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옥천읍새마을회, 어려운 이웃을 위해 김장봉사
도토리묵, 선짓국까지 만들어 새마을회 화합의 장 마련
‘산발적인 김장 한데 모여 모든 봉사단체 사랑의 김장대회 열었으면'

옥천읍 새마을회 회원들이 갓담근 김장김치를 포장하고 있다.
옥천읍 새마을회 회원들이 갓 담근 김장김치를 포장하고 있다.

 

찾느라 한참 걸렸다. 골목을 돌아가야 볼 수 있는 오래된 집, 전형적인 시골집 마당에서 뽀얀 김과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바로 옥천읍 새마을부녀회장을 맡고 있는 이상순 부녀회장 집이다. 부뚜막에 올라오는 김이 차가운 날씨에 사람 입김과 범벅이 됐다. 새벽 6시부터 허리 펼 시간도 없이 쉴새 없이 몰아친 고된 노동이 낮 12시쯤 되니까 노곤노곤해지면서 긴장이 풀린다. 언제나 할까 하던 김장 400포기가 뚝딱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옥천읍 새마을회(회장 금기삼, 부녀회장 이상순)의 이번 김장은 큰 일을 치루기 전 예비 김장에 불과하다. 슬슬 워밍업을 하면서 몸도 풀겸 400포기를 한 것이다. 이제 조만간 두배가 넘는 천포기 김장을 각 읍면 부녀회가 모두 모여서 '김장 거사'를 치러야 한다. 아무런 예산 지원 없이 농사부터 김장까지 몸뚱이가 재산이라며 몸 굴리면서 하는 소중한 김장은 각 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소리 소문없이 나눠진다. 옥천읍 새마을회 회원들은 12일 모여 옥천읍 어려운 이웃을 위한 '사랑 김장'을 했다. 

뽀얗게 절인 배추에 양념 속을 버무려 새빨갛게 색을 채운다. 북적이는 사람들로 가득해 쌀쌀한 날씨도 별로 춥지 않게 느껴진다. 바닥은 배추를 절인 소금물로 흥건해 걸음을 옮길 때마다 물방울이 사방으로 튄다. 이날 모인 회원은 30여 명. 김장한 배추는 총 400포기로 300평이 안 되는 옥천읍 장야리 밭에서 직접 재배한 배추다.

다들 붉은 고무장갑을 손에 끼고 소복하게 쌓여있는 절임 배추에 양념 속을 채워 넣기 시작했다. 몇몇은 파김치와 총각김치를 담갔고 다른 몇몇은 김장김치와 함께 먹을 수육과 도토리묵, 선짓국을 만들었다. 여기저기에서 “오늘은 춥지 않아서 다행이여”라며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누구 한 명 빠짐없이 분주하게 참여해 12시가 되기 전에 김장이 모두 끝났다. 회원들은 집안과 마당에 자리를 펴고 수육과 담근 김장김치, 파김치, 총각김치, 그리고 도토리묵을 먹기 좋게 꺼내 자리에 올렸다. 많은 회원이 “빨리 가서 밥 먹어요”라며 서로 식사를 챙겼다. 회원들이 자리에 앉으면 바로 밥과 선짓국을 떠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뜨뜻한 아랫목이 엉덩이를 뗄 수 없게 만든다.

한 회원이 “선지가 참 맛이 있네요”라는 말에 국을 떠주던 회원이 “선지도 오늘 아침 일찍 해온 거예요”라며 이야기를 나눴다. 많은 회원이 식사를 마치고 나간 자리는 접시가 깨끗하게 비워져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회원을 위해 다시 접시를 양껏 채워 놓았다.

옥천군 새마을회 강정옥 회장은 “매년 이렇게 봉사를 하면서 우리 옥천이 아직 살만하다고 느낀다”며 “어디서 지원도 안 받고 이렇게 장기적으로 매년 할 수 있는 것은 새마을회 회원들의 열정이 만들어 낸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여러 단체에서 김장을 산발적으로 하기 보다 한 자리에 모여 김장대첩을 다같이 치렀으면 하는게 저의 바람”이라며 “봉사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인 사랑스런 김장김치가 어려운 이웃들의 밥상에 빠짐없이 놓였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테이블 한쪽에 양념 속을 채워야 할 절인 배추가 소복히 쌓여있다.
테이블 한쪽에 양념 속을 채워야 할 절인 배추가 소복히 쌓여있다.

 

이날 만들어진 김장김치.
이날 만들어진 김장김치.
뜨끈한 방에 차려진 한상.
뜨끈한 방에 차려진 한상.
마당 테이블에 한상 차려놓고 식사를 하는 새마을회 회원들 모습.
마당 테이블에 한상 차려놓고 식사를 하는 새마을회 회원들 모습.
김장김치를 포장한 뒤, 모두 모여 마당 한 가운데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김장김치를 포장한 뒤, 모두 모여 마당 한 가운데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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