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용 문향의 향연
흘러내려요
주르르르 흘러내리다
바닥에 닿으면
발이 생기고 꼬리가 생기고
머리와 뾰족한 귀와
구슬 같은 두 눈과
야오오옹이 돋아나요
늘어나요
지이이이익
고무줄처럼 기일게 늘어났다가
원래대로 줄어들면서
얼룩무늬와
갸르릉 갸릉과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이 생겨요
떨어져요
톰방톰방
꼬리 머리 귀 다리 콧수염이
조각조각 떨어지다가
하나로 붙어
고양이로 일어나 기지개를 켜요
-송진권, 동시집 『어떤 것』,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