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31일 열린 2019 월드푸드트렌드페어
조리‧베이커리 부분 대상·금상·은상 모두 휩쓸어

 [도립대 사람들] 지난달 30일과 31일 일산킨텍스, 2019 월드푸드트렌드페어에 출전한 충북도립대생 14명이 대상과 금상·은상 등 전원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돌아왔다. 월드푸드트렌드페어는 한국음식의 세계화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하고 소상공인연합회·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주관한 세계대회다. 충북도립대에 조리제빵과가 신설된 지는 아직 1년도 채 안 됐는데, 학생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리둥절하다. 한혜영 교수만 의심 없이 활짝 웃는다.

"사실 상을 받든 안 받든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어요. 우리 학생들한테 중요한 건 경험이었거든요. 선배도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평가 받을 수 있는 기회는 학과 교수님들뿐이었잖아요. 대회에 나가서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보고, 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요리하는지 보고 경험하는 게 중요했어요. '내가 정말 잘 할 수 있을까?'에서 '난 충분히 잘 할 수 있어', '최선을 다하고 오면 돼'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 충분히 경험해서 불안감을 없애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 그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장관상 8개 중에서 우리 학생들이 해상수산부장관상을 받은 건 놀랍지 않으셨어요?' 물으니 '그건 사실 그렇죠'하고 웃는다.

"게다가 해양수산부장관상은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 바로 다음 격인 상이니까요. 그래도 노력한 걸 생각하면 받아 마땅하다는 생각도 들어요(웃음). 학교 수업시간을 이용해서 대회준비를 한 건 20시간 정도지만, 실제로는 6개월 가까이 밤낮없이 준비했거든요. 평일에는 10시 11시까지, 주말에도 나와서 아이디어 짜고 요리해보고 했어요. 제가 없으면 혼자 만들어보고 '이렇게 한 번 해보는 게 어떨까요' 사진 찍어서 보내기도 하고… 정말 지독하게 성실하게 준비했어요(아휴,웃음). 이야기하니 새록새록 생각나네요. 저희 학과 만학도 안미자 선생님(이번 대회 해양수산부장관상 수상)은 아이들 먹이려고 사놨던 송이버섯이랑 싸리버섯까지 들고 왔어요. 이게 진짜 고가의 재료인데요. 이 자리를 빌어서 이해해주신 가족분들에게도 참 감사하다는 말씀을(웃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역시 학생들에게다.

"학생들에게 이번 대회는 정말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첫 대회인데 이제 막 신설된 과이다보니 참고할 만한 게 아무것도 없었잖아요. 내 작품 들고 간다는 게 굉장히 용기가 필요한 건데요. 내 수준도 모르고 남의 수준도 모르니 걱정도 많았을 텐데, 잘 털어내고 집중해서 열심히 해준 우리 학생들에게 정말 고마워요."

한혜영 교수는 학생들의 대회 참여율이 내년에는 더 높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 자신감도 붙었겠다, 내년에 들어올 후배들에게도 많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거예요. 정말 기대돼요'라고 활짝 웃었다.

5일 도립대에서 만난 조리제빵과 1학년 학생들. 사진 찍을 당시 한혜영 교수가 카메라 뒤에 서서 학생들에게 계속 말을 걸었고, 결국 다들 '빵' 터졌다.
한혜영 교수를 가운데 두고 안미자(왼쪽) 안효정(오른쪽)학생이 활짝 웃고 있다. (사진제공: 충북도립대 조리제빵과 한혜영 교수)

■ '기회 된다면 언제든 도전할 준비가 됐습니다'

강력분 550g, 물 258g, 생이스트 22g 소금 11g, 마가린 99g, 설탕 88g… 오늘 요리수업은 제빵수업, 소보로빵 수업이다. 사실 소보로빵이 처음부터 부드럽고 바삭한 건 아니다. 빵 반죽 따로, 빵 위에 올라갈 보슬보슬한 소보로 쿠키 반죽을 따로 만든다. 빵 반죽이 어느 정도 완성되면 빵 반죽 윗부분에 물을 묻혀 쿠키 반죽을 찍는다. '이때 쿠키 반죽이 얼마나 묻어나느냐에 따라 저희 행복이 결정되는 거군요' 물으니 제빵 담당 김종효 강사가 '그렇죠'하고 웃는다.

둥그렇게 빵이 부풀어 오르기까지 최서 3시간에서 4시간은 필요하다. 계량과 반죽을 마치고 빵이 발효되는 틈, 조리제빵과 24명 학생들의 손이 잠시 쉴 수 있었던 사이에 잠시 몇몇 학생들과 이야기할 수 있었다. 

슈거크래프트웨딩케익을 만들어 베이커리부분 전시에서 대상과 특별상(국제기능올림픽경기대회 한국위원장상)을 김다예(20) 학생, 다예 학생은 초등학교 때 처음 요리를 시작했다. 소금 마대를 만드는 기술자였던 아버지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일을 했고 어머니도 맞벌이를 했다. 1살 터울 7살 터울 동생이 있어 '밥은 내가 챙겨줘야지' 쌀을 씻고, 밥 뜸을 들이고, 또 볶아보기도 하고 요리하다보니 어느새 요리에 새록새록 관심이 생겼다. 어떻게 하면 동생들이 더 맛있게 먹을 요리를 만들 수 있을까. 돌아보니 어느새 조리제빵과에 들어와 빵 반죽을 주물거리고 있다.

'상 받은 순간 누가 제일 먼저 생각났어요?' 물었다. 잠시 생각하다 '할머니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교수님, 학과 친구들, 가족들, 생각나는 사람은 정말 많았지만 가장 먼저 생각났던 건 할머니다. 어린시절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할머니가 다예 학생과 시간을 가장 많이 보냈다. '죄송한 것도 감사한 것도 참 많아요' 다예 학생이 쑥스럽게 웃었다.

9첩 반상을 만들어 조리부분 전시에서 대상과 해양수산부장관상을 받은 안미자(57)·안효정(20) 학생. 안효정 학생은 사실 처음 이번 대회에 나갈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안미자씨가 안효정 학생에게 함께 대회를 나가는 게 어떻겠느냐 물었다. 

"평소 성격은 수줍지만 요리는 정말 똑부러지게 잘하는 학생이거든요. 같이 요리를 해보면 참 좋겠다 생각했어요. 한혜영 교수님이 항상 하는 말씀이지만, 대회를 나가봐야 저희나 다른 사람들이나 어떻게 요리를 하는지 뭘 잘하는지 뭘 못하는지 알 수 있잖아요. 그 경험을 같이 해보고 싶었어요." (안미자)

수육과, 해물신선로, 싸리버섯찌개, 송이전 등으로 구성한 9첩 반상이 생각지도 못하게 대상을 받았다. ‘혹시 또 다른 대회도 나갈 생각 있으세요?’ 물으니 ‘당연하죠’ 대답이 돌아왔다. 한식, 양식, 제과, 디저트 등 관심 있는 분야가 많다. 부족한 건 시간이지, 하고 싶은 일은 너무 많다. “아마 다른 학생들도 똑같을 거예요.” 안미자씨가 웃었다.

다음은 2019 월드푸드트렌드페어 수상자 명단 ▲조리부분 △전시 대상·해양수산부장관상 안효정·안미자(9첩반상) △전시 금상 김동희·김연형·박준서(메인3종) △전시 금상 이규연·김태형·이창의·장우혁(전채4종) ▲베이커리부분 △전시 대상·국제기능올림픽경기대회 한국위원장상 김다예(슈거크래프트웨딩케익) △베이커리 전시 금상 김슬기·남재준(빵공예) △베이커리 전시 은상 서현진·정새롬(마카롱)

소보로 빵을 만들기 위해 계량부터 시작하고 있는 학생들 모습. 1g도 다르지 않게 기초부터 열심히 하고 있다.
소보로 빵을 만들기 위해 계량부터 시작하고 있는 학생들 모습. 1g도 다르지 않게 기초부터 열심히 하고 있다.
 2019 월드푸드트렌드페어 해양수산부장관상을 수상한 안미자, 안효정 학생의 9첩반상. (사진제공: 충북도립대 조리제빵과 한혜영 교수)
충북도립대 조리제빵과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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