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기자가 장령산 내 카페 산들바람을 직접 찾았다
송재경·목영은 부부가 2년 전부터 운영
"즐거우니까 하는 거죠"

28일 오전9시 장령산 내 카페 산들바람에서 송재경(66)·목영은(65) 부부를 만났다. 간판에 'coffee&beer'라고 써있지만 현재 주류는 판매하지 않고 있다.
카페 내부의 모습. 공연을 할 수 있는 자그마한 무대가 설치돼있다.

[읍면소식-군서면] 좋아하는 일을 자신의 직업으로 삼기란 쉽지 않다. 여러 문제로 인해 시도조차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떠한 이유로 싫어지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꾸준한 사랑으로 나아가는 사람도 있기 마련. 장령산 휴양림 근처에 위치한 카페 ‘산들바람’에는 한 부부의 애정이 곳곳에 깃들어 있다. 초겨울 아침공기가 코끝을 찡하게 하는 오전9시, 산들바람 송재경(66)·목영은(65) 부부는 밝은 얼굴로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산들바람이 열린 지는 2년 정도다. 증평에서 태어난 남편 송재경씨는 40년 가까이 공무원으로 일했고, 춘천에서 태어난 아내 목영은씨는 전업주부였다. 옥천에 온 건 송재경씨가 23년 전 옥천으로 발령이 났기 때문이다. 군청이 있는 읍내가 아닌 군서면에 살게 된 계기가 특이하다. 23년 전 군청 건설과에서 도로공사를 진행했는데, 잔여부지 발생으로 민원이 들어와 사들였다는 것이다. 덕분에 이곳에서 건물도 직접 지어 살게 됐다. 현재 산들바람이 위치한 1층은 17년 전 부부가 1년간 인테리어 가게를 하던 곳이기도 하다. 2층에는 부부가 직접 거주하고 있단다. 얼핏 보면 가정집 느낌이 나는 이유가 그 때문인 듯 했다. 반전이 있다면, 건물 내부에서 끝내주는 경치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커피숍 분위기가 안나요. 그런데 이제 들어오면 경치가 좋아서 손님들이 ‘와 반전이다’해요. 그걸 아는 분들이 많이 오죠. 단골도 생겼어요. 손님들이 풍경이 좋다고 하면 가끔 이렇게 농담해요. 4천원 커피 값만 내면 이 풍경이 손님 거라고요.(웃음)” (송재경씨)

올해 여름, 산들바람에서 바라본 풍경. <사진제공:카페 산들바람>
"조금 더 일찍 오시지 그랬어요" 꽃이 진 풍경에 목영은씨가 아쉬움을 드러냈다.

송재경씨는 옥천군청 건설과에서 일하다가 체육시설사업소 소장으로 명예 퇴직했다. 퇴직 후 자격증 취득이나 공예를 하는 등 취미활동을 시작했다. 바리스타 자격증도 그렇게 따게 됐다. 가게를 연 것도 특별한 이유는 아니었다. 그저 심심했고, 사람이 좋아서였다. 장령산을 비롯한 자연과 함께한다는 의미를 담아 ‘산들바람’이라 지었다. 부부의 새로운 출발을 자녀들도 응원한다. 2남 1녀 중 막내딸인 송민경(25)씨가 블로그를 통해 산들바람의 소식을 종종 전하고 있다. 세종시에서의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오면 일손도 거들어준단다.  

부부가 아메리카노, 한방차, 감말랭이를 선보였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감말랭이를 좀 더 가까이 찍어봤다. 달콤하고 쫄깃한 맛이 일품이었다.

가장 자신 있는 메뉴는 솔잎차와 감잎차. 목영은씨가 직접 만들었다. 간식 메뉴 중 감말랭이도 수제다. 직접 기른 감나무의 감을 깎아 만든단다. 감의 흰 심이 변비를 유도한다는 방송을 보고나선 심을 직접 제거한다.

목영은씨는 식물을 굉장히 좋아한다. 카페 곳곳에는 그가 관리하는 화분들이 놓여있었다. 식물을 기르는 것뿐만 아니라 한방차를 만드는 솜씨도 훌륭하다. 한방차는 메뉴엔 없지만 종종 어르신 손님들이 오면 내오는 비밀 메뉴다. 부부에게 한방차 한 잔을 부탁했다. 젊은 사람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거라며 목영은씨가 걱정했지만 달달하고 따뜻한 한방차는 기자의 입맛엔 딱이었다. 원래는 커피숍 말고 찻집을 할까 고려도 해봤단다.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자그마한 무대 위에 놓인 턴테이블이다. 송재경씨가 LP판을 넣자 ‘지직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음악이 재생된다. 음악과 섞여서 나는 잡음이 오히려 세련된 느낌을 줬다. 요즘 유행하는 ‘레트로 감성’의 끝판왕이다. 턴테이블은 부부가 결혼할 때부터 있었다고 한다. 1978년에 결혼했다고 하니, 함께한 세월이 40년은 넘었다는 소리다. 바늘을 구하기 쉽지 않고 볼륨 조절이 잘 안돼도 버릴 수 없다. 좋아하고, 사랑하기 때문이다. 

카페 내 놓여져 있는 LP판과 턴테이블.

최근 송재경씨는 평생학습원에서 기타를 배우고 있다. 카페 내부에 있는 자그마한 무대 위에서 공연할 날을 꿈꾸고 있단다. 1년 정도 했는데 연주 실력이 잘 늘지 않는다며 부부는 웃었다. 그 환한 미소에 기자도 하하 하고 웃어버렸다. 부부는 장령산에서 살고, 카페를 운영하는 게 즐겁다.

“즐거우니까 하는 거죠. 돈 벌자고 하면 스트레스 받아서 못해. 사람 대 사람으로 대화하는 게 제겐 더 중요해요. 하다보면 재밌는 일도 생기고요. 예전엔 한 부부 손님이 왔었는데 부부싸움을 한 것 같았어요. 그때가 작년 김장철이었어요. 그래서 배추를 한 포기 줬더니 그거 고맙다고 블로그에 올렸더라고요. 인상적이었죠. (중략) 영리 목적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이 없으면 지루하니까(웃음) 오는 게 낫지. 와서 풍경도 구경하고 힐링했으면 좋겠네요.” (송재경씨)

“여기 시골에서 살면 심심할 틈이 없어요. 카페 일도 있고 가족들이 먹을 채소들도 조금씩 직접 농사짓고…. 바라는 게 있다면 손님이 오셔서 편히 쉬었다 가시는 거예요. 때로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좋은 걸 우리 혼자만 보고 있나, 혼자 보면 안되는데’ 하고요. 부담 없이 오셨다 가셨으면 좋겠어요.” (목영은씨)

산들바람의 전경. 군서면 장령산로 483(금산리 80 1층)에 위치해있다.
송재경씨가 "풍금 보신 적 있으세요?" 하고 물었다.
산들바람의 가격표.
카페 내 목은영씨가 키우는 식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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