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아침 9시부터 온 주민 모여서 이엉 엮기
새알 넣은 가마솥 팥죽도 일품, 놀며 일하며 전통 계승
이엉 엮을 줄 아는 사람 줄어가, 젊은 사람 필요

26일 안남배바우작은도서관 옆 정자의 초가지붕을 교체했다. 새로운 지붕을 위해 이영을 엮는 김대영 관장.
26일 안남배바우작은도서관 옆 정자의 초가지붕을 교체했다. 새로운 지붕을 위해 이영을 엮는 김대영 관장.
함께 일한 주민들과 나눠 먹을 팥죽. 아침부터 직접 으깬 팥을 가마솥에 넣고 팔팔 끓이고 있다.
함께 일한 주민들과 나눠 먹을 팥죽. 아침부터 직접 으깬 팥을 가마솥에 넣고 팔팔 끓이고 있다.

 누리끼리한 볏짚이 바스락거리며 사람 손을 타고 빙그르 돈다. 어느새 한줄 완성, 몇 번을 반복했을까 금세 어른의 키를 뛰어넘는 이엉이 엮어졌다.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이엉을 엮어주던 과거. 초가지붕이 사라지는 만큼 이엉 엮기를 하는 사람도 줄어들고 있다. 여든 넘은 지역 어른이 엮던 이엉이 올해는 완전 세대교체가 됐다. 독락정 마을에 60대 조용운씨와 김진국씨가 중심이 되어 지난해부터 배우기 시작한 배바우도서관 김대영 관장과 올해 첫 도전하는 이근생 위원이 부지런히 기술을 따라잡고 있었다. 이제 5~60대가 이엉을 엮기 시작했으니 20년 가량 젊어진 것이고 나름 세대교체에 성공한 것. 안남면의 이엉엮기는 그렇게 계승됐다. 

26일 안남배바우작은도서관은 겨울을 맞아 월동준비를 했다. 도서관 옆 정자에 새로운 지붕을 만들어준 것. 배바우도서관에서는 매년 짚을 엮어 정자의 새로운 지붕을 만든다. 작년에는 기존 지붕 위에 얻는 것만 했지만 올해는 지푸라기를 전부 걷어내고 완전히 새로운 옷을 입힌다. 지붕 교체는 2년에 한 번씩. 매년 하는 연례행사이니만큼 약속하지 않았지만 한두 명씩 모여든다.

 아침 9시부터 나와 이엉을 엮었다고. 조용운(68, 안남면 연주리)씨는 따로 배우지 않았어요, 옛날 시골은 다 했으니까. 어른들 옆에서 어깨너머 본 것을 기억하는 거죠. 어릴 때 이후로 오랜만에 하니 예전 실력이 안 나오네요라며 웃는다.

도서관 운영위원이자 짚단을 제공한 이근생(57, 안남면 화학리). “귀농 5년차인데 올해 처음 해봐요. 여기 형님들한테 배워서 하고 있어요. 보니까 이게 발로 밟는 것이 중요하네요. 그래야 고정이 잘 돼요. 형님들 쫓아가려면 큰일 났네요. 예전에는 새끼 꽈서 멍석 짜고 가마니도 만들고 해서 귀하게 여겼는데 요즘 아이들 노느데 쓰이면 다행이죠.”라고 말했다.

이날의 구성원을 불러온 김대영(54, 안남면 연주리) 관장. 김대영 관장은 원래는 여든 넘으신 어르신을 섭외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전화를 안 받으시는 거야! 저 두 분도 힘들게 모셔왔어요. 나이 들수록 지역에 있는 사람도 사라지니까, 사람도 볏짚도 구하기 힘들어요.”라고 말했다. “이엉 엮기는 어릴 때 많이 해봤어요. 제 고향 금산에서 인삼 농사를 많이 지어 짚이 많이 필요했거든요. 어릴 때는 마을사람들 다 같이 돌아가면서 엮어주고 그랬어요. 요즘은 할 줄 하는 사람 찾기 드물어요. 젊은 사람이 배웠으면 해요. 그래서 일부러 아이들 보라고 하는 것도 있죠. 요즘은 기계가 다 해요. 근데 사람 손하고 달라요. 이것도 정성이 필요해요라고 말했다.

한편, 안남어머니학교는 팥죽 쑤는 일을 도맡아한다. 어머니학교의 어르신들을 주축으로 나누어 먹을 팥죽을 만든다.

팥죽은 아침7시부터 나와 준비했다. 새알을 만들고 팥도 직접 으깼다. 으깬 팥을 가마솥에 넣고 계속 저어가며 40여분 팔팔 끓인다. 팥죽을 끓이는 가마솥은 1년에 2,3번 마을 큰잔치 때 사용한다고 한다. 가마솥에 끓은 팥죽은 새알심을 만나 달달하게 완성되었다. 달달한 팥죽은 수육과 겉절이를 만나 풍부한 점심 한상이 되었다. 3,40인분이나 되는 팥죽은 옆 동네에도 나눠먹고 지나가는 사람에게도 대접했다. 마을사람들의 정은 팥죽만큼 달달했다.

도서관에서 일하는 송지숙(47, 안남면 종미리)씨는 작년에도 팥죽을 쑤어 먹었어요. 올해는 수육을 삶았는데 작년에는 다 같이 삼겹살을 구어 먹었죠. 이렇게 손을 하는 곳이 드물어 의미 있는 일 같아요. 나이 드신 분들만 알 수 있는 거니 안타까워요. 젊은 사람들도 배웠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우수수 쏟아지는 새알심들. 쫀득한 식감이 팥죽을 더욱 맛있게 해준다.
우수수 쏟아지는 새알심들. 쫀득한 식감이 팥죽을 더욱 맛있게 해준다.
옆 동네도 나눠줄만큼 넉넉한 팥죽. 마을 주민들의 인심을 알 수 있다.
옆 동네도 나눠줄만큼 넉넉한 팥죽. 마을 주민들의 인심을 알 수 있다.

 

“이거 따라 하기도 힘든데, 방긋 웃으면서 카메라 보고 하려면 30년 후에나 오셔!”, 바쁘게 손을 움직이지만 사진요청에 방긋 웃어주시는 이근생 운영위원.
“이거 따라 하기도 힘든데, 방긋 웃으면서 카메라 보고 하려면 30년 후에나 오셔!”, 바쁘게 손을 움직이지만 사진요청에 방긋 웃어주시는 이근생 운영위원.
연신 웃는 얼굴로 지붕의 중심이 되는 꼭지를 만들고 있는 김진국 어르신.
연신 웃는 얼굴로 이엉을 엮는 김진국 어르신.
"나를 쫓아오려 하지마러~" 여유로운 모습으로 이엉 엮는 조용운 어르신.
"나를 쫓아오려 하지마러~" 여유로운 모습으로 이엉 엮는 조용운 어르신.

 

이엉을 엮는 중간 수육으로 새참을 먹으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엉을 엮는 중간 수육으로 새참을 먹으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돌돌말려 세워진 이엉들. 새 짚으로 재탄생될 정자의 모습을 기대하게 한다.
돌돌말려 세워진 이엉들. 새 짚으로 재탄생될 정자의 모습을 기대하게 한다.
달달한 팥죽과 입맛을 더욱 살려줄 밑반찬들. 자꾸 손이가는 맛이다.
달달한 팥죽과 입맛을 더욱 살려줄 밑반찬들. 자꾸 손이가는 맛이다.
도서관 터죽대감 '얼룩이' 팥죽맛을 아는지 자신도 달라며 옆에서 울고 있다.
도서관 터죽대감 '얼룩이' 팥죽맛을 아는지 자신도 달라며 옆에서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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