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여성예비군 양수리훈련소서 김장봉사 병행
김장에 사용된 모든 재료는 옥천 로컬푸드
줄어드는 대원수, “여성예비군 활동 홍보로 대원 모집할 예정”

22일 여성예비군소대가 양수리훈련장 식당에서 김장봉사를 진행했다.
22일 여성예비군소대가 양수리훈련장 식당에서 김장봉사를 진행했다.
22일 여성예비군소대가 양수리훈련장 식당에서 김장봉사를 진행했다.

 

배춧잎 사이사이를 속으로 가득 채우는 도중에 이야기꽃이 활짝 피었다. “옛날에 엄마가 김장할 때면 김치에 깨를 묻혀서 입에 넣어주곤 했어뒤이어 한 대원이 장난스럽게 말한다. “곱게 자란 사람이 여기 하나 있네그러자 첫째라 곱게 자라진 않았지, 궂은 일 내가 다했는데. 그래도 김장할 때면 꼭 그렇게 깨를 찍어서 김치를 넣어주시대. 그게 또 갑자기 생각이 나네라며 과거를 추억한다.

그 대원은 말을 이었다. “고향인 전주에서는 김장할 때는 주변에 구경꾼들이 모이면 김치를 쭉 찢어서 깨를 듬뿍 찍어 먹여줬었어라고. 또 다른 대원이 언니 나 군산이여라며 전라도가 잘살았네~”라고 농담을 던진다. “구경꾼들에게 깨를 듬뿍 찍어주는 것은 정이여. 재료를 아끼지 않고 나눠 먹는 것이지전주가 고향인 한 대원은 김치를 쭉 찢어 깨를 듬뿍 찍은 후 수육까지 말아 주변 사람들에게 먹여준다.

지난 22일 군복에 디지털무늬의 앞치마를 입은 여성예비군소대(김경숙 소대장) 대원들이 양수리훈련장 식당에 모여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바로 120포기의 배추를 김장을 하던 것이었다. 23명의 대원이 함께해 9개 읍면에 거주하는 독거노인, 6·25 참전용사, 면 상근예비역 총 30가구에 대원 2명이 직접 방문하여 전달할 예정이다.

120포기가 적지만은 않은 양인데도 금세 배추는 흰색에서 붉은색을 띄웠다. 배추에 양념을 버무리는 중간중간 매운 고춧가루가 대원의 눈에 튀기도 했다. 하지만 따가움에 눈을 꽉 감아도 손은 멈추지 않았다. 눈에 튄 고춧가루를 닦아내는 한 대원은 감장하면서 눈물 한번은 흘려야지라며 힘차게 김장에 몰두했다.

대원들은 김장을 거들어 주고 있는 장병들을 보며 아들 장병, 아들이라 부른다. 김치를 기다랗게 쭉 찢어 수육에 돌돌 말아 장병 입에 넣어주며 우리 아들도 군대 갔어. 아들 많이 먹어!”라고 말했다.

23명의 대원은 김장전문가라고 불릴 만큼의 빠르게 맛있는 김치를 만들어내 9시에 시작한 김장을 12시도 안 된 시간에 마무리됐다. 여성예비군의 김장봉사가 14년째를 맞이하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또 전날 21일에도 성모병원에서 한 김장 자원봉사에도 대원 10명이 지원을 나갔으니 김장봉사는 이미 일상에 녹아들어 있었다.

여성예비군 창단멤버인 우윤수(63) 대원은 처음부터 함께 김장봉사를 했는데 여기서 하는 거 말고도 김장봉사 많이 해왔어요. 개인 집에 가서 도와주기도 하구요. 지금까지 올해 참여한 김장봉사만 6번째에요. 내일도 또 봉사하러 가요. 내일까지 하면 7. 또 집에서도 김장했으니 8번이네요(웃음)”라며 여성예비군에서 원래 제가 직접 재배한 배추로 김장봉사를 했었는데 몸이 안 좋아지면서 올해는 안남에서 사서 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여성예비군에서 한 김장봉사에서 사용된 모든 식자재는 옥천의 로컬푸드로만 이루어져 있다. 안남에서 재배한 배추부터 고춧가루까지 옥천의 로컬푸드가 아닌 재료는 없었다. 구매한 재료가 대부분이지만 일부는 대원들의 가정에서 키우는 무, 고추 등이 150만 원밖에 안 되는 예산을 절약할 수 있게 도움을 주었다.

김장이 다 끝난 후 곧바로 점심 식사 준비가 시작됐다. 김치 겉절이, 수육, 멸치볶음, 시금치, 총각김치, 흑미 콩밥, 동탯국, 막걸리. 식탁이 음식으로 가득 찼다. 특히 김치 겉절이는 고봉밥처럼 쌓여 입맛을 다시게 했다. 한켠에는 후식으로 즐길 귤과 커피, 음료수가 마련되어 있었다.

이번 행사의 분위기 메이커였던 양은록(61,군북면 대정리) 대원은 전에 하셨던 분이 여성예비군이 좋은 일도 많이 하고, 봉사도 많이 한다고 해서 작년에 자발적으로 들어왔어요. 어렸을 때 꿈이 군인이어서 군복을 꼭 입고 싶기도 했거든요라며 제가 나이가 좀 있어서 젊은 사람들이랑 희석 돼서 같이 잘 지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나이 상관없이 젊은 세대들이 친구처럼 대해줘서 희석되어 잘 지낼 수 있었어요. 오늘 강의가 있었어요. 근데 여성예비군은 그걸 빠지면서까지 참여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어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경숙 소대장은 대원들이 매번 고생해주시니까 이런 일이 가능한 거예요. 함께한 대원들께 감사드려요. 이렇게 어려운 분들에게 작게나마 보탬이 될 기회가 된 것 같아요라며 대원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했다. 이어 이번 김장취재로 인해 새로운 대원모집이 되었으면 해요. 봉사하는 것을 티 내는 것이 민망하지만 줄어드는 대원수를 다시 충당하려면 하는 일을 홍보해야 대원이 들어올 것 같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여성예비군에서 진행한 김장봉사는 작계훈련의 일환으로 병행한 것이다. 오전에 CPR 등 훈련을 마치고 김장봉사가 바로 진행됐다. 작계훈련에 참여한 대원은 총 대원 30명 중 28명이지만 김장봉사 전 프로그램만 마치고 간 대원도 있어 김장봉사는 대원 23명만 참여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육군 제2201부대 1대대(대대장 중령 박남규) 이하 기동대(기동대장 5급 석현성)도 함께 참여해 행사의 도움이 됐다.

다들 집중해서 양념 속에 들어갈 무를 채판으로 썰고 있다.
김치 양념 속을 만드는 대원의 모습.
양념 속이 채워진 배추가 가지런히 쌓여 있다.
배추를 상자에 쌓아 넣고 위에 올려줄 석박지다.
한 대원의 역할은 포장할 김치가 알맞게 들어갔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한쪽에서는 점심 식사 때 먹을 수육을 썰고 있다.
접시가 작아보일 정도로 김치가 소복히 쌓여 있다.
점심상이 아주 푸짐하다. 특히나 김치 겉절이가 제일 눈에 띈다.
김장하느라 고생한 대원들이 밥을 먹기 시작했다. 김경숙 소대장은 대원들에게 막걸리 한 잔씩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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