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제1회 옥천군 누구나 영상제 열려
9개의 학교와 단체에서 참여
5분 내외 영상 25편 상영

8일, 제1회 옥천군 누구나 영상제가 열렸다.
8일, 제1회 옥천군 누구나 영상제가 열렸다.

 

“지금 거의 만석이어서요. 바닥이나 계단에 앉아서 보셔야 할 거예요”

‘타악’ 영화관의 불이 꺼지고 소란스럽던 학생들이 꽤나 진지한 표정으로 스크린을 바라본다. 설렘과 장난기 가득한 얼굴이던 학생들이 영상이 시작되니 떨리나 보다. 하나의 영상이 끝나며 응원의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온다. 자신들을 비롯한 친구들의 노고를 알기 때문이다.

8일 오후, 향수시네마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로 북적거렸다. 옥천마을미디어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정창영)에서 개최한 제1회 옥천군 누구나 영상제가 열렸다. 이날 총 9개의 학교와 단체가 참여해 청소년이 만든 25편의 작품이 상영되었다. 영상제 스텝은 팝콘과 음료수를 무료로 먹을 수 있는 쿠폰을 찾아온 이들에게 나눠줬다. 많은 학생이 모여 뭐가 그리 좋은지 매일 보는 얼굴을 맞대고 깔깔깔 웃음꽃이 만발이다.

상영된 25편의 작품은 다양한 주제들과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스마트폰 중독, 학교 폭력 같은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기도 했으며 스릴러, 공포, 로맨스 등 장르 역시 다양했다. 뮤직비디오, 뉴스, 드라마, 광고를 패러디해 관객들에게 친숙함을 느끼게 하고 웃음을 안겨주었다. 특히 옥천군 홍보영상은 국어, 영어, 일본어 수업과 연계하여 학습적인 역할도 같이 하게 돼 즐거움과 함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총 만들어진 영상은 100여 편. 하지만 영상제에서 상영된 영상은 25편뿐이다. 5분 내외의 영상들이지만 25편을 모두 상영하는 데에 걸린 시간은 꼬박 3시간이다. 정창영 이사장은 “영상의 퀼리티와 상관없이 최대한 다양한 영상을 보여주기 위해 몇 가지 영상만 올라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원(옥천여중1)학생은 “학생들이 많이 가는 코인노래방-공설운동장-향수시네마-김밥천국-카페 봄봄을 코스로 정하고 영상을 찍었는데 오늘 나오지 않아 아쉬웠어요”라며 “영상을 만들면서 친구들과 의견충돌도 있었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저희는 다수결로 정했어요. 정말 힘들었지만 너무 재밌었고 다음에 또 참여하고 싶어요”라고 소감을 말했다.

서은재(옥천중1)학생도 “제가 만든 영상이 나오지 않아 아쉬웠지만 내년에 또 했으면 좋겠어요. 내년에 우리학교에 또 오시는지 물어봐야겠어요”라며 “학교의 작은 화면이 아니라 영화관의 풀스크린으로 보니까 느낌이 달랐어요. 드라마를 현실화한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라고 말했다.

‘꽃피는 뉴스’에서 귀여운 커플 연기를 보인 학생들을 만나보았다. 정서진, 최영서(꽃피는 학교,15)학생은 “상영관에 앉아 보니까 찍었을 때도 생각나고 뿌듯해요. 전문가가 아니기에 아직 영상 퀄리티는 떨어지지만 퀄리티가 중점이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줄 수 있어 좋았어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계속 계속하고 싶어요”

김현서, 김도훈(이원 꽃피는학교)학생의 '꽃피는 뉴스'
김현서, 김도훈(이원 꽃피는학교)학생의 '꽃피는 뉴스'

 

■ 1부 상영작 중 많은 호응을 받았던 ‘밀교실’
밀교실 감독인 이명(옥천중1)학생을 만나보았다. 학생은 감독뿐 아니라 시나리오 작성, 출연까지 모두 맡은 다재다능한 학생이다. “전부터 영상에 관심이 많아서 UCC 공모전도 2, 3번 나갔었고, 재밌어 보여서 하게 됐어요”라며 “1학기 때 화장실 문이 안 열렸던 일이 있었는데, ‘이거다!’ 싶어서 바로 시나리오로 썼죠. 평소에 ‘식스센스’같은 반전 영화, 스릴러 장르를 좋아해요. 그 영화를 떠올리며 만들었어요”라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나오는 과정을 전했다.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냐는 질문에 “중간에 단합 안 될 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같이하는 팀원들은 간식이 오면 촬영 내팽개치고 먹으러 갔어요. 저는 감독이니까 촬영이 먼저였는데...”라며 의젓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밀교실'의 감독인 이명(옥천중1)학생
'밀교실'의 감독인 이명(옥천중1)학생

 

■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라 더 뜻깊어요.
영상제의 마지막을 장식한 고3 학생들의 ‘팔레트’. 입시를 목전에 둔 학생들이지만 영상 제작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열정적이다. ‘팔레트’의 연출 겸 편집 안지민(옥천고3)학생을 만나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팔레트’는 자유롭게 이야기하다 나온 주제에요. 처음 11명이 모였을 때 의견 모으는 것이 가장 힘들었죠. 주제 정하는 것 말이에요. 그러다 ‘가까운 곳에서 찾아보자!’ 생각이 들었고 그 주제를 우리에게서 찾을 수 있었어요. 실제로 예체능 진학을 희망하지만 부모님의 반대에 하지 못한 친구들이 있어요. 그래서 영상에 부모님을 설득하고자 하는 마음도 들어갔어요. 영상은 여름부터 찍었어요. 하지만 고3이다 보니 영상에만 집중할 수 없었어요. 중간에 공백기가 있었죠. 저는 연출과 편집을 맡았는데 다른 일정으로 인해 완성을 못 하고 있었어요. 그래도 힘들게 완성해서 이렇게 보니 너무 좋아요. 영상 관련 진로를 희망하는 친구들이 모여 제작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역 영화관에서 큰 스크린으로 보니까 영광스러웠어요.(웃음) 11명의 친구 대부분이 예체능 계열을 희망하는 친구들이라, 우리의 이야기를 그대로 담아 많은 사람에게 영상을 통해 전달할 기회를 얻는다는 게 값진 것 같아요. 이렇게 매력 있고 힘 있는 영상에 새삼 다시 반하게 되네요.”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안지민 학생은 친절히 응해주었다.

'팔레트'의 연출과 편집을 맡아 한 안지민(옥천고3)학생
'팔레트'의 연출과 편집을 맡아 한 안지민(옥천고3)학생

 

■ 에너지음료 6병 마시면서 편집했어요!
2부가 시작되고 올티의 ‘졸업(이젠 안녕)’이 흘러나온다. 충북산업과학고등학교 2학년의 나의 열아홉 ‘이젠 안녕’ 3학년 학생들의 졸업식에 틀어질 영상으로 만들어졌다. 2학년 제작, 3학년 출연. 아마 이번 영상제 중 최다 인원이 출연하는 영상이 아닐까 싶다. 출연한 3학년 학생과 감독, 편집 감독을 만나보았다.
감독을 맡은 강세빈(18, 옥천읍)학생은 “영상에 관심이 아예 없었어요. 선생님들이 ‘곧 졸업식이니 졸업식에 보여줄 영상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하셔서 시작하게 됐죠. 처음에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시간은 넉넉하지 않은데 형식도 정해야 했고 잘 만들고 싶은 욕심도 있어서요. 언니, 오빠들이 주인공이니까 더 잘해야 한다는 마음도 있었고요. 기억에 남을만한 영상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나온 게 오늘 보신 영상이에요. 직접 사진 공모도 내서 선배들한테 사진을 받기도 했어요. 사진 덕에 영상이 더 다채로워졌어요. 편집 시간이 없어 새벽 5시까지 했어요. 좀 피곤하긴 한데 오늘 영상을 보니까 만족스러워요”라고 말했다. 강세빈 학생과 함께 편집한 육종진 학생(18, 장야리). “원래 영상에 관심이 많아서 ‘fim602'라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어요. 편집한 영상을 컴퓨터나 휴대폰의 작은 화면이 아닌 큰 스크린으로 보니 새로워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주인공으로 출연한 조아현(19, 장야리) 학생은 “세빈이랑 종진이가 잘해줘서 좋은 영상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 연기하는 거라 민망하기도 했는데 이젠 오히려 재밌어요!”라며 즐거운 후기를 전했다.

강세빈(충북산업과학고2)의 '나의 열아홉 '이젠 안녕''
강세빈(충북산업과학고2)의 '나의 열아홉 '이젠 안녕''

 

제1회 옥천군 누구나 영상제는 충북사회혁신지원센터와 옥천행복교육지원센터가 실무적 지원해주었고 총 500만 원의 예산이 쓰였다. 예산은 향수시네마 1관 대관료, 무료 팝콘 교환권, 1부와 2부 사이에 나눠준 간식, 적극적인 호응을 한 사람에게 준 영화권, 2부까지 남아있는 관객들에게 나눠준 머그잔에 쓰였다.

정창영 이사장은 “기회가 된다면 알차게 준비할 예정”이라며 영상제를 마무리했다. 이어 오수민(21, 옥천읍) 보조강사는 “소재를 고르고 대본 쓰는 걸 어려워하던 친구들이 점차 점차 발전되는 모습을 옆에서 보니 뿌듯해요. 저희도 이런 행사는 처음이라 불안한 마음도 있었는데 오늘 보니까 잘 준비된 것 같아 후련해요”라고 말했다.

영상의 퀄리티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학생을 통해 마을미디어협동조합의 의미가 전달됐으리라 짐작한다. 이번 영상을 통해 성장한 학생들, 학생들의 미래를 응원한다.

다음은 상영작(감독, 학교) 명단이다.
▲이하 1부△바람개비(김가은, 옥천여중1)△고독한 김태현(조현탁, 옥천중1)△나연짱의 V-log(강나연, 옥천여중1)△공포의 금고털기(김택중, 이원중1)△게임 중독(김민중, 옥천중1)△빈정쓰 ‘금강 휴게소’(황다빈, 옥천여중1)△학교폭력 다구리(김진혁, 옥천중1)△좀비의 역습(강동연, 옥천중1)△미제 사건(백승엽, 옥천중1)△OKBS NEWS(배슬비, 옥천여중1)△화장실(전현지, 이원중1)△오로나민 D를 찾아라(세일, 옥천중1)△도깨비 말고 먹깨비(이서은, 옥천여중1)△그 남자의 집(공윤서, 옥천여중1)△승수 뉴스(이승수, 옥천중1)△장령산 휴양림(이나영, 옥천여중1)△밀교실(이명, 옥천중1)△사랑은 타이밍이다(정지슬, 청산중2)
▲이하 2부△나의 열아홉 ‘이젠 안녕’(강세빈, 충북산업과학고2)△실개천 마을학교와 떠나는 구읍 마을여행1(김진영,유지혜, 죽향초)△실개천 마을학교와 떠나는 구읍 마을여행(문찬영, 이용준, 이현성)△안남 아이들 청성 너와두리 캠핑장을 가다(강백두, 안내중2)△안남 아이들 향수 100리길을 달리다(임다은, 제천간디학교)△꽃피는 뉴스(김현서, 김도훈, 이원꽃피는학교)△팔레트(류다현,김다슬, 옥천고3)

향수시네마 입구에 전시된 상영작 시놉시스
향수시네마 입구에 전시된 상영작 시놉시스

 

계단까지 채워 앉은 학생들의 모습
계단까지 채워 앉은 학생들의 모습
김가은(옥천여중1)학생의 뮤직비디오 '바람개비'
김가은(옥천여중1)학생의 뮤직비디오 '바람개비'
조현탁(옥천중1)학생의 '고독한 김태현'
조현탁(옥천중1)학생의 '고독한 김태현'
김민중(옥천중1)학생의 '게임중독'
김민중(옥천중1)학생의 '게임중독'
황다빈(옥천여중1)학생의 '빈정쓰 '금강휴게소''
황다빈(옥천여중1)학생의 '빈정쓰 '금강휴게소''(영어)
강동연(옥천중1)학생의 '좀비의 역습'
강동연(옥천중1)학생의 '좀비의 역습'
세일(옥천중1)학생의 '오로나민 D 를 찾아서'
세일(옥천중1)학생의 '오로나민 D 를 찾아서'
이서은(옥천여중1)학생의 '도깨비 말고 먹깨비'
이서은(옥천여중1)학생의 '도깨비 말고 먹깨비'(일어)
임다은(제천 간디학교)학생의 '안남 아이들 향수 100리길 달리다'
임다은(제천 간디학교)학생의 '안남 아이들 향수 100리길 달리다'
류다연, 김다슬(옥천고3)학생의 '팔레트'
류다연, 김다슬(옥천고3)학생의 '팔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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