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밤, 주민들 가족 손 잡고 삼삼오오 영화관 찾아
작은영화관 협동조합 주관·향수시네마 주최 8개 작품 무료상영
“전시·체험·영화토크 등 부대행사 많아졌으면”

 

19일 오후 9시30분에 찾은 작은영화관은 '그린북' 상영을 앞두고 있었다. 

 

19일 화요일 오후9시30분, 월요병이 아직 물러나지 않은 밤. 주민들이 가족 손을 잡고 하나 둘 향수시네마를 찾았다. 18일부터 시작한 가을영화제의 일환으로 화요일 밤의 마지막 영화 ‘그린북’이 상영되기 때문이다. 남북전쟁 이후 여전히 잔존해있던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통해 사회가 소수자를 바라보는 관점을 그려낸 영화. 자리에 앉은 30여명 안팎의 주민들의 표정에는 기대감이 스쳤다.


군내 유일 영화관 ‘작은영화관 향수시네마’가 첫 번째 가을영화제를 개최했다. 작은영화관 협동조합이 주관하고 향수시네마가 주최하는 이번 가을영화제에는 가족과 인권을 다룬 영화들로 채워졌다. 주민들은 이번 영화제가 그간 향수시네마에서 열렸던 여성영화제·누구나 영상제와 같은 지역사회와 만나는 행사가 되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다.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진행헀던 가을영화제에서는 총 8개의 작품이 무료 상영됐다. 이번에 상영된 8편 영화는 작은영화관 협동조합이 예산을 지원했다. 작은영화관 협동조합은 이번 가을에 전국에 있는 작은영화관을 대상으로 ‘가을영화제’를 진행한다. 향수시네마는 이번에 첫 가을영화제를 진행하게 된 것. 전자우편을 통해 신청자를 모집했으나, 매진이 되지 않은 영화에 한해서는 현장 발권도 가능했다. 


가을영화제의 다섯 번째 상영작인 ‘그린북’을 찾은 주민들은 오랜만에 가족들과 영화 나들이를 나왔다고 평했다. 김규일씨(43,석탄리)는 “누나가 가을영화제를 보고 알려줘 신청을 하게 됐다”며 “오늘 처음 향수시네마에 와보는 것인데, 나름대로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을영화제 자체홍보가 덜 되는 바람에 ‘향수시네마 단골’들이 눈에 띄었다. 차승희씨(40, 가화리)는 “이 곳에 극장이 생기고 부터는 가오동이나 대전터미널을 나가는게 아니라, 향수시네마를 찾게 된다”며 “어제도 벌새를 신청해서 가을영화제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영화 여덞편을 상영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영화 토크·전시·체험 행사들도 늘어나길 바란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김승애씨(49,석탄리)는 “학부모 동아리 사업으로 향수시네마에서 영화를 3번 정도 봤고, 아이들이 향수시네마를 자주 이용해 가을영화제도 알게 돼 참가했다”며 “원화전시나, 포스터전시 등 전시행사들이 함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민경찬씨(,금구리)는 “대부분 두 개를 신청해서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며 “시네마 천국이나, 코코 등 감명 깊게 본 영화들이 많은데 명작들을 다시 보는 영화제도 열리면 참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것에서 나아가, 영상을 통해 마음을 전하는 참여·체험할 수 있는 영화제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향수시네마측은 이번에는 작은영화관 협동조합 예산으로 진행되는 만큼 부대행사에 신경 쓸 수 없었지만, 내년부터는 군 예산도 함께 곁들여 풍성한 진행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향수시네마 변창환 관장은 “옥천의 영화관인 향수시네마에 주민들은 ‘옥천만의 색’을 가진 영화관이 되길 바라는 것 같았다”며 “이번 가을영화제는 첫 시작을 함께해주신 주민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과 더불어 작게라도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영화제를 내기 위한 첫발자국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해에는 군의 지원을 받아서 씨네마 토크와 전시회도 함께 열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상영일정표. ▲11월18일 △우리집(17:00~18:40) △벌새(19:00~21:25) △어느가족(21:50~23:55) ▲11월19일 △허스토리(19:00~21:10) △그린북(21:30~23:45) ▲11월20일 △언더독(16:45~18:40) △틴 스피릿(19:00~20:35) △돈워리(20:55~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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