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용 문향의 향연
투명 속에 암흑의 운명을 던지듯이
유리창을 향하여 정확하게 주먹을 던진 아이
거기 적의 배후가 숨어있기라도 했던 걸까
유리는 발악하듯 창 밖의 화단을 찢고
축포처럼 달려온 빛이 사방으로 퍼져갔다
은신처에서 튀어나온 외마디가 교실을 메우고
투명에서 붉은 강이 솟아나 손등을 어루만졌다
강은 비명에 닿아도 멈추지 않는 것
당황한 의자들이 놀라 넘어지고
수업 종소리가 마지막 파펴늘 날려보낸 후
파단선이 아직 뼈 속까지 닿기 전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여 보고하라는 공문
아이가 내버린 주먹을 되받아 올 때
예리가 더 깊게 살 속을 파고 들었지만
깨워줄 엄마가 없어 늦었을 뿐이라는 말을 받아들고
교사는 벽처럼 서 있었다
어떻게 더 투명해지라는 거냐고
유리가 빛을 움켜쥐며 바닥에 뛰어내릴 때
벽은 더 두터워지며 땅에 닿는다
외마디가 배후의 첫 페이지를 열고 낭독을 시작했다
-신성주, 옥천민예총·옥천문학회 문학동인지 제19집 『얄미운 여자들』,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