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남면 '배추' 김경옥 농가·안내면 '무' 박영규 농가
군북면 '갓' 조필희 농가까지
'김장철 맞이' 대표 농산물 농가 인터뷰를 6일 진행했다

 

6일 오전과 오후 안남면 화학리·안내면 오덕리·군북면 자모리에서 김경옥(57), 박영규(60), 조필희(62)씨를 만났다. 각각 대표작물로 배추, 무, 갓을 재배해 옥천 로컬푸드 직매장에 납품하고 있다. 위에서부터 차례로 조필희, 김경옥, 박영규씨다.

[옥천을 살리는 옥천푸드]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에 서민 걱정을 늘어간다, 김장철 4인가족 기준 단가가 지난해 대비 10% 가량 올랐다, 태풍에 배춧값이 뛰어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김장철만 되면 어김없이 쏟아지는 물가에 관한 기사다. 치솟는 농산물의 가격에는 예측할 수 없었던 재난과 수급량 조절 실패라는 정책적 이유가 존재하지만, '물가 폭등'이라는 프레임에 농민들의 시름과 걱정은 가리워진다. 

특히 올해도 어김없이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은 농민들을 두번 울게 했다. 배추 1만포기를 심어도 절반 정도 건지면 '선방했다'라는 말을 할정도로 지난해보다 더 푹푹하고, 더워진 날씨다. 김장철에 생산되는 농산물, 특히 배추나 무 등은 이같은 날씨 영향을 직면으로 맞이한다. 

김경옥씨가 배추를 속을 살피고 있다. 태풍이 한차례 밭을 쓸고 갔지만, 강한 생명력으로 이를 이겨낸 배추다. 

6일 오전 9시 안남면 화학리에서 만난 김경옥(57)씨도 한해가 갈수록 달라지는 기온 변화에 농사 짓기가 더 까다로워 졌다며 깊은 공감을 표했다.

그럼에도 그가 포기할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소비자와의 신뢰다. 한해가 다르게 폭락을 거듭하는 농산물 가격이지만 판매하고 있는 절인배추 만큼은 10년 전 고정가격을 유지하는 김경옥씨다.

"배추 농사를 지어서 그냥 판매하는 게 아니라, 직접 소금을 쳐서 '절인 배추'를 판매하고 있어요. 20kg에 2만5천원 정도인데, 10년 전 가격이에요. 배추를 절여서 판매한지가 10년 정도 됐는데 가격 만큼은 변하지 않으려고 해요. 소비자들과의 약속이라고 생각하니까요." (김경옥씨)

올해 새로 생긴 옥천 로컬푸드 직매장에 본격적으로 절인배추 판매를 시작했다. 로컬푸드 직매장이 문을 연지 얼마되지 않아 품목들이 많이 부족한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 위해서다.

"옥천살림 매장이 도립대 앞에 있을 때부터 조합원으로 농산물을 조금씩 냈었죠. 로컬푸드 사업이 결국 지역에서 하는 일이니까, 농민들을 위한 것이니까 협조하려는 마음이 커요." (김경옥씨)

박영규씨가 튼실하게 자란 무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같은 날 안내면 오덕리에서 만난 박영규(60)씨도 오래전부터 옥천살림에 조금씩 농산물을 납품해왔다. 판로가 불안정한 농민들에게 로컬푸드 정책은 든든한 힘이다.

"청주에서 오덕리로 시집와서 처음 농사를 지을 때만해도 직접 나가서 소매로 판매했어요. 길거리에서 농산물을 판다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에요. 그래도 이웃에 사는 배화영씨(금적산벌꿀농장 대표)가 옥천살림을 소개해줘서 그때부터 납품을 시작했죠."

공판장에 농산물을 판매하기 어려운 소농들이 농산물 가격 폭락에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인 판로를 유지할 수 있는 게 바로 로컬푸드 사업이다.

"7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는 단호박을 냈고, 10월 중순에는 무를 내고 있어요. 한번에 나갈 때 30개씩 가져다 놓고 있죠. 양배추 농사도 짓고 있는데 이달 말 정도에 수확해서 가져다 놓을려고요."

1천평 규모의 밭에 붉은 토종 갓과 푸른 갓을 재배하고 있는 조필희씨. 붉은 토종 갓은 동치미에 넣거나 갓 김치를 담가 먹으면 좋고, 푸른 갓은 김장 시 배추 속에 넣으면 좋다. 

군북면 자모리에서 갓 농사를 짓고 있는 조필희(62)씨는 김경옥씨와 박영규씨와 다르게 올해 새롭게 로컬푸드생산자 교육을 받아 로컬푸드 직매장에 납품하고 있다. 그는 소비자로 직매장에 방문해, 생산자가 됐다.

"대전에서 삼성생명 지점장으로 일하다가 퇴직하고 자연과 살고 싶어 자모리로 귀농했어요. 7~8년전부터 대전에서 출퇴근을 하며 농사를 지었고, 2년 전에 완전하게 옥천으로 이주했죠. 직매장은 처음에 소비자로 방문했어요. 옥천 농민들이 생산한 다양한 농산물들이 딱 진열돼 있는데 하나 하나 보는 게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 이후로 저도 생산자가 되보자 했죠."

로컬푸드 직매장에는 농민들의 자긍심이 녹아 있었다. 무엇보다 나의 이름이 곧 브랜드가 된다는 생각에 열의가 샘솟았다.

"군북면 자모리의 경우 작목반이 너무나 잘 돼 있어요. 김영우 이장님을 필두로 작목반 회원들이 똘똘 뭉쳐 부추, 갓, 호박잎 등을 공판장 4곳에 내고 있죠. 그래서 판로 걱정은 크게 없었는데, 로컬푸드 직매장이 가진 가치에 동의해서 시작하게 됐죠. 11월10일부터 갓을 직매장에 출하할 예정입니다."

김경옥씨와 박영규씨. 그리고 조필희씨까지. 김장철 대표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는 그들은 농사에 있어 그 누구못지 않은 애정과 전문성을 갖고 있다. 

정확한 성격 때문에 배추를 절일 때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을 곤두선다는 김경옥씨. 양배추 밭에서 야금야금 농작물을 갉아먹던 배추벌레를 손으로 일일히 잡으며 밭을 돌보는 박영규씨. 농사는 곧 사랑이 기반이 된다는 농사 철학을 갖고 2천평 규모 밭을 알뜰살뜰 살피는 조필희씨.

농사의 자긍심을 가진, 정직한 이들은 오늘도 어김없이 더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6일 오전 9시 방문한 김경옥씨네 배추밭. 이날 유난히 안개가 많이 꼈다.
6일 오전 9시 방문한 김경옥씨네 배추밭. 이날 유난히 안개가 많이 꼈다.
비옥한 땅에 박영규씨가 키운 무가 튼실하게 자리 잡았다.
군북면 자모리 작목반에서 납품하고 있는 갓. 자모리는 부추 뿐 아니라 갓, 호박잎 생산으로도 유명하다. 

 

 

저작권자 © 옥천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