 지용제는 막을 내렸다. 
한·일 양국은 정지용이라는 시인과 한·일 문학을 불쏘시개로 부릴 일이다. 그리하여 살얼음 빳빳한 현대사회 상황을 따뜻한 온수로 데워내야 한다. 필자는 온수가 펑펑 쏟아질 날을 희망할 뿐이다. 

동지사대학 관계자와 김승룡 원장이 정지용 시비 앞에서 헌화하고 있다.
동지사대학 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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