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만난 작은학교 안남초 6학년 교실

[우리반 짱!] 안남초등학교 이서희 선생님 인터뷰

(임용고시 합격하고 안남초등학교에 처음 발령 받으셨다구요. 기분이 어떠셨나요?)

"기대 반 두려움 반이었어요. 제가 삼양초, 옥천여중, 옥천고, 청주교대를 나왔거든요. 읍에서 자라서 면 학생들이 어떻게 학교를 다니는지 잘 몰랐어요. 그래서 막상 와보니까, 처음에는 되게 당황스러웠어요. 한 학년에 학생들이 6명~7명뿐이라서요. 제가 올해 교사 3년차인데, 이번에 맡은 6학년 학생들은 7명인 거예요. 그룹수업을 할 수 없었어요. 이건 짝도 안 맞구요(웃음). 

대신 다른 걸 많이 할 수 있더라고요. 저희 학교 학생들이 면 특성상 마을과 어울리는 수업을 많이 해요. 배바우나 덕실, 산수화권역에서 두부를 만들고 인절미 만들고 모내기도 하고 벼 베기도 하죠. 다른 학년 친구들과도 서로 잘 챙겨주면서 어울려요(이때 저학년 학생이 교실 문을 벌컥 열더니 '야! 지금 밖에 눈 와!'하고 소리쳤다. 이서희 선생님이 '지금 다들 나가고 아무도 없어!' 소리쳤다).

(웃음)학생들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지금처럼 밝고, 건강하게 자라줬으면 좋겠어요. 처음에 6학년 반을 맡았을 때는 학생들 꿈은 뭔지, 진로를 어떻게 정하는 게 좋을지 고민이 많았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한 해 동안 학생들 개인적인 이야기를 듣다 보니 벌써 너무 조급하게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딱 지금처럼 밝고 건강하게만 자라줬으면, 그것만으로도 정말 잘하고 있는 거고, 대견한 일이라는 걸 알았어요.

바로 옆 중학교를 가는 건데도 아쉬워요. 아쉬운 마음 반, 제 능력이 부족했던 거 같아 미안함 반이네요. 그래도 여기까지 잘 와서 참 다행이에요. 애들아, 내 첫 제자가 된 영광을 마음껏 누려라(웃음)."

수업을 진행하는 이서희 교사
안남초 6학년 학생들

■ 안남초 6학년 친구들에게 "모두 이대로만 자라다오"

(학생들에게 한 마디씩 해주신다면.)

"한라. 한라에게는 조금 미안한 게 있어요. 한라가 요새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거 같은데 저는 특별히 사춘기를 겪어보지 않아서 한라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게 많아요. 그래도 중학교 진학하고 나서도 잘 할 거라고 생각해요. 워낙 머리도 좋고 기발한 생각도 잘 하거든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는 집중도 잘하고요. 다만 혹시 선생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와서 이야기해줬으면 좋겠어요.

승희. 승희는 굉장히 활발하고 웃음이 많아요. 학교회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 거지만 리더십도 강하고 포용력도 강하고요. 그 능력이 참 장점이에요. 5학년에 2학기 때 전학온 학생이 있는데, 승희랑 미나랑 그 학생을 데리고 잘 다니더라고요. 아니, 이런 애가 또 있을까, 교과서를 보는 줄 알았어요. 너무 잘 해서 할 말이 없어요(웃음). 

나현이는 평소에 그림에 관심이 많아요. 만화를 많이 보고, 그림을 굉장히 잘 그려요. 또 자기가 잘한다는 걸 알아서 그 프라이드도 있는데(웃음)... 그 부분을 잘 살렸으면 좋겠어요. 아. 그런데 왜 자꾸 못해준 것들만 생각나죠. 나현이가 가끔 숙제를 빼먹을 때가 있는데 제가 바빠서 못 챙겨준 적이 있어요. 조금 더 오래 함께 있었다면 덤벙대는 부분도 잘 챙겨줄 수 있었을 텐데. 그건 아쉬워요.

성찬이는 얌전하고 마음가짐이 참 좋은 친구에요. 때로는 다른 친구들만큼 활발하게 놀기도 해봤으면 좋겠어서 수업할 때 성찬이를 보면서 더 자유롭게 수업을 진행한 부분도 있어요. 그랬더니 확실히 많이 변했어요. 한 학기쯤 지나니 수업시간에 농담도 던지고 마음 편하게 친구들이랑 이야기하기도 하고요.  지금 잘하고 있으니 지금처럼 자신감 가지고 할 말을 잘 했으면 좋겠어요. 충분히 똑똑하고 충분히 멋지니까, 중학교 가서도 잘 할 수 있을 거예요.

현준이도 자세히 보면 마음이 섬세한 친구에요. 생각도 많고요. 그래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농담도 많이 건네고 그랬던 거 같아요. 참 다행인 건, 역시 잘 극복하고 잘 자라주고 있다는 점이에요. 평소 정말 까불까불한데(웃음), 중학교 때는 좀 덜 까불어도 괜찮지 않을까...(웃음). 

미나. 미나는 둘째인데도 활발하고 어른스럽죠. 위로 오빠 아래로 동생이 한 명 있는데 오빠라서 그런가 본인이 챙겨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동생에게도 마찬가지고요.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을 헤아리는 마음이 깊어요. 하지만 좀 더 '초딩'다웠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지금은 사랑을 주기보다 사랑 받기 바빠야 할 때잖아요.

마지막으로 길현이는... 독특해요(웃음). 지금도 파악하고 있는 중이에요(웃음). 조용히 있은데 가만 보면 엉뚱하거든요. 은근히 재간둥이라고 해야 하나. 수업시간에 뜬금없이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톤으로 문제를 같이 읽어준다거나, 수업시간에도 웃긴 이야기를 많이 해요. 조용한 것 같은데 은근히 친구들과 잘 지낸다고 해야 하나. 어깨만 좀 더 펴고 다녔으면 좋겠어요. 모두 이대로만 자라다오(웃음)!"

오른쪽부터 민나현, 노승희, 유미나 학생

■ 안남초 6학년 친구들, '안남초에서 가지고 가는 것'

(졸업하기 전에 하나 꼭 기억나는 일이 있다면 어떤 일일까요?)

△유미나 "동생 온유, 소율이, 진서 그리고 승희 나현이 그 외에 친하게 지낸 친구들이랑 동생들이랑 놀았던 거요. 계속 함께 웃고 놀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아쉬워요."

△조성찬 "6학년 때 수학여행 갔는데 선생님들이 맛있는 걸 많이 사줬어요. 슬러시랑 호두과자, 휴게소 닭꼬치... 정말 신났어요!"

△강한라 "수학여행에서 친구들이랑 카드게임 한 게 기억 남아요(건전한 게임이었답니다). 또 놀이공원에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 이것저것 놀이기구 탄 것들요. 다, 다 재밌었어요!"

△최현준 "저희 학교에 스마트교실이 있는데, 컴퓨터로 게임할 때 좋았어요. 길현이가 재밌는 게임을 많이 알아서 이것저것 알려줬는데, 학교에서 여럿이 게임한 게 기억 남아요."

△전길현 "저도 스마트교실에서 자유시간 가졌던 게요...(웃음). 자유시간이 제일 좋아요. 아이오 게임 아세요? 생선이 뭐 먹으면서 계속 크는 게임이에요."

△민나현 "저희 안남 작은음악회에서 공연할 치어리딩 연습을 하는데 길현이 등 지퍼가 터졌거든요. 그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깔깔). (현준이가 옆에서 길현이 등을 토닥였다.)"

△노승희 "학교에서 곶감 만들어 먹은 거요. 10월 말쯤이었는데 엄청 물렁물렁한 것들은 입에 집어넣고(웃음) 조금 단단한 것들은 깎아서 안남관 가는 길 벽에 걸어놨어요. 전 감이 정말정말 좋아요!"

민나현 학생
조성찬 학생
유미나 학생
강한라 학생
최현준 학생
안남초 6학년 학생들. '어서 밥 먹으러 가야 하는데...!'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유미나, 노승희, 민나현, 조성찬, 강한라, 최현준, 전길현 학생
2019년 안남초 6학년 교실. 사진 속 학생들의 추억이 잔뜩 걸려 있다.

 

저작권자 © 옥천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