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마을과 가까워지는 학교가 될 것'
'학부모, 마을과 가까워지는 학교가 될 것'
  • 오정빈
  • 승인 2019.11.20 19: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야초등학교 이숙경 교장 인터뷰
이숙경 교장. 13일 장야초등학교에서 촬영. 

이숙경(55,옥천읍 가화리)교장이 9월 장야초에 부임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을 학교와 학교 주변 곳곳을 둘러본 일이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학교 자재들에 문제가 없는지, 등굣길이 위험하지 않은지 궁금했다. 오래돼 앞으로 쓰러지기도 하는 시청각실 의자를 찾아 교체를 신청하고, 비가 오기만 하면 막히는 운동장 배수로도 공사 신청을 했다. 혹시 학교 창문에 학생들 몸이 넘어갈까 싶어 안전바 설치도 신청했다. 

"학생들 등굣길은 어떨까 직접 걸어봤는데 장야주공아파트에서 걸어오는 어떤 길은 길이 많이 울퉁불퉁하더라고요. 학생들 습성상 휴대폰 보고 걷거나 뛰어다니는 일도 많을 텐데요. 길을 정비하면 좋을 거 같은데, 아무래도 학교 밖 일이다보니 학부모회장님이 건의해주실 수 있는지 요청하기도 했어요."

이뿐일까. 학교 앞을 지나가는 공사차량을 보고서는 쫓아가 등하교 시간에는 학교를 피해 지나가줄 수 있는지 부탁드렸다. 학교 앞을 쌩쌩 지나다니는 일반 차량은 막을 도리가 없어 차량 속도를 측정하는 '과속경보 시스템'을 학교 앞 도로에 설치할 수 있는지 조만간 군에 건의할 계획도 있다.

"한번은 어떤 학부모님이 저를 보고, 아이구 또 만났다구, 뭘 그렇게 계속 돌아다니시느냐, 너무 자주 만나서 민망스럽다구 그러시더라고요(웃음). 원래 교장은 자꾸 돌아다녀야 하는 사람이라고 말씀드렸어요. 아래로는 뭘 도울 수 있을지, 위로는 뭘 요구할 수 있을지 찾아 일해야 하는 사람이라고요. 제가 생각하는 교장의 역할이 그래요."

장야초는 마을과 학부모와 더 가까워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숙경 교장은 장야마을교육공동체(학생 돌봄 공간 마련을 위해 장야리 주민들이 만든 교육공동체. 올해 여름 만들어졌다)를 부임 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장야마을교육공동체가 안남 배바우도서관을 찾아갔을 때 동행했고 장야주공아파트에 주민들이 프리마켓을 열었을 때도 다른 교직원과 함께 찾아가 학부모들과 또 주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교육주체로서 선생님과 학생뿐 아니라 마을과 학부모도 함께 생각을 공유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해요. 그러려면 학교가 자꾸 마을로 들어가야지요.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이 작은 걸음걸음이 학교와 마을이 가까워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장야마을교육공동체의 가장 큰 근심이 돌봄 공간 문제라는 걸 안다. 당장 학교 권한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부분은 없지만 대안을 두고서는 함께 고민하고 싶다. 

"학교와 가까운 곳에 지용학당(옥천군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이 있는데 학생들이 많이 이용을 안하더라고요. 프로그램도 좋은데요. 아마 몇몇 애들 사이에 '지용학당은 못 사는 애들이 가는 곳이다'는 인식이 있는 거 같아요. 잘못된 시선인데, 이걸 어떻게 바로잡을 수는 없을까, 이건 지금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에요. 다행히 군에서 돌봄 공간 문제를 해결할 다른 방법은 없는지 찾아보고 있다고 하니 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은 뗀 거 같아요."

모든 교육에서도 가장 중요한 현장은 교사와 학생이 만나는 교실 현장이다. 이숙경 교장은 교실 현장은 신념을 가지고, 교사들에게 맡기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학교가 단순히 지식을 가르치는 곳이라면 컴퓨터나 유튜브 강사가 더 잘 가르칠 수도 있어요. 하지만 r교사는 학생들에게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처럼 그 이상의 것을 가르치죠. 저마다 특성에 따라 어떤 학생에게는 위로가 필요할 수 있고 어떤 학생에게는 객관적인 조언이, 또 누구에게는 훈계가 필요할 수도 있어요. 학부모님들은 선생님이 차별한은 거다 오해하실 수도 있는데, 아이들이 다 똑같은 아이들이 아니라면 선생님도 신중하게, 다르게 판단할 수 있어야겠지요. 문제가 없다면 교사의 판단을 지켜주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없는지 물었다. 이숙경 교장은 매일 아침 자신의 자리에 처음에 앉아 하는 일이 '기도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인자함과 성실함, 지혜와 분별력을 가지고 나아갈 수 있기를, 도움이 필요한 학생과 그 학생을 돕는 교사를 도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이숙경 교장은 서울이 고향이며 서울 서교초, 서울 성산여중, 서울여고를 졸업한 뒤 청주교대(24회 졸업), 청주교대 대학원을 나왔다. 1988년 제천 수산초에 첫 발령을 받아 주로 영동에서 교직 생활을 했고 2014년 3월 죽향초 교감, 교장공모제를 통해 2015년 9월 군서초등학교 교장을 역임했다.

이숙경 교장. 13일 장야초등학교에서 촬영.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