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소담악 이재홍 미르 정원 대표

이재홍 대표

 

 ‘미르정원’그곳에는 어린 새싹들이 마치 꽃처럼 오소소 작은 몸짓을 한다. 강 건너 선착장에서 노란 손수건을 대신하여 핸드폰을 흔들어보이자, 쏜살같이 미르호 이재홍 선장이 빨간 구멍조끼를 배 한가득 싣고 나타났다.

 선장의 모자에서 희뿌연 햇살이 우수수 떨어진다. 강 건너 ‘미르 정원’에 가득한 그 햇살이다. 미르호를 타고 호수를 가로질러 ‘부소담악’가까이 다가가자, 시간이 멈추어 버린다. 세상의 온갖 시름이 접히고 접혀 호주머니 안으로 쑥 들어가 버린다. 

 ‘부소담악(芙沼潭岳)’을 올려다본다. 호수에 떠 있는 병풍바위란 이름처럼 가히 아름답다. 송시열 선생이 ‘아름다운 소금강’이라고 칭하며 시 한수 읊었을 법, 당연하다.

 1980년까지만 해도 ‘부소무늬 마을’이 있었고, 40여 가구 모여 살던 삶의 터전이었다고 하는데, 그 모든 삶의 흔적들은 사라지고 푸른 물빛만 가득하다.

 별이네, 달이네, 해님이네의 돌담과 장독대 그리고 사립문 열고 들어서면 보이던 우물이 온데간데없다. 

80년대 대청댐 담수로 ‘부소무늬 마을’은 수몰되고 지명에서 사라지고 만다. 그럼에도 그 모든 것을 대신하여 ‘부소담악’빼어난 병풍바위가 호수 위에 떠올랐다. 

 ‘부소담악’은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선’에 선정 될 만큼의 세간의 입소문을 탔다. 그런 애환이 깃든 곳에 이재홍 ‘미르정원’대표가 터를 어떻게 잡게 되었는지, 30여년의 세월 ‘부소담악’과 한 몸이 되어 살아가고 연유는 무엇인지 자못 궁금했다.

 ‘부소담악’추소정에 오르니 ‘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시인의 항거의 외침소리가 플랜카드 안에서 이재홍 대표의 핸드폰 번호와 함께 졸고 있다. 얼마 전 신동엽 시인의 50년 추모일이라서 잠시 꿈결에서 만나고 왔던 기억이 새삼 든다.

 신동엽 시인의 고향이 충남 부여, 이재홍 ‘미르정원’대표의 고향도 부여라고 하여 잠시 추소정에 서서 시인의 거친 기침소리를 들었다.  

 드디어 ‘미르정원’선착장에 도착했다. 용트림처럼 굽이치고 있는 미르정원 오솔길,  그 길 위에 깔린 야자매트는 마치 용 비늘처럼 단단하여 내딛는 발걸음이 무슨 까닭인지 장엄하기까지 하다. 

 마치 무인도에 도착해 첫 살렘을 맛본 여행자의 기분마저 든다. 명자나무 붉은 꽃잎들과 조팝나무 하얀 꽃잎들이 가득하여 밤마다 ‘부소담악’에 내려온 신선들이 가끔은 노닐다가 갈듯, 그 야말로 무릉도원이다. 다만 ‘미르 정원’을 이토록 보듬고 가꾼 이재홍 대표의 이마에 고인 땀방울의 의미가 느껴져 마음이 애잔하다.

 어쩌다 무슨 연유로, 무슨 이런 큰 복을 타고 났는지, 아님 하늘에서 무슨 큰 죄라도 지어 호수 건너 ‘부소담악’을 지키라는 문지기 사명이라도 부여받은 것은 아닐지. 만감이 교차한다. 

 만 평이 넘은 ‘미르정원’을 가꾸고 지키기까지 이재홍 대표의 고됨과 고생이 어떠했는지 가히 상상이 간다. 평생 모은 돈을 모두 쏟아 부었다 하니 이러저러한 소문과 곁을 내주지 않는 사람들의 냉담은 또 어떠했을까? 

 그에게 있어 ‘부소담악’은 신앙 그 자체, 신앙처럼 그저 맹신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30여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바쳤을까. 미르정원에서 고생한 사연이 책 한권 분량은 거뜬히 된다고 말하는 그의 미소가 해맑다. 

 이재홍 미르정원 대표는 부여군 석성면이 고향이다. 유년 시절과 학창 시절 모두 부여에서 보냈다. 그러다가 청주지방법원에서 근무하다가, 영동지원에서도 10여년 정도 일을 했다. 그러던 중 옥천 등기소에서도 일 년 정도 근무하게 되었는데, 그때 지인의 소개로 추소리 ‘부소담악’자투리 땅 백 평과의 첫 인연이 시작된 것이다. 

 미르정원 1조망대에 올라섰다.  ‘부소담악’을 정면으로 마주보고 섰다. 눈 안에 ‘부소담악’의 모든 절경이 들어온다. 

 ‘부소담악’에는 암컷 ‘황룡’과 수컷 ‘청룡’이 살고 있다. 황룡과 청룡이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도 애틋하여 깊다 못해 호수마저 푸르고 검다. 그 모양을 지켜보던 고리산 ‘흑룡’이 질투가 나서 훼방을 놓을 심사로 산줄기를 타고 내려오다가 멈추고 섰다. 무엇을 발견한 모양이다.

 바로 ‘미르정원’이다. ‘미르정원’의 땅 모양이 용의 형상을 하고 있다. 이재홍 대표가 잡목과 칡덩굴을 걷어내고 꽃과 나무를 심자 미르 정원에 고운 암컷 ‘미르’가 노닐어, 고리산 ‘흑룡’이 그 모습을 보고 더 이상 시샘하는 일이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생겼다. 그만큼 ‘미르정원’이 입소문을 타고 있는 것이다. 

 미르정원 2조망대를 지나자 온갖 야생 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산수유, 홍매화, 청매화, 레드로빈, 동청목, 단풍, 구철초 등 온갖 꽃과 나무가 가득하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시가 뇌리에서 쏟아진다. 미르정원에는 자세히 보아도 예쁘고 건성건성 보아도 넋을 잃고 풍광에 감탄한다. 

 ‘미르정원’3조망대에 오르자, 드디어 고리산 산세와 ‘부소담악’전경이 한 눈에 쏙 들어찼다. 

 ‘미르정원’에서 바라본 ‘부소담악’추소정에 석양 노을이 걸리자, 막혀있던 가슴이 확 트이는 느낌, 새롭고 한량없는 기운이 다가온다.

불교공뉴스 이 경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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