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기자
허정수 (청소년 기자단, 안내면 도율)

코끼리 폭포. 삼각대 세워 놓고 찍으려는데, 한 서양인이 선뜻 찍어줬다.
코끼리 폭포. 삼각대 세워 놓고 찍으려는데, 한 서양인이 선뜻 찍어줬다.

어느덧 달랏에 3일이나 있었다. 그동안 여행해 온걸 보면 이쯤되면 슬슬 질려, 다음 도시로 이동하려 했을 것이다. 어차피 귀국편은 다음도시인 나트랑에서 타기로 되어있고, 그곳에 일찍가면 심심할것 같았다. 무엇보다 날이 적당한 이곳을 떠나기 싫었다. 

"다혜가 떠나기 전에 셋이서 밥이나 먹으러 가자." 그렇게 영길이형이 추천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갔다. 

누군가 내게 "베트남에서 먹은 음식중에 가장 맛있었던게 뭐야?"라고 묻는다면, 쌀국수, 반미, 껌땁 등이 아닌, 이때 먹은 화덕피자와 까르보나라가 제일 맛있었다고 할 수 있다. 어쨌든 그렇게 다혜누나를 배웅해줬다. 

영길이형과 수다를 떨기도 하고, 오랜만에 침대에 누워 웹툰과 유튜브를 보며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낮잠이나 자려고 이어폰을 빼고 자세를 고쳐 누웠는데, 한국말이 들려온다. 그렇게 윤정이누나를 처음 만났다. "이따 밤에 야시장에 갈건데, 같이 갈래요?" 

영길이형이 "저는 다른 친구와 약속이 있어요. 정수 네가 가이드 해주면 되겠네."라며 떠밀었다. 그렇게 한 번 밖에 와보지 않았지만, 마치 진짜 가이드라도 된것 마냥 달랏 시내 곳곳을 함께 다녔다. 알고보니 다음도시가 나트랑이고, 그곳에서 하노이로 돌아간댔다. 일정도 겹쳐서 나트랑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도 했다. 

달랏에서의 날들이 얼마 남지 않았다. 너무 멀어 가지 못했던 코끼리 폭포를 가려 준비 하고 있었다. "정수야 형 오늘 호치민으로 간다. 모레 태국으로 넘어 가려고. 나보다 한참 동생인 너한테 많이 배웠다. 오토바이 조심히 타고, 우리 꼭 한국에서 다시 만나자. " 친형처럼 지내던 영길이형을 배웅해주고, 너무 멀어서 가지 못했던 코끼리 폭포로 향했다. 시내를 벗어나자 아스팔트가 깨져 울퉁불퉁해 계속 흔들린다. 핸드폰이 거치대에서 떨어져 필름이 다 깨져버렸다. 아랑곳하지 않고 40분여를 달렸다. 폭포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게 처음이었다. 이렇게 작은 폭포도 웅장한데 나이아가라폭포 같이 큰 폭포들 얼마나 멋있을까. 

여행하며 지내는 생활이 익숙해지니, 그리운 것들이 생겨났다. 그중 가장 먼저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삼겹살". 혼자서 3인분에 공깃밥까지 배불리 먹었다. 어느덧 이 긴 여행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일이면 벌써 마지막 도시로 가니 말이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다시 하루하루가 똑같은 나날들을 보내게 되겠구나. 달랏에서의 마지막 밤. 테라스에 앉아 이곳의 향기와 바람 그리고 이 분위기를 온전히 느꼈다. "열심히 공부하고, 돈 많이 벌어서 아주 오랫동안 아주 멀리 떠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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