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바우장독대, 메주 만드는 현장에 가다
삼삼오오 모인 중간말 사람들, 메주 만드는 기술자들
옥천 명품 메주, 배바우 장독대표는 믿고 먹어도 ‘오케이'   

중간말 메주의 달인 왼쪽 봉원녀, 홍옥식씨. 오래된 유경험자이다.
중간말 메주의 달인 왼쪽 봉원녀, 홍옥식씨. 오래된 유경험자이다.

 된장이, 간장이 어디 하늘에서 뚝딱 떨어지는 게 아니다. 

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걸 보면 공장에서 찍어 나오는 걸로 착각하기도 쉽겠다. 요즘 어린이들은. 그러나 다 땅의 힘과 손의 힘으로 만드는 것임을 알만한 사람은 알지만, 여전히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배바우작은도서관 초가지붕 이엉을 엮고 팥죽으로 점심을 하는 찰나 배바우장독대 조명숙 대표가 1,5톤 트럭을 타고 도서관 앞에 섰다. 소식을 듣고 새참으로 남비에 팥죽 한 그득 얻어서 다시 메주 만드는 곳으로 갈 참이다. 그 때 어지간하면 보기 힘들다는 배바우장독대 메주 만드는 풍경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수십년 합을 맞춰 메주 만드는 데는 이골이 나 있는 중간말 주민들이 다 모였다. 일흔 넘는 맏언니 홍옥식씨부터 메주의 달인 봉원녀(60), 이제 새내기에 진입해 궂은 일 도맡아 하는 박미영씨까지, 5-6명은 배바우장독대 조명숙 대표의 진두지휘에 따라 합을 척척척 눈빛만으로 업무 분담을 한다. 한 해 농사지은 메주콩을 하루저녁 전날 씻어놓았다가 그 다음날 새벽 5시에 가마솥에 붓고 나무 장작으로 6~7시간을 푹 끓인다. 노릇노릇하게 익은 메주콩은 그냥 입에 넣으면 구수한 단내가 절로 난다. 그 메주콩을 꺼내어 다리와 손의 완력으로 막 이겨낸다. 둥글납작한 메주콩이 엉겨서 한 덩어리가 된다. 그렇게 이겨 놓은 메주 덩어리를 명주 천에 감싸안아 장인이 만들었다는 네모난 직각 메주 틀에 집어서 채운다. 꾹꿀 눌러 채우고 천정에 걸린 고리를 잡고서 무게중심을 유지하며 온 힘으로 메주틀의 메주를 누른다. 그럼 네모 반듯한 메주가 하나씩 나온다. 가지런히 깔아놓은 지푸라기 위에 한 덩어리씩 정성스레 얹어 놓고서 조금 시간이 지나면 하우스로 옮겨 말린다. 콩 한말이면 메주 3덩어리가 나온다. 배바우 장독대는 꾹꾹 눌러 만들기 때문에 튼실하다. 보통은 메주 한 덩이에 6~7kg나가는데 배바우 메주는 8~9kg 나간다고. 정성이 보통 정성이 아니다. 된장, 간장 참 손쉽게 사지만, 진짜 제대로 된 된장, 간장 맛 보려면 이 전 과정을 다 이해해야 한다. 

 하루에 보통 메주콩 한가마니 반(열닷말)을 하고, 겨우내 12가마니(120말)를 만든다. 하우스에 걸어놓고 말린다음 메주방에 띄우는데, 매일 습을 머금은 이불을 빨아서 또 갈아주고 온갖 정성이 다 투여된다. 층층이 불을 때야 하고 적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발효가 된다. 차게 놓아두면 메주는 바로 썪는다. 

 배바우장독대 메주는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입소문을 타고 다 알아서 나오기 무섭게 다 팔린다. 예약을 다 해놓는다고. 완성된 메주는 1월말에 설 세고 대부분 다 나가고, 무농약 콩으로 만든 메주만, 된장과 간장으로 만든다. 된장, 간장 만드는 것도 그리 쉬운 게 아니다. 장독대에 고추와 숯, 소금을 넣고 보통 한 항아리에 메주 15개부터 30개까지 집어 넣는다. 윗물만 떠서 물을 채우고 45일~50일 후인 4월 초에 메주를 건지면 덩어리는 그대로 된장이 되고, 물은 그대로 간장이 된다. 

 “된장, 간장 참 쉽게 먹지만, 사실 많은 공을 들여야 얻을 수 있는 음식이에요. 과정을 보면 귀하게 먹어야 한다는 것을 절로 알 거에요.”

 배바우장독대가 진열되어 있는 중간말 조명숙씨 댁 항아리 30여 개를 보면 마음이 포근하고 풍성해진다. 차가운 기운이 빠진 겨울 햇살이 따땃하게 배바우 장독대를 달군다. 새참으로 팥죽을 먹으면서 웃음꽃이 핀다. 

 일이 일이 아니다. 같이 더불어 어울렁 더울렁 내 것이 아닌, 우리 것을 공동 생산하고 공동 판매하는 일, 사실 신바람 나는 일이다. 배바우 장독대의 메주는 그렇게 익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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